[점프볼=정다윤 인터넷기자] 스승의 날을 맞아 홍대부고에 반가운 얼굴들이 모였다.
지난 16일, 스승의 날을 맞아 홍익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이하 홍대부고)에 특별한 손님들이 모였다. 농구코트 위에서 이름을 알린 이무진 코치의 제자인 임동섭, 정희재, 유진(이상 소노), 박정웅, 나성호(이상 정관장), 박무빈, 박준형(이상 현대모비스), 박지원, 박성재(이상 KT), 경희대의 편시연까지. 교정을 다시 찾았다.
이날 모교 방문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었다. 홍대부고에선 매년 스승의 날마다 졸업생 선수들이 코치에게 인사를 전하고, 후배들과 함께 농구공을 튀기며 시간을 나누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프로 선수들은 각자의 개성을 살린 차림으로 등장했고, 고등부 선수들은 단정한 유니폼과 함께 힘찬 기합으로 맞이했다.
매년 모교를 찾는 이유에 대해 임동섭은 “작년에는 FA라서 못 왔지만, 졸업하고 매년 온다. 고교 선수들 입장에서 동기부여가 되고, 이런 자리가 좋은 것 같다. 내가 요즘 느끼는 건, 우리가 왔을 때 어렸던 친구들이 프로와서 다 잘하고 있으니까 기분도 좋다”고 전했다.
경기 전, 임동섭은 홍대부고 3학년 신은찬과 정현도의 슛폼을 조용히 잡아주는 장면이 포착됐다. 얼핏 사진만 보면 진지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따듯한 조언과 예의 바른 인사가 오간 순간이었다. 임동섭은 “솔직히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이무진 코치님이 한 번 봐달라고 하셔서 봐줬다. 내가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웃음을 더했다.
2009년 졸업생으로 벌써 고참 반열에 오른 임동섭은 “고등학교 때 정말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지금의 프로 생활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다. 슛과 신장인 내 장점을 살려준 이무진 코치님 덕분”이라며 여전히 선명한 기억을 꺼냈다.
한편, 행사 시작 전 박정웅은 티셔츠에 패션 안경까지 곱게 차려입고, 양손엔 선물 꾸러미를 들고 등장했다. 가장 먼저 찾은 건 이무진 코치. 이 코치는 반가운 듯 “안경은 또 뭐냐”며 농담으로 맞았다.
이에 대해 박정웅은 “작게나마 데상트 옷 하나 선물해 드렸다. 최윤석 감독님 것까지 내가 월급 받은걸로 샀다”며 이어 안경에 대해 “코치님이 엄마한테 ‘애가 갑자기 왜 멋부리냐’고 하셨다더라(웃음). 사실 그 안경이 원래 친누나 거다. 어제 누나 방에 안경이 있길래 써봤는데 괜찮은 것 같아서 챙겨 왔다. 근데 내가 생각해도 너무 겉멋 부리는 것 같아서 뺐다”고 털어놨다.
사실 이날(16일) 박정웅에게도 뜻깊은 자리였다. 이제 막 졸업장을 손에 쥔 박정웅은 신입 OB로 첫 발걸음을 뗀 것.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교복을 입고 홍대부고를 누비던 그는, 2025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 무대에 직행하며 빠르게 다음 챕터로 건너간 선수다. 이날은 졸업생 자격으로 처음 밟는 코트이기도 했다.
박정웅은 “골대도 내가 졸업하고 새로 바뀌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더 좋아진 것 같다. 오랜만에 학교에 와서 형들이랑 뛰니까 재밌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형들이랑은 나이 차이가 좀 나지만, 고교 선수들은 한두 살 차이 나는 동생들이라서 더 익숙하기도 하다”고 덧붙이며 아직은 교정의 공기가 더 가까운 듯한 모습이었다.
“선배의 무서움 한번.”
경기 중 박정웅은 말 그대로 선배미(?)를 뽐냈다. 고교 시절 동료였던 정현도의 속공을 블록슛으로 저지하며 농담 섞인 기선 제압을 펼쳤다. 박정웅은 “많이 봐주는데, 오랜만에 봐서 (정)현도가 잊은 것 같다. 그렇게 뜨면 원래 많이 당한다. 예전에 그렇게 안 했는데, 자신 있게 뜨길래 ‘안 되겠다’ 하고 하나 찍어줬다. 오랜만에 기억 좀 하라고. 선배의 무서움 한번 보여줬다”고 전했다.
또한 경기 내내 OB팀이 흐름을 타면, 벤치에선 박성재, 편시연, 박정웅이 앞장서 플레이오프급 리액션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에 대해 “형들이랑 옆에서 이렇게 하니까 애들 더 놀리고 싶기도 하다. 더 재밌게 하려고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제자들이 한 마음으로 찾은 한 사람, 이무진 코치가 있었다. 현장을 찾은 선수들 물론, 강상재(DB)와 김태훈(SK) 등 이들까지 모두 그의 제자다. 2000년부터 같은 자리를 지켜온 그는 지금껏 수많은 선수를 길러낸 ‘홍대부고 농구의 뿌리’와도 같다.
이 코치는 “제자들 매년 이렇게 찾아오는데 지도자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사실 5월 18일이 내 생일인데, 항상 생일보다 스승의 날이 행복하고 뜻깊다. 늘 찾아와줘서 생일이 묻혀갈 정도로 너무 고맙다.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들 덕분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진_정다윤 인터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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