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2021~2022시즌 정성우 171.4%
정성우(한국가스공사)는 2021~2022시즌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창원 LG에서 수원 KT로 이적할 때 보수 인상률 171.4%(7000만원→1억 9000만원)를 기록했다. 정성우는 “프로는 보수로 보통 평가한다. 잘 하는 선수는 보수를 많이 받는다는 인식이 있다. 내 스스로 그냥 그런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았다. 좋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싶고, 좋은 선수가 되고 싶었다”며 “당시 KT는 내가 원하는 보수에 흔쾌히 계약하자고 했다. ‘팀과 감독님께서 나라는 선수를 좋게 보고 있고, 좋은 선수로 평가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보수를 많이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구선수로 경기를 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높은 보수, 좋은 대우, 많은 출전시간 3박자가 맞아서 최상이었다”고 보수 인상률 1위로 계약할 때를 떠올렸다.
부상 여파로 2018~2019시즌과 2019~2020시즌에는 5000만원을 받았던 정성우는 단숨에 억대 보수 선수로 부상했다. 정성우는 보수가 대폭 인상되어서 좋았던 점을 묻자 “똑같았지만, 좀 달랐던 점은 몸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하면 평가가 올라가고 못 하면 다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것만 먹으려고 하고 몸에 안 좋은 건 두 번 먹을 걸 한 번만 먹었다(웃음). 안 먹는 건 아니다. 이런 걸 하려고 보수를 많이 받는 거다”며 웃은 뒤 “보수를 많이 받아서 달라진 건 내 마음가짐이다. 그 전에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받쳐주는 역할이었는데 보수가 올라가니까 팀을 대표해서 뛰어서 책임감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정성우는 2022~2023시즌에도 1억 9000만원에서 2억 5000만원으로 오르는 등 시즌을 거듭할수록 더 많은 보수를 받았다. 정성우는 “FA는 그 선수에게 투자를 하는 거라서 일반적인 평가보다 (보수를) 더 준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다음 시즌에는) 거품이 거친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나는 플레이오프 진출만 하던 KT가 정규리그 2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해서 언론에서 ‘정말 알짜 영입이다’, ‘가성비가 좋다’고 평가를 받았다”며 “선수와 구단의 합이 잘 맞아야 한다. 항상 생각하는 건 선수는 상품이다. 다치면 못 뛰어서 항상 좋은 품질을 유지해야 하고, 팀에서 좋은 상품일 때 아끼고 대우를 해준다”고 했다.
정성우는 2024~2025시즌에는 2번째 FA 자격을 얻어 4억 5000만원이란 대박을 터트리며 대구 한국가스공사로 이적했다. 이번에도 몸값을 제대로 한 FA로 평가받는다. “사자가 토끼를 잡을 때 최선을 다하듯이 많이 받는다고 거만해지지 않고 교만해지지 않고 항상 겸손하자고 했다”고 말한 정성우는 더 많은 보수를 받아서 느끼는 부담감을 떨치는 방법을 묻자 “내가 출전한 경기 영상을 끝나자마자 바로 본다. 내가 뛰면서 느낀 게 몇 개 있다.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건데’라며 아쉬워한 장면을 다시 보고, ‘이렇게 했으면 되는구나’ 복기한다. 변한 점은 고액 연봉이 아닐 때 몸이 힘들면 쉬었다. 지금은 오히려 잘 못 쉰다. ‘쉬다가 몸이 무거워져서 다음 경기에 경기력이 안 나오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몸을 더 움직인다. 조금이라도 훈련을 하려고 하고, 쉬는 일정이라도 늘어져서 쉬지 않고 재활을 하거나 운동을 해서 땀이라도 빼서 항상 준비하고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고 했다.
2020~2021시즌과 2021~2022시즌에는 최저보수(3500만원)와 비슷한 4000만원을 받았던 한상혁(LG)은 FA 자격을 얻어 2022~2023시즌에는 200% 인상된 1억 2000만원에 계약했다. 한상혁은 “다른 팀에서도 연락이 왔지만, LG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예를 들어서 2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오르는 사람도 있을 거고, 1억 5000만원에서 4억 5000만원으로 가는 선수도 있을 거다. 내 생각에는 4000만원에서 1억 2000만원으로 오르는 게 더 크다고 느껴진다. 그 때 당시에는 너무 좋았다”며 “결혼을 앞두고 너무 잘 풀려서 행복했다.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이 달라졌다. 우스개소리로 저축을 하고, 부모님 용돈을 드리고, 와이프에게 생활비를 줘도 내가 받던 월급보다 많았다. 행복했었다(웃음). 진짜다”고 FA 계약 당시를 되새겼다.
한상혁은 직접 언급했듯이 LG가 아닌 다른 구단으로 이적도 가능했다. 한상혁은 FA 협상 당시 보수를 어느 정도 순위에 뒀는지 묻자 “금액은 다른 구단과 비슷했다. 엄청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며 “그 때는 복합적으로 고려할 게 많았다. 아시아쿼터 선수가 들어오는 시기였다. 나를 원하는 팀 중에서 아시아쿼터 선수를 1번(포인트가드)으로 뽑는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 것까지 종합적으로 고민했다”고 답했다.
한상혁은 FA 계약 이후 출전기회가 줄어 보수(1억 2000만원→9400만원→7500만원)도 점점 떨어졌다. 3년 전으로 되돌아간다면 다시 LG와 계약을 하고 싶을까? 한상혁은 “무조건이다. 더구나 우승(인터뷰는 챔피언결정 6차전 직전 이뤄졌음)한다면 더더욱 무조건이다(웃음). 솔직히 말해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왔을 때 우승을 안 해도 4강 플레이오프부터 원팀으로 분위기가 너무 좋았으니까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인간 욕심이 끝이 없었다. 1경기, 2경기, 3경기 이기니까 우승이 너무 간절해졌다. LG에게 10년에 한 번씩 기회가 온다는데 정말 10년 동안 이런 기회가 없을 수 있다. V1에 내 이름을 올릴 수 있어서 LG와 다시 계약하고 싶다”고 했다.
최성원(DB)은 2020~2021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었는데 상무(국군체육부대)로 입대했다. 군 복무를 하면 자동적으로 FA 자격은 연기된다. 최성원은 2022~2023시즌 중 제대 후 팀에 합류했고, 2023년 FA 시장에 나왔다. 대박을 터트렸다. 보수 9100만원에서 4억 원으로 단숨에 339.6%가 인상되었다. 참고로 시즌 중 복귀하는 제대 선수는 입대 전 인센티브를 제외한 연봉을 기준으로 선수로 활약하는 기간만큼 보수를 받는다. 당시 최성원이 제대 후 받은 금액은 3895만 80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수 인상률을 계산하면 926.7%다.
최성원은 군 복무를 마친 뒤 FA 계약을 맺었다고 하자 “군대를 가기 전에 1년 더 하고 가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상무 갔다 오면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선수가 많았다. 적응시간도 필요했다. 주위에서 많이 말렸는데 내가 다녀온 뒤 잘 할 자신이 있었고, 군 복무를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 제대 후 바로 FA라서 상무에서 더 열심히 했다”며 “군 복무를 할 때 여유가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나는 밖에 있을 때보다 안에서 운동을 더 많이 했다. 슈팅 훈련은 매일 했다. 힘에서 밀린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깊게 들어가면 2대2를 하다가 슛 쏘는 등 구체적으로 연습했다”고 상무 시절을 기억했다. 최성원은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2019~2020시즌) 보수가 45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깎였다. 그 때 FA 계약에서는 (4000만원) 뒤에 영을 하나 더 만들어보겠다는 말도 안 되는 목표(4억 원)를 세웠다. 남은 계약기간 2년 뒤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기부여를 하고 질책을 했다. ‘똑같은 밥 먹고 똑같이 농구를 하는데 나는 왜 이것 밖에 못 받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훈련했다. 그 당시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 목표를 이야기했다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거다. 말도 안 된다고 했을 건데 나 혼자 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FA 계약에서 4억 원보다 더 준다는 팀도 있었는데 내 목표인 4억 원을 준다는 팀(정관장)과 계약했다.”
보수 4억 원은 2023~2024시즌 기준 보수 상위 공동 17위다. 최성원은 “계약을 하고 집에 왔는데 4000만원에서 4억 원이 되기까지 그 중간에 힘듦이 다 생각났다. 그러면서 기분이 엄청 좋았고, 부모님도 좋아하셨다. 그렇지만, 그 때까지는 내 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음달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니까 그 때부터 ‘내가 많은 보수를 받고 있구나’ 느꼈다. 가족 외식도 맛있는 걸로 대접하고 그랬다(웃음)”며 “저연봉을 받을 때 고연봉을 받는 형들을 바라보는 게 있었는데 입장이 바뀌었다. 나보다 어리고 저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나를 보는데 그게 부담이 되더라. 훈련을 하고, 경기에 들어가니까 ‘내가 해줘야 하는구나’라며 팀에서 고액 선수라서 부담이 되긴 되었다. 그것 때문에 힘든 것도 있었다. 나도 경기를 지면 고액연봉자의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고, 팀 성적이 안 좋아서 마음이 무거웠다”고 고액 보수를 받는 선수의 애환을 털어놨다.
오재현(SK)은 2024~2025시즌 1억 원에서 3억 1000만원으로 보수 인상률 210%를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3명은 모두 FA 자격을 얻어 보수 인상률 1위를 차지했다. FA가 아닌 선수가 보수 인상률 1위에 이름을 새긴 건 2015~2016시즌 김종규(118.8%)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오재현은 2025년 FA 자격을 얻는다. SK가 이를 고려해 무리해서 보수를 대폭 인상한 것도 아니다. 오재현의 보수를 3억 원까지 고려했고, 보수 순위 30위를 맞추기 위해 조금 더 인상했다는 게 SK 입장이다.
2라운드에 지명되어 2021~2022시즌 보수 5000만원으로 시작한 오재현은 8000만원, 1억 원에 이어 3억 1000만원으로 고공 비행을 했다. 오재현은 “목표를 했던 게 (보수가) 절대 떨어지지 말자는 것이다. 처음부터 꾸준하게 오른 안영준 형처럼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니까 점점 더 절실하게 뛰게 되고, 더 욕심을 가졌다”고 보수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린 비결을 전했다.
고액 보수를 받아서 좋은 점을 묻자 오재현은 “실감이 나지 않다가 처음 월급을 받았을 때 ‘엄청 인상이 되었구나’ 싶었다”며 “후배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후배들에게 밥을 살 때 부담없이 사고, 뭘 먹거나 살 때 부담을 덜 느껴서 ‘많이 발전했구나’라고 여겼다(웃음)”고 했다.
많은 보수를 안긴 만큼 팀에서 바라는 게 더 늘어난다. 오재현은 “처음 협상할 때 ‘인상을 해준 게 나이만 어리지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바라는 게 더 많다’고 하셨다. 어떤 부분을 이야기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만큼 준비를 더 철저하게 했어야 한다. 많이 받는 만큼 절대 다치면 안 된다. 결과가 좋든 안 좋든 코트에서 보여줘야 팀에게 민폐가 안 된다. 최대한 안 다치고 플레이를 하자는 생각으로 더 준비했다”며 “선수들은 똑같겠지만, 1억 원에서 3억 원 이상 받는 선수가 되면 팬들도 나에게 더 기대하는 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1억 원을 받을 때와 똑같은 플레이를 하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1억 원을 받을 때는) 수비만 했다면 수비만 열심히 하라고 그 보수를 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리딩이나 공격에서 팀에 도움이 되려고 생각하고, 노력했다”고 달라진 역할을 설명했다.
이어 “오프 시즌 때 많은 부분을 노력했지만, 팀에 융화되는 게 먼저였다. 모든 선수들이 연습한 걸 경기 때 다 보여줄 수 없다”며 “우리 팀만 해도 김선형 형이 있고, 안영준 형, 오세근 형, 워니까지 공격력이 출중한 선수들 사이에서 내가 연습한 걸 어떻게 잘 녹이고, 융화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 팀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공격적으로 임할 때 팀에 도움이 될지 생각하면서 오프 시즌에서 연습을 더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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