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타마레이 듀오를 누가 막나요?
“비디오 미팅 시간이 평균 20분 되는데 LG를 상대로는 준비할 게 너무 많아 40분이 넘어갔다.” 1차전 앞두고 만난 전희철 감독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과정에서 칼 타마요를 향한 경계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실 SK는 정규리그에서 타마요를 잘 막았다. 6번 만나 평균 10.8점으로 묶었다. 타마요가 기록한 특정 팀 상대 최소 득점이었다. 그런데도 역부족이었다. 오세근과 최부경의 느린 발을 손쉽게 공략했다. 3점슛 감각까지 불을 뿜었다. 급기야 SK는 타마요를 막기 위해 경기 막판에 안영준까지 수비수로 나서는 변칙을 주기도 했다. 이 모든 견제를 이겨내고 24점 3점슛 4개 10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1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이 활약 뒤에는 아셈 마레이도 있었다. 19점 14리바운드 4어시스트 5스틸로 골밑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매치업 상대였던 자밀 워니의 야투율을 43%(9/21)까지 떨어뜨린 것도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 조상현 감독 역시 “워니(21점) 득점을 20점 내외로 묶고 싶었는데 이 점이 잘 됐다. SK 득점을 70점 밑으로 제어하면 쉬운 경기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고 짚었다. 덕분에 LG는 창단 첫 우승을 향한 첫발을 기분 좋게 내디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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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말말말
승장 조상현 감독 “준비했던 방향대로 잘 됐다. 수비부터 트랜지션, 리바운드(42-37) 등 모든 부문에서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잘 해줬다. 속공으로 30점 가까이 내는 팀이다. 2점밖에 주지 않았다는 게 고무적인 부분이다. 영상 다시 보면서 수비가 되지 않았던 부분, 공격 매치업 방향 등을 다시 점검해서 2차전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 1차전 했다. 간절하게 준비해서 잘 마무리하겠다.”
패장 전희철 감독 “아쉬움이 많이 남은 경기다. 타마요에게 많은 실점을 허용했다. 중요한 건 3점슛 시도 자체가 안 좋은 형태로 나갔다. 2쿼터에 타마요와 허일영에게 연거푸 3점슛을 맞은 부분에서 분위기를 넘겨줬다. 안 좋았던 모습이 다 나왔다. 수비는 70~75실점 예상했다. 공격력에 문제가 많았다. 실책도 많았고, 쉬운 슛도 놓쳤다. 2차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선수들이 져서 속상한 건 알겠는데, 어두운 분위기가 아닌 조금 더 밝은 모습으로 2차전을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양 팀 모두 필리핀 선수가 최다득점, 하지만 무게감이 달랐다
전희철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기에 대한 플랜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감독이지만, 2차전 직전에는 고메즈 델 리아노의 고 자도 꺼내지 않았다. 그만큼 예상치 못한 용병술이었지만, 변칙은 열세에 놓인 팀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꺼내는 카드다. 김선형, 오재현으로 활로를 찾지 못한 SK로선 고육지책이었는데 고메즈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돌파력과 볼핸들링 능력은 준수하지만, 2대2를 능수능란하게 전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수비력 역시 약점이다. 그럼에도 3점슛 3개 포함 팀 내 최다인 19점을 기록하는 등 제 몫을 했지만, SK는 71-76으로 패했다. 적장 조상현 감독 역시 예상치 못한 전략이었지만, LG 입장에선 ‘땡큐’였다. “고메즈가 나오는 건 예상 못했지만 오히려 워니의 공격 횟수는 줄었다”라는 게 조상현 감독의 설명이었다. 실제 1차전에서 21개의 야투를 던지며 21점을 올렸던 워니는 2차전에서 야투 16개 시도 17점에 그쳤다. 반면, 칼 타마요는 펄펄 날았다. ‘붙으면 파고 떨어지면 던지는 농구’의 정석을 보여주며 27점을 올렸다. 커트인을 통한 득점도 쏠쏠했다. 특히 승부처인 4쿼터에 10점을 몰아넣으며 LG의 신승에 앞장섰다. 고메즈, 타마요 모두 팀 내 최다득점이었지만 경기에 끼친 무게감은 차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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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말말말
승장 조상현 감독 “2승은 보험이다. 3차전부터 다시 준비하겠다. 일단 (창원에)내려가면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겠다. 훈련을 더 한다고 크게 바뀌는 건 없다. 영상 미팅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SK는 더 강하게 나올 것이다. 선수들이 그 부분을 인지해야 하고, 수비력이 약한 선수를 상대로 더 강하게 공격할 필요도 있다. 수비는 너무 잘해주고 있다. 타마요에게는 수비에서 주문하는 게 정말 많은데 젊은 선수인데도 내가 짜증 내는 부분까지 다 받아준다. 수비 시스템에 더 적응한다면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패장 전희철 감독 “선수 탓을 하고 싶진 않다. 선수들의 부진은 다 내가 안고 가겠다. 타마요를 막기 위해 워니를 활용한 스위치 디펜스까지 생각했지만, (안)영준이가 3파울에 빨리 걸리면서 계획이 꼬였다. (최)부경이의 컨디션도 안 좋았다. 고메즈가 스위치 디펜스에 익숙한 선수도 아니다. 2쿼터에 국내선수들이 답답한 모습을 보여 마지막 카드(고메즈)를 썼지만, 수비 훈련을 많이 맞춰본 게 아니라 제약이 따랐다. 수비보단 공격에서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수비왕 마레이, 득점도 MVP 워니보다 많았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2차전을 모두 이긴 사례는 13번이었다. LG가 14번째. 지난 13번의 사례 중 3차전마저 승리한 경우는 4번이다. 즉, 3차전 승률은 LG가 30.8%(4/13), SK가 69.2%(9/13)다. 더구나 LG는 조상현 감독이 부임한 뒤 최근 3시즌 동안 SK와 홈 경기에서 플레이오프 포함 1승 10패, 승률 9.1%로 부진했다. 이전 자료를 참고하면 LG가 3차전에서 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LG는 2014년 이후 11년 만에 ‘FINAL’이 새겨진 창원체육관에서 기분 좋게 훈련을 마쳤다. 타마요의 장포 한 방에 조상현 감독이 선수단 전체에게 커피를 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노랗게 물들인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에도 3차전 출발은 좋지 않았다. 양준석의 점퍼 이후 연속 11실점하며 2-11로 뒤졌다. 작전시간을 불러 흐름을 바꿨다. 마레이가 역전의 선봉에 섰다. 2쿼터에서는 양준석과 칼 타마요의 활약을 앞세워 47-35로 점수 차이를 벌렸다. 승기를 잡은 LG는 4쿼터 한 때 21점 차이로 앞선 끝에 3차전마저 웃었다. 전희철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타마요와 마레이가 40점 이상 계속 올리는데 그걸 30점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마레이와 타마요는 이날 38점을 합작했다. 특히, 마레이는 20점을 올렸다. 외국선수 MVP이자 득점왕 워니의 18점보다 더 많았다. 마레이가 KBL 데뷔 후 워니와 맞대결에서 득점을 더 많이 올린 건 4번이며, LG는 3승 1패를 기록했다. 덧붙여 LG는 플레이오프 기준 마레이가 13리바운드 이상 기록한 경기에서 8전승 행진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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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말말말
승장 조상현 감독 “경기 초반 출발이 안 좋아서 힘든 경기가 예상되었다. 리바운드나 수비 활동량, 수비 변화를 중간중간 많이 가져갔는데 선수들이 잘 이행했다. 잡아달라고 했던 속공(7개 허용)을 내준 건 아쉽지만, 그래도 수비에서 63점으로 묶는 힘을 냈다.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있다. 주축 선수들이 35분 이상 뛰었다. 저도 빨리 끝내고 싶지만 독이 될 수 있다. 선수들의 체력 관리, 출전시간을 어떻게 가져갈지 내가 고민해야 한다. 바람은 일찍 끝내고 싶지만, 선수들과 잘 준비하겠다.”
패장 전희철 감독 “최선을 다한 경기인데 경기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선수들이 주문한 건 잘 이행을 해줬다. 수비에서 여러가지 변칙을 사용했는데 그 변칙수비가 잘 먹히지 않았다. 전술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진다. 대신 스피드를 올려달라고 하고, 3점슛에 의존하지 않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농구를 하자고 했는데 반의 성공이다. 선수들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잘 따라줬다. (5차전이 열리는) 서울로 가도록 4차전을 해보겠다. 선수들도 경기가 끝나고 스윕을 당하지 말자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
분위기 반전,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
조상현 감독은 3차전 3쿼터 3분 1초 남기고 61-47로 앞설 때 작전시간을 부른 뒤 “쉬라고 불렀어. 쉬어, 쉬어, 쉬어”라고 했다. 3차전에서 17점 차이로 이겼지만, 이 때 나온 한 마디는 큰 파장이 될 수 있다. 시리즈 결과와 상관없이 객관적 전력상 LG가 SK에게 뒤진다. 가용 인원도 적다. 그래서 휴식을 줄 수 있지만, ‘쉬어’는 밖으로 나오면 안 되는 단어다. 매 경기 똑같은 속옷과 양말까지 입는 징크스를 만들어 간절함을 보여주는 조상현 감독의 여유 넘치는 한 마디가 아주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 나비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더구나 SK는 3차전에서 SK답지 않게 34개나 던지던 3점슛을 25개로 줄였고, 장기인 속공도 평균 3개에서 7개로 늘렸다. SK 경기력이 하락세에서 살아날 때 LG는 여유를 부렸다. 대부분 LG의 우승 확정을 예상한 4차전에 영향을 미쳤다. 전희철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 “오늘이 마지막 경기일 수 있지만, 오늘이 3연패 후 역스윕을 하는 새로운 경기가 될 수 있다”며 “마레이와 타마요가 멀리 나가서 볼을 잡도록 디나이와 푸시를 해달라고 했다. 운이라는 게 결국 실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온다”고 수비 변화를 주면서 선수들에게 LG보다 한 발 더 뛰는 농구를 주문했다. 3차전처럼 4차전도 11-2로 시작한 SK 선수들은 전희철 감독의 주문을 그대로 따랐고, LG를 챔피언결정전 한 경기 최소 득점인 48점으로 묶고 스윕을 막았다. 김선형은 “1승만 하면 분위기 반전이 일어난다”고 했다. 4강 플레이오프부터 경기 내용이 안 좋았던 SK는 반등의 계기가 된 1승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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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말말말
승장 전희철 감독 “1승이 정말 힘들다. 선수들도 답답했을 건데 혈이 뚫리는 느낌이다. 한편으론 SK 나이츠가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원래 팀으로 돌아왔다. 경기 들어가기 전에 선수들에게 컨디션이 우리는 하락세일 때 LG는 상승세에서 만났기 때문에 많은 차이를 느끼는 걸로 보인다고 했다. 그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오늘 털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을 100% 소화했다. 컨디션만 떨어지지 않으면 5차전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패장 조상현 감독 “경기 초반 준비한 게 안 나왔다. 완패지만, 1경기를 진 거다. 경기 초반 수비에서 SK는 강하게 나오고 우리는 약하게 나가서 주도권이 SK로 완전히 넘어갔다. 3점슛이나 4번(파워포워드)에서 득점이 나왔어야 하는데 거기서도 밀려서 경기 결과가 많이 안 좋다. 긍정적으로 보면 플레이오프에서 SK라는 팀에게 스윕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선수들과 잘 추슬러서 남은 경기에서 꼭 승리하겠다.”
국내선수 MVP 품격 보여준 안영준
챔피언결정전 들어 안영준은 부진했다. 정인덕의 수비에 꽁꽁 묶여 고전을 면치 못했다. SK가 3연패를 당한 3차전까지 평균 9.0점 4.7리바운드 1.3어시스트에 그쳤다. 득점이 너무나 저조했다. 4차전에서 13점으로 살아난 그는 5차전에서 완전히 폭발했다. 21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로 맹활약하며 SK의 30점차 대승을 이끌었다. 3점슛 3개를 던져 2개를 적중시키는 등 야투 12개 중 8개가 림을 갈랐다. 경기 후 그는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 괜찮다. 사실 부담감을 잘 느끼지 않는데 앞선 경기에서 부진하다보니 부담감이 쌓이더라. 동료들이 나를 믿고 플레이하는데 내가 못 해주니까 부담감이 생긴 것 같다”며 마음고생을 고백하기도 했다. 안영준이 살아나자 SK의 강점인 속공도 살아났다. 7개의 속공을 기록하는 등 속공 득점에서 12-2로 LG를 압도했다. 외국선수 듀오 자밀 워니(17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와 아이재아 힉스(16점 7리바운드 2어시스트)는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반면, LG는 시리즈 내내 부진하던 유기상(14점 3점슛 4개 3리바운드)이 살아났지만 칼 타마요가 8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부진한 것이 뼈아팠다. 4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도 대패를 당하며 시리즈 분위기를 SK에 완전히 넘겨줬다.
조영두 기자의 한 줄 평_5차전을 보고 확신했다.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은 무조건 7차전까지 가겠다고.
감독 말말말
승장 전희철 감독 “우리 팀이 4, 5차전까지 8쿼터를 다 이겼다. 그게 너무 좋다. 워니가 경기를 이기려고 하지 말고 10분씩 이기자고 했다. 경기를 4번 이겨야 되니까 나중을 보지 말고 하나씩 보자는 뜻이었다. 1, 2쿼터에 상대가 강하게 나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밀리지 않고 2쿼터에 점수 벌리는 모습 보고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리듬을 찾은 것 같다.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게 승리의 원동력이다.”
패장 조상현 감독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 내가 준비를 잘못했다. 빨리 분위기 전환해서 창원해서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슛 쏘는 과정이 나빴다고 생각한다. 무리한 슈팅이 나왔다. 나오는 공에 대해 돌파를 할 줄도 알아야 되는데 터프샷이 계속 나왔다. 코트 밸런스가 맞는 슛이 나왔어야 한다. 때문에 속공을 많이 줬고, 분위기 싸움을 내줬다.”
창보다 방패가 빛난 SK, 역대 7번째 7차전 간다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은 “이론상 잘못된 건 없지만,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있다. 우리나라 농구 대표팀이 올림픽에서 미국 대표팀을 꺾는다거나…”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전희철 감독도 “농구가 이변이 없는 종목 중 하나다. 한국이 미국을 절대 못 이긴다”고 했다. 확연한 전력 차이를 극복하는 건 어려울지 몰라도 시리즈 흐름은 극과 극으로 바뀔 수 있다. SK가 그것을 보여줬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3차전까지 내리 패한 팀들은 모두 4차전도 내주며 스윕을 당했지만, SK는 시리즈를 역대 7번째 7차전까지 끌고 갔다. 더구나 6차전에서 플레이오프 통산 전반 최소인 17점만 내주는 등 4차전부터 6차전까지 3경기 평균 실점은 51.7점이었다. 3경기 연속 60점 미만 실점(48-56-51)은 플레이오프 최초다. 정규리그에서도 2번 밖에 안 나온 기록이다. SK는 3연패 뒤 4연승이란 NBA와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없었던 최초의 역사를 쓸 기회를 잡았다. 6차전에서 우승 확정을 바랐던 조상현 감독은 “오늘은 선수들이 바꿔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5명이 체력 문제가 없으면 마지막이라고 여기며 밀어붙일 생각이다”며 6차전에 임했음에도 마지막 2분을 못 버티고 고개를 숙였다. 실제로 양준석과 유기상은 40분을 모두 뛰었다. 그럼에도 최악의 전반을 뒤로 하고 후반에는 12점 열세를 뒤집었다. SK 수비 파훼법을 찾은 LG는 패배 속에 희망을 그렸다. 전희철 감독도 “3쿼터에서 우리 선수들이 그렇게 지친 건 처음 봤다. 지쳐서 트랜지션 게임에서 상대에게 슈팅 기회가 많이 났다”며 “슈팅력이 있는 LG 선수들이기 때문에 7차전에서 조심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이재범 기자의 한 줄 평_마지막 2분 승부처를 지배한 워니, 위니를 빛나게 만든 조력자 김태훈
감독 말말말
승장 전희철 감독 “너무 기쁘다. 양팀 모두 절실하게 뛰었다. 진흙탕 싸움이었다. 선수들에게 짧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 사례가 없어서 우리는 0%의 자리에 있는 게 맞지만 이제 50대 50이라고 했다. 4차전이 분기점이었다. 자신감을 찾고 경기력을 올렸다. 기록을 세울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놨으니 우리가 목표로 했던 챔피언 반지를 끼기 위해서 홈에서 7차전을 잘 해보자고 했다. 선수들을 믿고 가야 한다. 오늘도 4쿼터 3점을 지고 있을 때 선수들이 다 풀어줬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7차전도 선수들이 잘 해줄 거라고 믿는다. 숟가락 제대로 얹었다.”
패장 조상현 감독 “아쉽다.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 이런 경기를 통해서 선수들이 성장을 했으면 한다. 결과는 감독이 책임진다. (후반에는) 5대5에서 SK 수비를 우리 선수들이 뚫기 힘들어서 트랜지션을 계속 강조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정신력 싸움이다. 오늘도 결국 마지막에 실책 하나가 너무 커보인다. 선수들과 잘 추슬러서 마지막 7차전을 준비하겠다.”
타마요? 마레이? 어 허일영…?
결국 통산 7번째 챔피언결정전 7차전이 펼쳐졌다. 단기전 특성상 양 팀에서 나올 수 있는 패는 없다고 봐야 했다. 그렇기에 누가 더 덜 지치고, 강한 집중력을 유지하는지가 중요했다. 이날 경기 역시 승부는 경기 막판이 돼서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LG 승리를 이끈 이는 타마요도 마레이도 아닌 허일영이었다. 25분 32초를 뛰며 3점슛 4개 포함 14점 5리바운드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승부처였던 4쿼터에 터진 외곽포 2방은 그동안 쌓인 마음고생을 털어내고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득점에 해당했다. 물론 이대로 물러날 SK는 아니었다. ‘성장캐’ 김형빈이 3점슛 2개를 연속으로 꽂는 깜짝 활약을 펼치며 거세게 추격했으나 승부를 바꾸진 못했다. 경기 종료 후 공식 인터뷰를 위해 기자회견실을 꽉 채운 기자들은 곧바로 챔피언결정전 MVP 투표 결과를 통보받았는데 모두가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타마요? 마레이? 아닌 허일영이었다. 창단 28년 만에 이뤄낸 첫 우승. 그랬다. 2025년 창원의 봄은 그 어느 때 봄보다 따스하게 추억 속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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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말말말
승장 조상현 감독 “감정이 참….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5월이다. 4강 플레이오프부터 조동현, 전희철 감독님을 만나면서 농구를 다시 배웠다. 힘든 시즌이었다. 시작도 좋지 않았다. 계획했던 거와 달라 고민이 진짜 많았다. 믿고 따라준 선수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낸다. LG에서 선수 생활도 해 애사심이 있었다. 리더가 되어 처음으로 팀을 챔피언으로 만들었다는 게 너무 좋다. 난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다. 프런트, 코치 등에게도 감사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 또한 노란 물결을 만들어 준 '세바라기' 팬들에게도 어떤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감사드린다.”
패장 전희철 감독 “결과는 아쉽지만 우리 선수들 너무 열심히 해줬다. 상대였던 LG와 7차전까지 가는 재밌는 승부를 펼치며 이슈도 많이 만들어 낸 것 같다. 우승 축하한다고 전해주고 싶다. 조상현 감독이 후배지만 경기를 잘 만들었다. 시리즈 전체를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끝까지 잘해줬다. 내가 부족했다. 다음 시즌에는 SK가 항상 강팀이라는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
#사진_점프볼DB(문복주, 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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