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홍성한 기자] "이 정도로 기준이 없어요."
19일부터 KBL FA(자유계약선수) 시즌이 개막했다. 인원은 총 52명이다. 허훈(KT), 김선형, 안영준(이상 SK) 등 굵직한 대어들이 가득하다.
이번 여름 가장 큰 변화는 에이전트의 등장이다. 그동안 에이전트를 두고 있는 선수들은 조금씩 있었지만, 협상에 활용되지 않는 위축된 분위기 탓에 제대로 이용된 경우는 사실상 없었다.
참고로 KBL은 FIBA(국제농구연맹) 공인 에이전트 자격증 소지자, 그리고 변호사를 대상으로만 에이전트 활동을 인정하고 있다.
에이전트에 소속된 선수들이 증가함에 따라 KBL도 관련된 규정을 조금 더 명문화 하기로 했다. 에이전트가 협상을 완료했을 경우 계약서에 관련된 사항을 명시하기로 한 것. "10개 구단에 이 내용을 전달한 상황이다. 외국선수 계약과 비슷하다. 에이전트와 함께하는 선수가 많아져 우리도 내용을 자세히 다듬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는 게 KBL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선수 시선에서 에이전트는 분명 활용도가 높다.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무엇보다 구단과 연봉 협상, FA 계약 건 등에서 직접 만나 얼굴 붉힐 일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건 전문성 있는 에이전트를 만났을 때 이야기다.
지난 4월 종료된 WKBL FA 시장에서 일부 선수가 에이전트를 선임해 협상에 나섰다. WKBL에서 에이전트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첫 사례였다. 해당 에이전시는 KBL 선수들도 속해 있는 같은 에이전시다.
그런데 협상에 나섰던 WKBL 구단 관계자는 볼멘소리를 토로한다.
A구단 관계자는 "특별한 건 하나도 못 느꼈다. 우리는 연봉 책정에 대한 근거 자료를 다 준비해서 나오는데 A4 종이 1장을 들고 오지 않았다. 데이터, 자료 없이 말로만 금액 이야기를 한다. 이 정도로 기준이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 상태면 구단 관계자인 내가 봐도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느꼈다. 우리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프로스포츠에서 에이전트 제도는 거스를수 없는 시류다. 시기가 한참 늦었지만 KBL도 비로소 문을 열었다. 자신의 가치를 높여줄 최고의 동반자를 만날지, 선수의 가치를 이용해 자신의 배를 불리려는 사람과 함께할지, 이제 선택은 선수들의 몫이다.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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