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플레이오프가 막 돌입했던, 그러니까 4월 중순 정도였던 것 같다. 시즌 끝나면 기분 전환 겸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 항공편과 숙소를 예약했는데, B.리그는 버킷리스트에 없었다. 막연히 B.리그는 시즌이 끝났겠거니 싶어서 요미우리 자이언츠 경기를 보고 올 생각이었다.
소 뒷걸음치는 격으로 쥐를 잡았다. 마침 B.리그는 27일에 파이널 3차전을 편성했고, 우츠노미야 브렉스와 류큐 골든킹스의 시리즈가 3차전(B.리그는 3전 2선승제)까지 돌입한 덕분에 B.리그 우승팀이 결정되는 경기를 직관할 수 있었다.
물론 티켓팅이 먼저! B.리그 파이널의 티켓 가격은 어마어마했다. 벤치 옆자리는 무려 10만 엔(약 95만 원)에 달했다. 그 정도 자리를 살 배짱도, 여유도 없지만 여행은 돈 쓰려고 다니는 거 아닌가? ‘기왕 외국까지 와서 보는 거 가까이에서 봐야지’라는 마음에 지인을 통해 2만 7000엔 짜리 1층 좌석을 구매하려 했는데, 1~2층은 눈 깜짝할 사이 ‘순삭’됐다.
‘울며 겨자 먹기’로 7400엔에 판매된 3층 좌석을 예매했는데 나름대로 괜찮았다. 고양 소노 아레나 기자석보다 조금 멀게 느껴지는 정도여서 경기를 보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경기장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었고, 벤치 맞은편이어서 생동감 넘치는 선수들의 표정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참고로 파이널은 양 팀의 홈구장이 아닌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렸다. 중립 경기지만, 국내에서 가장 넓은 경기장인 잠실체육관에서 중립 경기를 치렀던 KBL과는 개념이 다르다. B.리그는 2년 전 파이널 개최지를 발표하고, 이에 발맞춰 마케팅을 전개한다. 개인적으로 파이널은 양 팀 홈에서 치르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직접 보니 이 방식 역시 올스타게임 같은 축제 분위기 속에 치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요코하마 아레나는 1989년 개장해 30년이 훌쩍 넘은 경기장이지만, 콘서트 등 공연이 주로 열려서 어느 각도에서도 탁 트인 시야가 인상적이었다. 좌석은 최대 1만 7000명까지 설치될 수 있으며, 파이널 3차전에는 1만 3159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다 좋았는데 자리를 잘못 잡았다. 하필 류큐 응원단 가운데 핀 청일점이었다.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고 고 킹스!(처음에는 햄버거 브랜드로 들렸다)”, “디펜스!”를 너무 우렁차게 외치셔서 우츠노미야가 3점슛 넣을 때마다 좋아하는 티도 못 냈다.
B.리그의 경쟁력(비단 경기력뿐만 아니라 수익 구조까지 포함한 얘기다)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사실 챔피언결정전만 놓고 보면 KBL 팬들의 열기도 못지않았다. 오히려 팀이나 선수 응원가를 떼창 할 때의 데시벨은 B.리그 파이널보다 챔피언결정전이 더 높았다고 자신한다.
다만, “디펜스!”를 연호할 때만큼은 B.리그가 더 생동감 넘쳤다. KBL 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를 치를 때 기계음으로 ‘디펜스’를 대체했는데, 코로나 시국이 한참 지난 2024-2025시즌까지도 대부분의 팀이 수비 상황에서 기계음이 섞인 ‘디펜스’를 틀어놓았다.
팬들이 “디펜스!”를 직접 외칠 때의 데시벨이 충성심의 척도나 다름없다는 걸 감안하면, 개인적으로 KBL 응원 문화에서 아쉽다고 느껴지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B.리그 우승팀이 결정된 파이널을 보며 인기 팀인 LG와 SK가 맞붙었던 챔피언결정전도 “디펜스!”가 육성만으로 채워졌다면 경기장의 열기가 더 후끈 달아올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_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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