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5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시즌이 끝난지 약 2주가 지났는데 어떻게 지냈는지?
계속 시즌의 연속인 것 같다(웃음). 감사한 분들께 인사드리러 다니고 시간 내서 (부산) KCC 응원도 다녀왔다. 최근에는 W리그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을 보러 일본에 갔다. W리그 경기를 보고 싶었고, WKBL에 아시아쿼터 제도가 있으니 일본 선수에 관한 정보도 얻었다.
우승 소감은?
어떻게 지냈는지 모를 정도로 치열한 시즌이었다. 정규리그 때 긴 시간 동안 1위를 하기도 했고, 중간에 위기를 겪었다. 플레이오프도 치열한 승부의 연속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다. 팀에 변화가 많았는데 새로운 조합으로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면서 배우고 느낀 시즌이었다. 선수들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선수 시절 우승했을 때와 느낌이 다른지?
선수 시절에는 내가 직접 뛰어서 이뤄낸 우승이었다. 그래서 팀보다 개인에 더 집중하면서 경기를 치렀다. 감독으로서 우승은 하나부터 열까지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준비 과정이나 모든 것들이 선수 때와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크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박혜진, 김소니아를 영입하며 우승을 위한 멤버를 꾸렸는데?
지금 이렇게 놀고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작년 이 시기에 정말 바빴다. 박혜진, 김소니아가 와서 전력이 완성됐다고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약점도 있었다. 빅맨 없는 농구에 대한 걱정이 컸다. 선수 시절에도 그렇고 항상 빅맨과 함께 농구를 했는데 갑자기 스몰볼로 바뀌었다. 걱정과 더불어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해서 기대감도 있었다. 워낙 좋은 멤버들이라 부담감도 컸던 게 사실이다.
시즌을 준비하며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뒀는지?
감독 부임 후 첫 시즌에 플레이오프를 갔고, 두 번째 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그리고 최하위를 해서 세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안 되겠다 싶어서 변화를 확실하게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FA(자유계약선수) 영입에 집중했다. 마침 같은 연고지를 쓰는 KCC의 우승을 보면서 더욱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시즌 초반부터 BNK가 선두를 달렸는데?
사실 너무 불안했다. 오프시즌 팀 훈련을 하는데 워낙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고, 아시아쿼터선수도 새로 왔기 때문에 조합을 맞추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 근데 예상보다 시작이 좋았다. 우리 팀이 잘한 것보다 다른 팀들이 호흡이 맞지 않고 불안정했다. 분명 상대팀들이 더 나아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기고 미팅을 하면 고쳐야 할 점이 많았다. 1위를 오래 유지하긴 했지만 그만큼 피로도가 컸다.
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1위라면 거기에 걸맞은 경기력이 나와야 하는데 계속 수정하면서 맞춰가는 상황이었다. 의도치 않게 1위를 한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상대 팀은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서 1위지만 1위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시즌을 치렀다. 막상 선두를 달리고 있어도 기쁘지 않았다.
시즌 중반 박혜진, 이소희가 부상을 당하며 위기가 찾아왔는데?
혼자서 갈등을 많이 했다. 1위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계속 선두를 달리고 있어서 좀 더 밀어붙여야 될지, 길게 봐야 될지 고민이 많았다. 지도자로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내 성격이 나왔다. 눈앞의 1위를 봤을 때 무리해서라도 박혜진, 이소희를 뛰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조절을 잘 못해줘서 선수들이 아팠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을 통해 경기 운영 면에서도 많이 배운 것 같다.
정규리그 1위를 하지 못해 아쉽지 않은지?
정규리그 1위는 꾸준해야 된다. 시즌 중반에 부상 선수가 나왔고, 나의 경기 운영에서 아쉬움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 느낀 점이 많았다. 앞선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벤치 멤버들이 기회를 받았고, 성장도 할 수 있었다. 정규리그에서도 좀 더 운영을 잘했다면 탄탄한 팀을 만들 수 있었지만 시즌 중반까지 식스맨 활용도가 크지 않았다. 그럴 때 김소니아, 안혜지, 이이지마 사키가 풀어줬다. 식스맨들도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잘 버텨줬다. 몇몇 분들은 우리 팀 순위가 더 내려갈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 그래도 2위를 했으니 다행이다.
용인 삼성생명과의 플레이오프는 쉽지 않았다.
우리 팀이 용인에서의 경기가 전패다. 선수들의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나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웃음). 그래도 선수들을 믿었다. 우리 농구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규리그 2위를 끝까지 지키려고 한 게 플레이오프에서 홈 어드벤티지가 있기 때문이다. 5차전에서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지만 선수들을 믿었다.
아산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는데?
빅맨이 있는 팀보다 매치업이 잘 맞기 때문에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위성우 감독님, 전주원 코치님이 계셔서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수비 로테이션 빈틈을 잘 노리는 팀이다. 수비에 대한 변화도 줄것이고… 혼자서 뭘 준비해서 나올지 계속 생각했다. 수 싸움이 강한 팀이라 영상을 많이 보며 고민했다.
3차전 4쿼터 막판 박혜진의 3점슛이 결정적이었다.
스몰볼 농구를 하다 보니 박혜진이 주로 스크린을 많이 걸어줬다. 시즌 초반에는 많이 버벅 거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맞아가더라. 선수들도 코트에서 계속 맞춰가려 했다. 박혜진이 스크린을 걸었을 때 안혜지 수비수가 슬라이드를 하면 박혜진이 팝 아웃을 해서 던지는 찬스가 많이 났다. 둘이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잘 만들어냈다. 3점슛이 들어갔을 때 아무 생각은 없었다. 그 다음을 생각했다. 나는 사실 시리즈가 재미없는 줄 알았다. 너무 경기에 몰입하다보니 재미를 몰랐다. 근데 주변에서 재밌는 경기를 봤다고 해주시더라. 시간이 지나서 영상을 보니 재밌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걱정했던 게 스몰볼을 하며 스크린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을 때 본인이 좋아하는 농구를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패스보다 공격을 많이 가져가야 된다고 주문했다. 오프시즌 시행착오도 있었다. 공격을 하라고 하니까 패스 타이밍이 늦더라. 그래서 나중에는 패스 연습을 하라고 할 정도였다(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본인의 공격과 더불어 패스까지 되면서 한 단계 더 올라선 것 같다.
WKBL 최초 선수-감독으로 우승을 기록했다.
사실 코치들도 선수-코치 최초의 우승으로 같이 묶어 가려고 했다. 근데 전주원 코치님이 계시더라(웃음). 너무 영광이고 감사할 따름이다. 우승의 의미가 더욱 큰 것 같다. 그만큼 책임감도 더 느끼고 있다.
여자 지도자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은데?
처음 감독이 됐을 때 여자 지도자보다 지도자로서 경쟁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성별을 떠나서 지도자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다만 나는 WKBL에서 뛰었기 때문에 더 잘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편견 없이 똑같은 지도자로 봐주신다면 리그가 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정상을 지키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은데?
맞다. 우승 후 즐기고 싶은데 다들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더라. 플레이오프에서 내가 원하는 농구가 나왔는데 이걸 가져가면서 더 발전시켜야 한다. 사키가 중요한 역할을 해줬는데 다음 시즌에 함께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그 조각을 내가 키워야 한다. 온전히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시즌 구상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시아쿼터선수가 팀의 중심이 되면 편하겠지만 사키의 빈자리를 국내선수가 채워줬으면 한다. 국내선수의 부족한 부분을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채우도록 가야 한다. 팀에 김민아, 심수현, 변소정, 박성진, 김정은까지 어린 선수들이 많다. 언니들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우리 팀에 중요한 조각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좋은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 아직 창단한지 6년 밖에 안 된 막내 구단이다. 내가 선수 시절 있었던 삼성생명처럼 전통 있는 구단의 길로 갔으면 한다. 전통의 명가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BNK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정말 많은데 팬들과 함께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
# 사진_문복주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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