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선수의 능력, 코치의 열정, 학교의 지원... 2025년 강원사대부고가 달라진 이유

조원규 기자 / 기사승인 : 2025-05-30 08: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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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국대회 무승, 올해는 벌써 8승
봄철 대회 8승 5패로 역대 최고 성적
4강에 가고, 좋은 대학도 가고 싶어요

“강원사대부고가 좋아요.”

프로농구가 치열한 순위 다툼을 펼쳤던 겨울, 아마농구는 다가올 시즌을 준비했다. 중고등학교 농구의 시즌 개막은 춘계연맹전이 열리는 3월이다.

겨울방학은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기다. 선수들은 전지훈련과 연습경기로 분주하다. 그 과정에서 ‘어느 팀이 좋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강원사대부고도 그랬다. 올해는 다르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 시즌 전국대회에서 1승도 없었던 팀이다. 예선에서 만나면 다른 팀 지도자를 웃게 했던 팀이다. 그래서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라는 회의의 시선도 있었다.

▲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그런데 진짜 달랐다. 3월 해남에서 열린 춘계연맹전. 강원사대부고는 여수화양고, 계성고를 연파하고 일찌감치 결선 진출을 확정했다. 다음 대회는 3전 전승으로 예선을 통과했다. 강호 광신방예고도 제물이 됐다.

그러나 16강이 한계로 보였다. 춘계는 용산고, 협회장기는 휘문고의 장벽에 막혀 16강에서 대회를 마감했다. 위안이라면 휘문고와 2쿼터까지 45-52의 접전을 펼쳤다는 점이다.

 


시즌 세 번째 대회인 연맹회장기. 역시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협회장기 4강 팀 배재고가 강원사대부고의 제물이 됐다. 이번에는 두 번 연속 가로막힌 16강 장벽도 넘었다.

8강 상대는 안양고. 지금까지 이겼던 서울팀들과 전력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큰 경기 경험의 차이가 있다. 강원사대부고의 마지막 전국대회 4강은 2008년 연맹회장기다. 무려 17년 만의 도전이다.

경험의 차이를 넘지 못했다. 4강 문턱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희망을 봤던 봄이다. 전국대회 성적 8승 5패. 3개 대회 연속 결선 진출. 이제 강원사대부고를 만나서 웃을 수 있는 팀은 없다.

강원사대부고는 3학년이 4명이다. 매 경기 풀타임 가까이 코트를 지키는 그들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봄꽃이 흐드러진 5월, 봄내(春川)에 희망을 선물한 4명의 전사를 만났다.

▲ 봄내에 희망을 스케치하다

Q)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박조영: 안녕하세요. 분위기를 맡고 있는 박조영입니다. [분위기요?] 얘들끼리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듭니다(웃음).
박한이: 파이팅을 맡고 있는 박한이입니다. 파이팅 있게 많이 뛰고 운동할 때나 경기할 때 토킹을 많이 합니다.
이찬희: 어벙함을 맡고 있는 이찬희입니다. 코치님이 하라는 걸 정말 열심히 합니다. 가끔 어설프거나 정반대로 해서 웃음을 줍니다.
임은택: 장난을 담당하는 임은택입니다. 서로 친해지기 위해 장난을 많이 칩니다.


▲ 3점 슛에 일대일 능력도 갖춘 박조영.


Q) 언제 처음 한 팀이 됐어요?
박한이: 저와 (박)조영이, (이)찬희는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했어요. 남부초등학교와 춘천중학교를 다녔고요, 초등학교 때는 성적이 좋았는데 중학교 때 성적이 떨어졌습니다. 다시 끌어올리는 중입니다. [왜 성적이 떨어졌어요?] 평균 신장이 작아서 빅맨 있는 팀에게 고전했어요. 너무 공격 지향적인 농구를 하기도 했고요.
임은택: 저는 (정병호) 코치님 따라왔어요. 중학교 3학년 때 많이 다쳤죠. 여기에 오면 많이 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지금 있는 친구들이 잘하는 친구들이에요. 같이 뛰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박조영: (임)은택이를 초등학교 때부터 봤어요. 연습경기도 했죠. 귀엽게 보였는데 경기 중에는 에이스 역할을 했습니다.

Q) 지금도 평균 신장은 작아요. 그런데 성적이 좋아요. 이유가 뭘까요?
이찬희: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열심히 했어요. 올해는 작년보다 수비를 열심히 하고 얘기를 많이 합니다. 저희도 그렇지만 1, 2학년들의 개인 능력도 좋아요.
박한이: 코치님이 많이 변하셨어요(웃음). 부드러워지셨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화도 덜 내시고….

코치님의 변화가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가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많은 영향을 줍니다”라고 답했다. 정병호 강원사대부고 코치는 1990년 협회장기 우수상을 받았다. 강원사대부고 창단 후 처음이자 마지막 전국대회 준우승의 주역이다.

정 코치는 2022년 8월 모교에 왔다. 지금 3학년들과 시작을 함께했다. 지난겨울, 이 선수들이면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욕심이 난다고 했다. 그것이 지도 방식에 영향을 미쳤을까. 정 코치의 변화가 좋은 성적의 이유 중 하나라고 선수들은 얘기했다.

1학년과 2학년도 나쁘지 않다. 광신방예고전 42득점의 2학년 최지훈은 6경기에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2학년 고은찬과 김태형, 1학년 권지훈도 선배들과 출전 시간을 나눴다. 강원사대부고의 내년 전망도 어둡지 않다.

▲ 올해도 좋고, 내년 이후도 좋다

Q) 4명의 신장이 비슷해요. 코치님이 주문하는 특별한 역할이 있나요?
박조영: 너무 많아서 생각 좀 하겠습니다(웃음). 속공에 참여하고 커팅이나 받아먹기를 많이 해라. 전체적으로 빨리 뛰는 것을 강조하시고요, 동계 때는 일대일을 많이 하라고 주문하셨어요.
임은택: 공을 잡으면 슛을 먼저 보라고 하세요. 그래야 제 장점인 드라이브인 기회가 더 많아진다고 하시죠.
이찬희: 제가 힘이 되게 좋아요. 힘에서는 밀린다, 이런 느낌이 없었어요. 스피드도 있으니까 그냥 치고 넘어가서 끝내라고 하십니다.
박한이: 속공할 때 얘들 뛰는 거 잘 봐주니까 패스를 더 많이 하라고 하십니다. 2대2도 많이 하라고 하세요. 제가 오픈 때 코트비전이나, 순간적으로 (동료가) 빠지는 타이밍을 잘 보는 것 같아요.


▲ 팀에서 가장 어시스트가 많은 박한이. 득점도 꾸준하다.


Q) 올해 13경기를 치렀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박조영: (협회장기) 천안쌍용고와 경기요. 처음에는 20점, 30점 차가 나서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마지막에 1점 차가 됐어요. 그렇게 치열했던 경기가 초등학교 때 말고는 처음이라…. 좁혀지면서 더 집중했죠. 경기에 몰입하는 경험이 좋았습니다.
임은택: 안양고와 연맹회장기 8강전입니다. 너무 아쉬웠어요. 절 때릴 수 있으면 묶어 놓고 때리고 싶었죠. 저희가 그런 (큰 경기) 경험이 없다 보니 좀 흥분하지 않았나 싶고요. 또 그런 기회가 오면 차분하게 잘 풀어야죠.
이찬희: 전 (연맹회장기) 16강 충주고와 경기요. 초반에 무난하게 출발했는데 점수 차가 좁혀지면서 4쿼터에 역전당하고 쫄리면서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진다는 느낌은 안 들더라고요. 그날 쉬운 슛을 몇 개 놓쳤는데, 그래서 다음날 특훈을 했습니다. 마음가짐의 문제잖아요.
박한이: 연맹회장기는 기억에 남는 경기가 많았어요. 특히 배재고와 안양고. 배재고는 팀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준 경기였고 안양고는 약점이 많이 드러난 경기였어요. 배재는 수비 압박이나 공수 전환이 잘 됐어요. 재미있게 했죠. 안양은 리바운드 단속이 안 됐고 특히 클러치 집중력 차이가 컸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전국대회 기준, 3개 대회 만에 벌써 13경기다. 지난해에는 10월에 13번째 경기를 치렀다. 이번 시즌 강원사대부고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강원사대부고는 지난 시즌 첫 3개 대회를 모두 3전 3패 예선 탈락했다.

한양대학교 이성노 교수 등은 2023 FIBA 월드컵의 ‘승률 결정 요인’을 분석한 논문을 공개했다. 논문은 페인트존 득점과 3점 슛이 모든 분위에서 승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강원사대부고는 페인트존 득점이 많다. 빠른 속공, 2대2, 컷인 등으로 많은 페인트존 득점을 만든다. 신장이 작은 팀은 ‘수비와 3점’이라는 공식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빠르고 영리하며 볼 핸들링이 좋은 선수들이 있어서 가능하다.

이제 이들은 여름 이후를 준비한다. 7월 종별, 8월 왕중왕전, 9월 추계연맹전, 10월 전국체전 등 매달 전국대회가 있다. 8강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그것에 만족하지는 않는다.

▲ 8강, 그 이상을 위하여

Q) 이제 여름 대회를 준비해야 합니다.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어요?
박조영
: 리바운드요. 박스아웃이 중요합니다. 상대 센터를 밀어내는 연습을 많이 합니다.
임은택: 자신 있는 공격입니다. 전 지금 인생 최대의 위기에요. 연습할 때는 3점 슛이 잘 들어가는데 경기에서 안 들어가요. 더 많이 던져야죠.
박한이: 분위기 전환이요. 한번 처지면 우리 분위기로 가져오지 못합니다. 빨리 돌아와야 해요. 더 많이 토킹할 겁니다.
이찬희: 저도 얘들이랑 얘기 많이 하는 것이요. 한두 명만 하면 안 돼요. 모두 주도적으로 얘기해야 합니다.


▲ 공수 밸런스가 좋은 이찬희. 힘이 좋아 상대 빅맨도 수비한다.


Q) 서로 닮고 싶은 점이 있어요? 이건 정말 부럽다 하는 것.
박조영
: (임)은택이의 크로스오버, (박)한이의 체력, (이)찬희의 탄력이요. 체력이 제일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임은택: 진짜 많지만, 일단 (박)한이의 체력이요. 잘 지치지 않는데 회복 속도도 빨라요. (박)조영이의 과감한 슛, (이)찬희의 수비와 몸싸움도 배우고 싶어요.
이찬희: 저는 (박)조영이의 일대일 능력이요. (임)은택이의 순간 스피드도 부럽고요, (박)한이가 어떤 상황에도 다독여주는 모습도 배우려고 합니다.
박한이: (박)조영이는 과감하게 슛을 던져요. (임)은택이는 드라이브인 타이밍을 잘 뺏죠. (이)찬희는 몸싸움을 꺼리지 않습니다. 강하게 부딪쳐요. 모두 제가 배워야 할 점입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남은 시즌 목표는?
이찬희
: 4강이요. 다치는 사람 없이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임은택: 다 같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요. 그리고 (박)조영이의 성격이 좋게 변했으면 합니다(웃음).
박조영: 은택이 성격이 더 그래요(웃음). 더 좋은 성적이죠. 은택이 말대로 대학을 가는 날이 오면 좋겠고, 안 다치고 끝까지 열심히 하는 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한이: 지금보다 더 원팀이 되는 거요. 더 똘똘 뭉치면 성적은 따라올 것 같아요.

이태우(명지대 2년, G)는 강원사대부고 2년 선배다. 박한이는 항상 격려해 주고 부족한 점을 조언해 주는 이태우가 자신의 멘토라고 얘기한다. 박한이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박조영도 이찬희도 임은택도 그렇다.

대학에 진학해 연습경기에 온 후배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팀도 개인도 더 좋은 성적이 필요하다. 더 나은 팀을 만들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 팔방미인 임은택. 모두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목표다.

박조영은 슛이 좋다. 시즌 첫 경기부터 20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영점이 잡히면 3개, 4개의 3점 슛을 폭격한다. 과감하게 던지고, 수비가 붙으면 영리하게 돌파한다.

박한이는 팀에서 어시스트가 가장 많다. 13경기 중 12경기에서 5개 이상 어시스트를 기록했을 만큼 꾸준하다. 배재고와 경기는 12개의 어시스트 패스를 전달했다. 공 소유 시간 대비 효율이 높다.

이찬희는 수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탄력이 좋고 몸싸움을 즐긴다. 그런데 12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30득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수 밸런스가 좋은 선수다.

임은택은 강팀과 만나면 더 강해진다. 광신방예고전 15득점 8리바운드 7어시스트 5스틸, 배재고전 23득점 6리바운드 4스틸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

2학년 최지훈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팀 내 가장 많은 득점과 리바운드를 기록중이다. 장신 군단 광신방예고를 상대로 42득점 14리바운드의 괴력을 뽐내기도 했다.

춘천과 원주의 우수 선수들이 진학했다. 구력도 길다. 코치는 성적에 욕심을 냈다. 코칭이 달라졌다. 기숙사, 슈팅 기계, 웨이트 시설 등 학교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강원사대부고의 성적이 달라진 이유다.

춘천은 오랜 시간 농구의 불모지였다. 이제 그곳에서 희망의 싹이 자라고 있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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