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기억하는가? 불과 몇 2년 전까지 안양 정관장 팬들의 기대감이자 자부심이었고 나머지 9개 팀 팬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단어였다.
최근 들어 KBL은 국내선수들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추세다. 2시즌 연속 국내선수 MVP 수상자들이 플레이오프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MVP’의 가치를 낮추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농구의 현실이다.
KBL은 최근 10여 년간 오세근이 건강을 유지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리그 판도가 달라질 정도였다. 지금 그 정도의 국내선수는 없다.
SK 이적 후 오세근은 자밀 워니, 김선형을 돕는 롤플레이어로 역할이 축소되면서 정관장 시절의 지배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리그 전체적으로 스트레치4가 주를 이루며 오히려 SK의 약점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2024-2025 KCC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파이널·7전4승제) 4차전. 그가 나타났다. 그것도 팀이 가장 어려울 때.
11일 창원에서 열린 파이널 4차전에서 오세근은 16분 45초만 뛰고도 11점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팀 공격이 정체되면서 LG가 분위기를 타던 3쿼터 종료 1분 47초전 3점슛으로 창원체육관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오세근은 포효했다. 그동안의 설움을 토해내는 ‘라이언킹’의 포효였다.
4쿼터 종료 7분 19초 전에는 날카로운 패스로 베이스라인 컷인을 시도하는 김선형의 득점을 도왔다. 오세근의 센스가 번뜩이는 순간이었다. 수비에서도 온 힘을 다해 칼 타마요(7점) 봉쇄에 기여했다.
SK는 73-48, 25점 차 완승을 거두고 시리즈 첫 승을 거뒀다.
지금 ‘건세근’은 아니다. 다친 오른손 약지를 마취해놓고 뛰는 상황이다. 손가락 감각이 없어 스스로도 ‘슛이 엉망이 되버렸다’고 할 정도다. 무릎도 부어오르고 허리도 아프다.
하지만 잊지말자. KBL 현역 선수 중 플레이오프 MVP를 가장 많이 받은(3회) 선수가 바로 그다.
특히 SK 팬들은 더 잊지 말자. 2년 전 안양에서 SK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정관장의 MVP가 지금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경기 후 체육관을 빠져나와 구단 버스로 향하는 오세근을 향해 SK 팬들은 모처럼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오세근! 오세근!”
“속상했죠. 팀에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서 팀에도, 팬들에게도 미안했죠. 그래서 더 포효했나봐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것 같아서요. SK에서 우승해야 해요. 저만큼 간절한 사람 없을걸요. 힘들지만 또 해봐야죠”
건세근은 아니다. 그러나, 그래도 오세근이다.
사진=유용우, 정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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