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 미친 사람” 경상북도농구협회 김동열 회장

조원규 기자 / 기사승인 : 2025-05-09 06:16:0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40년,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은 스포츠
주변에서 농구에 미친 사람으로 불러
인구 15만의 소도시에 전국체전 유치
체육관은 고맙고 또 자랑스러운 곳

수도권 인구 집중. 농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농구도 지역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 점프볼이 농구 저변 확대를 위해 지역에서 헌신하는 협회장들을 찾는다. 첫 만남은 김동열 경상북도농구협회(이하 경북협회) 회장 겸 대한농구협회 전국 시‧도회장 협의회 회장이다.

“내 인생의 50% 이상이 체육이에요. 벌써 40년을 하고 있으니…. 사업은 벌여만 놓고 체육관에서 살고 있죠(웃음).”

김동열 경북협회 회장을 만나기 위해 찾은 김천실내체육관. 이날은 2025 전국실업농구연맹전의 마지막 날이었다. 김 회장은 김천시청과 서대문구청의 경기를 몰입해서 보고 있었다. 인터뷰를 잠시 미뤄야 했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5월호에 실렸습니다.

 


▲ 농구협회장 겸 농구단 단장

김 회장은 김천시청 농구단 단장이기도 하다. 김천시청 농구단 탄생의 주역으로 초대 감독을 역임했다. 김천시청의 창단 스토리에는 김 회장의 농구 인생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1995년에 구미에서 전국체전을 했어요. SK가 우승하는 걸 봤죠. 유영주, 정선민이 있었거든. 그런데 1997년에 여자 실업팀이 모두 해체됐어요. 잘하는 선수들은 프로에 갔지만, 프로에 못 간 선수들도 있잖아요. 갑자기 직장도 잃고, 농구도 할 수 없고…. 그 선수들이 주말에 김천에 와서 훈련했어요. 내 돈으로 숙소 잡아주고, 적지만 월급도 줬죠.”

그 선수들이 김천시청 농구단의 모태가 됐다. 8명으로 팀을 창단했다. 정귀분 현 김천시청 감독도 창단 멤버였다. 소속팀 한국화장품이 없어졌다. IMF 파고에 쓰러졌다. 1998년 김 회장을 만나 다시 농구를 시작했다. 그 팀에서 코치를 거쳐 감독이 됐다. 30년 가까운 인연이다.

 

당시 김 회장은 경상북도농구협회 부회장이었다. 해체된 실업팀 선수들을 책임질 위치가 아니다. 그런데 그 역할을 자처했고 여자 실업농구의 명맥을 살렸다. 김동열 감독이 이끄는 김천시청은 전국실업농구연맹전 5연패, 전국체전 4연패 등 최강의 위치에 있었다. 서대문구청의 창단으로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지며 미디어의 관심도 커졌다.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운동했던 모든 선수가 WKBL에 입성할 수는 없다. 그들을 품을 수 있는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고 김 회장이 그 터를 닦았다.

 

 

그가 공식적으로 농구와 인연을 맺은 건 1995년이다. 경북협회 부회장을 맡은 것. 이 결정 역시 오래 생각한 결과는 아닌 듯하다. 2년 전, 고향 팀의 역전패에 심판 판정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그런 경기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랐다.

 

1995년 구미에서 전국체전이 열리는데 주최 지역의 농구협회장이 없었다. 그 준비를 위해 팔을 걷은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95년 전국체전에서 맺은 인연이 김천시청 창단으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2000년 창단한 김천시청의 초대 감독이 됐다. 월급은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은퇴 위기에 몰렸던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이후 김 감독은 김 단장이 됐다.

 

“김천시청 감독, 단장을 하면서 단 10원도 연봉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김 회장은 “그 돈을 계산해 보니 20억이 넘더라”며 웃었다.


▲ 못 받은 연봉이 20억 넘어요

김 회장은 “농구에 미친 사람”이다. 지인들이 붙여준 별명이라고 했다. “농구에 미친 사람”은 2003년 경북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20년 넘게 경북협회를 이끌고 있다. 농구에만 미친 것은 아니다. 김천시핸드볼협회 창설을 주도했고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김천시 생활체육협의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김천시체육회 상임부회장, 경상북도 체육종목단체협의회 회장이기도 하다.

 

스포츠 전반에 애정이 있지만, 그래도 본류는 농구다. 2021년 권혁운 대한농구협회 회장 취임 후, 전국의 지역 협회 회장은 ‘전국 시‧도회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만들었다. 김 회장은 협의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다. 2대 회장 임기도 김 회장이 맡았다.

“이전에는 회의(시도협회가 참석하는 대의원 총회)를 해도 (지역)회장이 많이 안 왔어요. 그러다 보니 소통이 안 되는 부분도 있고, 집해부와 불필요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도 있었죠. 이제는 그러지 말자, 농구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생각으로 협의회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전국의 회장님이 100% 오십니다. 또 꿈나무 육성을 위한 회비도 걷고 있죠. 회비는 초‧중‧고 학생 장학금으로 사용합니다.”

 


대한민국 농구는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언제부턴가 집보다 체육관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김 회장도 생각이 많다. 대한농구협회에서 준비하는 디비전 시스템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역마다 처지가 다르니 그것의 구현을 위한 준비가 쉽지 않다. 이를테면 경북은 대회 참가비 문제가 걸림돌이다. 지금까지 안 받던 참가비를 올해는 받아야 한다. 설득이 쉽지 않다.

 

‘대한민국 농구 발전을 위해’라는 명분에 얼마나 많은 동호인들이 동의를 표할지 부담이다. 대회 참가팀이 줄어들 수도 있다. 각각의 형태는 다르지만, 다른 지역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김 회장은 농구선수 출신이 아니다. 운동을 좋아하지만, 운동선수 출신도 아니다. 젊은 시절에 사업을 하면서 농구인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서 농구와 인연도 깊어졌다. “체육관이 그렇게 좋아. 농구장에 들어와 내 인생이 변했어요. 체육관이 고맙습니다.”라고 김 회장은 술회한다.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농구장을 다니는 것”이 김 회장의 소박한 바람이다.

 

이제 “인생을 관조할 나이”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농구장을 지키고 싶다. 큰 희망도 있다. “아시아 대회는 대한민국이 참가해야 빛이 났던 2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농구의 저변을 넓히고 경쟁력을 강화해 다시 아시아의 강호로 우뚝 서는 것이다.

▲ 인생을 관조할 나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누구나 그렇듯이, 방황도 했고 시련도 있었다. IMF 시기 부도를 경험했다. 태풍에 사업체가 날아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농구가 옆에 있었다. 체육관에서 힘을 얻었다. 체육관이 고마운 이유다. 자랑거리도 있다. 제27회 윌리엄 존스배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선수 출신 아닌 사람이 대표팀 감독을 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하는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17개 시도 중 경상북도 농구협회가 가장 잘 되어 있다”는 말을 할 때도 그랬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도록 공들이고 노력한 결실이고 자랑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체육관은 고맙고 또 자랑스러운 곳이다.

김 회장은 전국체전만 세 번을 치렀다. 그중에 한 번은 김천이다. 개최 도시를 선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지역의 수용 능력, 즉 참가자와 관람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숙박 시설과 서비스 제공 능력이다. 그래서 인구 30만 명 이하 도시는 원칙적으로 개최가 어렵다.

 

그런데 2006년, 최초로 인구 15만의 도시가 전국체전을 유치했다. 경상북도 김천이다. 덕분에 김천은 다양한 체육 시설을 만들 수 있었고 지금은 매년 60여 개의 전국대회가 열리는 스포츠 도시가 되었다. 김 회장은 김천시의 전국체전 유치에 크게 공헌했다.

“할 수 있어요. 안 되는 게 뭐가 있어…. 안 하는 거지.”

여자 실업팀을 부활시켰다. 인구 15만의 소도시에 전국체전을 유치했다. 유일하게 지방에서 농구대잔치를 2년 유치했다. 비선수 출신으로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다. 30년 넘게 경북협회를 이끌고 있다.

 

경상북도 65개 체육 종목 단체 협의회의 수장이기도 한 그는 도민체육 활성화를 위해, 대한민국 농구 발전을 위해 경북협회가 해야 할 일을 모색하고 있다. 멀지 않은 시기에 그것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사진_박상혁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

JUMPBALL MAGAZINE

공지사항

더보기

JUMPBALL SNS

 
 
바카라사이트 도라에몽카지노 바카라사이트
  • 친절한 링크:

  • 바카라사이트

    바카라사이트

    바카라사이트

    바카라사이트 서울

    실시간카지노

    카지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