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수원/서호민 기자] 사제지간 첫 맞대결은 스승의 승리였다.
불과 한달 전까지 한 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제는 감독 대 감독으로 대결한다. 성균관대 김상준 감독과 중앙대 윤호영 감독 얘기다.
성균관대와 중앙대의 2025 KUSF 대학농구 U리그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이 열린 7일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수성관.
시즌 첫 맞대결부터 1점 차 흥미진진한 승부를 펼친 데다 공동 3위 팀의 경기인 만큼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외의 관전 포인트도 함께 했다. 김상준 성균관대 감독과 윤호영 중앙대 감독의 만남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김상준 감독과 윤호영 감독의 인연은 깊고 뜨거웠다. 과거 중앙대가 대학무대에서 52연승이라는 전설을 써내려가던 시절, 감독과 선수로 정을 쌓으며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세월이 흘러 김상준 감독은 성균관대 지휘봉을 잡았고 윤호영 감독의 현역 은퇴 후 곧바로 '김상준 사단'에 포함시켰다.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윤호영 감독은 막내 코치로서 김상준 감독을 보좌하며 착실히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운명은 지난 4월, '이별'로 바뀌었다. 공석이 된 중앙대 감독 자리를 성균관대 코치였던 윤호영 감독이 맡게 된 것이다.
사제지간으로서 첫 맞대결이 열렸던 7일 성균관대와 중앙대의 경기. 경기 전 만난 윤호영 감독은 "되게 설레인다"는 말로 입을 열며 "고려대와 감독 데뷔 게임 때는 긴장을 안 했었는데 오늘은 많이 긴장된다(웃음).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허리에 담이 올 정도였다"라고 웃었다.
이어 "(김상준) 감독님과는 하루가 먼 사이다. 어제도 통화를 했다. 감독님과 3년 간 함께 하면서 배우기도 많이 배웠다. 나의 일타강사였다고 할까(웃음). 중앙대로 가는 것이 결정되고 나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김상준 감독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제자와의 맞대결에 김상준 감독 역시 감회가 남다른 듯 했다. 김상준 감독은 특유의 넉살로 다가섰다. 김 감독은 "제자와 벤치 맞대결을 하는 날이 오다니..."이라며 "내가 늙긴 늙었나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고려대와 경기는 부임하고 3일 만에 열렸기 때문에 윤호영 감독으로선 사실상 오늘 경기가 데뷔 게임일 것(웃음)"이라며 "어제 저녁에 통화를 했는데 나도 웬지 모르게 설레이더라"라는 심정을 전했다.
김상준 감독은 감독으로서 첫 발을 뗀 윤호영 감독에게 뼈있는 조언을 건넸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제자를 향한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김 감독은 중앙대 농구의 대부 정봉섭 전 부장을 언급하며 "나도 처음 감독이 되고 나서 정봉섭 선생님께 많은 조언을 들었다. 그 때를 상기시키며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내 품에 안아야 한다'는 말을 윤 감독에게 전해줬다. 또, 고등학교에서 좋은 선수들을 수급하는 것이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고등학교 농구도 많이 보면서, 두루두루 모나지 않는 지도자가 됐으면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상준 감독은 이에 그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김 감독은 "중앙대 농구부 역사를 돌이켜보면 세 차례 전성기가 있었다. 정봉섭 선생님, 김태환 전 감독님, 그리고 내가 감독을 맡았던 시절이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중앙대는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학교였다"며 "중앙대 농구의 네 번째 전성기를 윤호영 감독이 만들어줬으면 한다. 농구명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누구든 오고 싶어하는 학교로 말이다"라고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 |
▲전설의 52연승, 초대 대학리그 전승우승 등 과거 중앙대 농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상준 감독 |
많은 스토리가 얽혀있는 만큼 양팀의 맞대결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경기 내내 성균관대가 앞섰지만 중앙대의 추격전 역시 만만치 않았다. 팽팽했던 두 팀의 승부는 결국 스승이 이끈 성균관대가 79-76으로 3점 차 승리를 차지했다. 강성욱(184cm,G)이 30점을 폭발하며 팀 승리에 앞장섰고, 구민교(13점 13리바운드 7어시스트 2스틸)도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보였다.
경기 전 윤호영 감독은 "나도 승부욕이 강한 스타일이다. 오늘 경기는 꼭 이기고 싶다"는 말로 필승을 다짐했지만 아쉽게도 승리라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 |
▲경기가 끝난 후 악수를 나누는 성균관대 김상준 감독과 중앙대 윤호영 감독 |
경기가 끝난 이후 김상준 감독과 윤호영 감독은 악수를 나누며 첫 맞대결을 마무리했다. 비록 3점 차로 졌지만 중앙대도 줄기차게 추격하며 끝까지 성균관대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경기 후 김상준 감독도 "윤호영 감독이 코치로서 선수들을 지도했던 경험이 있고, 더구나 중앙대는 센터 한 명이 빠졌는데도 우리를 상대로 정말 잘한 거 같다"며 높이 치켜세웠다.
노련함을 과시했던 스승과 만만치 않음을 증명한 제자의 맞대결. 두 감독의 만남은 대학농구의 새로운 이슈가 되기 충분하며, 이번 시즌 내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사진_서호민 기자, 점프볼DB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