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단멤버’ 손종오 단장이 강조한 네 가지 키워드, LG V1 결실 맺었다

최창환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2 06: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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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창원 LG가 마침내 한을 풀었다. 서울 SK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7차전까지 가는 사투 끝에 4승 3패를 기록, 창단 28년 만에 첫 우승을 달성했다. 사무국,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삼위일체를 이뤄 거둔 성과다. 창단멤버로 LG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손종오 단장은 “우승했으니 다음 시즌도 잘 될 거라고 막연하게 운영하지 않을 겁니다. 더 디테일하게, 어떤 선수를 어떤 방향으로 성장시킬지 코칭스태프와 심도 있게 논의하며 또다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LG의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눈물이 좀 나더라고요. 올 시즌 전까지 27년 동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희는 창원에 내려와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기 힘들었을 겁니다. 한상욱 전 단장님도 우승 현장에 계셨습니다.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고 있는데 저와 1995년부터 인연이 닿은 분이거든요. 벌써 30년이 흘렀네요. 우승 후 눈물 흘리면서 축하 인사를 나눴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불렸던 빅딜부터 시즌 초반 8연패까지, 우여곡절이 많은 시즌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리스크도, 리턴도 다 나왔죠(웃음). 8연패에 빠졌을 땐 코칭스태프가 정말 많이 힘들어했어요. 저도 단장 부임 첫 시즌 초반부터 겪은 슬럼프다 보니 고민이 많았죠. 7연패에 빠졌을 때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는데 끝난 후 고양에서 코칭스태프와 소주 한잔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30승 이상을 목표로 맞이한 시즌이었지만 일단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는 27~28승으로 하향 조정하자. 앞으로 19패 더 해도 되니까 마음 편하게 하자.”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분위기를 전환했고, 시즌 막판에는 2위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었는데도 행운까지 따르더라고요.

조상현 감독 부임 후 지난 두 시즌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2022-2023시즌은 아셈 마레이가 플레이오프에서 못 뛴 게 아쉬웠죠. 부상만 아니었다면 이번 시리즈처럼 SK와 멋진 승부를 펼쳤을 것 같습니다. 지난 시즌은 다 잡았던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놓쳤잖아요. 이번 단기전에서도 극복 못 하면 트라우마로 남을 거란 걱정도 했는데 위기를 잘 극복했습니다. 조상현 감독에게도 값진 경험이 됐을 거예요.

조상현 감독이 잠도 설칠 정도로 고민이 많은 성격이어서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어휴, 농구에 미친 사람이에요(웃음). 예민한 편이어서 대충 준비하는 법이 없어요. 제일 먼저 출근해서 오로지 농구만 생각하니 선수들이 안 따를 수가 없어요. 인성도 훌륭하고요. 그래서 선수 복도 타고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고 치거나 말 안 듣거나 게을리하는 선수가 없었어요. 모두 감독의 인품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장으로서 팀을 끌고 가는 데에 있어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네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첫 번째 신뢰. 구단과 선수단, 코칭스태프가 서로를 신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숨기는 게 없어야 해요. 얼굴 붉히더라도 서로에게 솔직해야 신뢰가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균형. 어떤 조직이든 균형이 한쪽에 쏠리면 무너지기 마련이에요. 직급, 경험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죠. 세 번째 원칙. 구단과 감독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는데 변수가 생겼다고 원칙이 흐트러지면 안 됩니다. 예외를 적용하다 보면 불신이 생기기 마련이죠. 원칙을 정했으면 흔들림 없이 밀고 가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네 번째 견제. 단장, 감독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입니다. 제 결정이 잘못됐다면 누군가 얘기를 해줘야 해요. 그건 감독도 마찬가지지만, 아무래도 코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감독이 신은 아니잖아요. 단장이라면 감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과감하게 잘못됐다며 견제해야 합니다. 그래야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농구단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느낀 부분입니다.

‘마레이로는 우승할 수 없다’라는 편견을 깼습니다.
득점력이 탁월한 선수는 아니지만, 허슬 플레이를 합니다. 마레이 외에 그렇게 슬라이딩하는 외국선수가 있나요? 저희는 SK에 비하면 이름값, 경험치, 개개인의 능력치 모두 떨어지는 팀입니다. 1대1로 붙으면 이길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선수들이 팀으로 뭉쳐서 이겼는데 가장 중요한 조각이 마레이였습니다.

국내선수들 칭찬도 해주신다면?
빅딜이 있었지만, 육성의 중요성에 대해선 오프시즌부터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취약 포지션을 보강하기 위해 영입한 칼 타마요가 기대보다 빠르게 적응했어요. ‘01 트리오’가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면 허일영은 경험치를 더해줬고, 마레이는 구심점이 되어줬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정인덕,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지 않은 백업 멤버들까지 모두 묵묵히 제 역할을 했습니다. 저희는 유일하게 샐러리캡 소진율이 80% 미만(77.75%)인 팀입니다. 그럼에도 좋은 결과를 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물론 다음 시즌 샐러리캡은 이렇지 않겠죠(웃음).

야구단 LG 트윈스가 29년 만의 우승을 이뤄 농구단도 압박감이 컸을 것 같습니다.
왜 없었겠어요. ‘우리도 29년을 넘기면 안 될 텐데…’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시즌에 양홍석이 돌아오잖아요. 창단 29년 차에 도전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물이 예상보다 빨리 들어왔고 열심히 노를 저었죠. 3연승 후 3연패에 빠졌지만, 분위기가 가라앉진 않았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4, 5차전은 부담스러웠지만 6차전부터는 긴장감이 사라졌어요. 오히려 홈에서 7차전을 치른 SK가 부담이 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을 대등하게 치르면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는데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줬습니다.

야구단에서 시구, 시타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만간 요청할 계획입니다. 상황에 따라 LG 트윈스뿐만 아니라 함께 창원을 연고지로 두고 있는 NC 다이노스와 협의할 수도 있겠죠. 5월 말 또는 6월 초에는 창원에서 우승 행사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LG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면?
원정경기를 지켜봤다면 잘 아시겠지만, 저희 팬들의 기운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저희도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치른 4경기에서 봤던 노란 물결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선수단만큼 팬들도 간절했을 거예요. 2경기는 완패였잖아요. 7차전 앞두고 선수들에게 원정 응원 온 많은 팬을 위해서라도 후회 없이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자고 당부했습니다. 창원 팬들의 열정은 어느 종목,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여정을 함께 해준 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양홍석이 복귀하는 다음 시즌에 정상을 지키는 게 최대 과제입니다.
첫 우승까지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렸잖아요. 향후 5년 정도 더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게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목표입니다. 다음 시즌에는 더 두꺼운 선수층을 갖춰 단단한 모습을 보여줘야죠. 우승했으니 다음 시즌도 잘 될 거라고 막연하게 운영하지 않을 겁니다. 더 디테일하게, 어떤 선수를 어떤 방향으로 성장시킬지 코칭스태프와 심도 있게 논의하며 또다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_점프볼DB(문복주, 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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