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수원/정다윤 인터넷기자] 성균관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윤호영 코치가, 중앙대의 ‘적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날, 제자들과의 첫 맞대결이 성사됐다.
성균관대는 7일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수성관에서 열린 2025 KUSF 대학농구 U리그 중앙대와의 경기에서 79-76으로 승리하며, 3연승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는 여러모로 눈길을 끌었다. 현역 시절 사제지간이었던 김상준 감독(성균관대)과 윤호영 감독(중앙대)이 지휘봉을 잡고 맞선 ‘사제 더비’가 성사된 것이다.
윤호영 감독은 불과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성균관대 벤치에 코치로 자리했다. 작전판을 들고 훈련장을 누비며, 2년 가까이 선수들과 울고 웃었던 그가 이번 시즌 중앙대의 지휘봉을 잡으며, 제자들은 낯선 위치에서 다시 그를 마주하게 됐다. 단순한 리그 한 경기를 넘어,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이들 사이의 복합적인 감정이 엇갈린 한 판이었다.
경기 종료 후, 성균관대 선수들은 ‘우리 코치님’에서 ‘상대 벤치의 수장’으로 바뀐 윤 감독을 향해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주장 4학년 이건영(183cm, G)은 “경기 전에는 안부 인사를 나눴다. 윤호영 감독님은 대략 1~2년 정도 계셨던 분이라 우리를 잘 아는 만큼, 우리도 그걸 잘 대처하려고 연습했는데 잘 된 것 같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3학년 강성욱(184cm, G)은 “윤호영 감독님이 나한테 도발 섞인 제스처를 취하시더라. 나는 자극에 꽂히는 스타일이라, 그게 오히려 끓어올랐던 계기가 된 것 같다. 벤치 와서 ‘3점슛 성공률 18%던데? 오늘도 안 들어가겠네’ 하시고, 원래 트래시 토크를 자주 하시는 편이라 더 자극됐다. 오늘은 그 슛감으로 증명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오늘은 꼭 이기고 싶었다. 중앙대라는 점도 그렇고, 첫 맞대결에서 위닝샷 맞고 졌던 기억도 있다”라며 덧붙였다.
2학년 구민교(195cm, F)는 “많이 알려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는데, 상대팀 감독님으로 마주하니까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더라. 그래도 경기를 이겨서 기분은 좋고, 비록 많이 잘하진 못했지만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소감을 던졌다.
많은 감정과 의미는 코트 위에서 교환됐다. 이날(7일) 성균관대는 경기 내내 리드를 지켰지만, 중앙대는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결국 승리는 성균관대의 몫이었다. 79-76, 단 3점 차의 승부였다. 강성욱이 30점(3점슛 4개) 6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폭격하듯 흐름을 주도했고, 구민교는 13점 13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전천후 기둥다운 면모를 증명했다.
그래서였을까. 수치로 드러난 활약 너머에는 윤 감독에게서 배운 농구적 자양분이 깊게 스며 있었다.
윤 감독한테 배운 부분에 대해, 구민교는 “고3 때부터 포워드로 포지션을 바꾸고 있는데, 윤 감독님은 현역 시절 포워드 중에서도 최고였지 않나. 그래서 포워드에게 필요한 움직임이나 슈팅 같은 부분을 정말 많이 알려주셨다”라며 말했다.
강성욱은 “수비에서는 1대1에서 쉽게 뚫리지 말자는 얘기를 많이 하셨다. 공격할 때 내 찬스를 보느니 팀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를 해보라는 조언이었다. 그리고 난 트래시 토킹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윤 감독님 덕분에 멘탈이 많이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도로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들이 나한텐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오늘도 경기 중에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웃음)”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건영은 “윤 감독님은 프로 시절 개인 기술이 뛰어나고 노련한 플레이로 유명하셨다. 그래서 잔기술이나 노련미가 묻어나는 노하우를 중심으로 많이 알려주셨다”라며 돌아봤다.
그들의 말끝에는 단순한 기술이나 작전을 넘어선, ‘사람’ 윤호영에 대한 존경이 배어 있었다. 그는 떠났지만, 스승의 유산은 여전히 성균관대의 플레이 속에 묻어있다.
선수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응원을 보냈다. 구민교는 “일단 1년 반 동안 많은 거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감독으로서도 꼭 성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건넸다.
이건영은 “비록 이렇게 떨어지게 됐지만, 그만큼 우리를 생각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모두 함께 응원할 테니 좋은 결과와 성적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남겼다.
강성욱은 “내가 평소에는 내성적인 편이라 직접 표현은 잘 못 했지만, 감독님이 해주셨던 말씀들이 늘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영상 분석을 통해 피드백을 주셨던 부분도 인상 깊었고, 그런 지도 덕분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오늘은 우리가 이기긴 했지만, 남은 경기에서 고대 포함 모두 이기고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나 복수전을 펼쳤으면 좋겠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첫 맞대결은 중앙대가 84-83으로, 두 번째 대결은 성균관대가 79-76으로 승리했다. 나란히 1승씩을 나눈 가운데, 사제더비는 이제 막 흥미로운 균형점에 도달했다.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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