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강한 훈련으로 변화 이끌 것” WKBL로 향한 KBL 우승 사령탑, 하나은행 이상범 감독

조영두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0 07: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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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2024~2025시즌 정규리그 최하위를 기록한 부천 하나은행은 이상범 신임 감독을 선임하고 새 출발에 나섰다. 이상범 감독은 안양 SBS 코치를 시작으로 안양 KGC(현 정관장), 원주 DB 사령탑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쌓았다. 2011-2012시즌 KGC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고 2017-2018시즌과 2019-2020시즌 DB를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놨다. KBL 우승 사령탑 최초로 WKBL에 진출한 이상범 감독은 이제 하나은행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5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4월 11일에 진행됐습니다.

하나은행 감독 부임 소감은?
너무 감사드릴 따름이다. 선택해주신 하나은행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 이호성 구단주님, 김창근 단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나름대로 공부를 했다. 일본에서 코치하며 배웠던 것들을 반복해서 공부했다. 공부하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 그러던 중 하나은행에서 감독 제의를 받아 오게 됐다.

감독 제의를 2번 거절했다고 들었는데?
같은 타이밍에 일본에서 감독 오퍼가 왔고, 국내 구단 행정일 제의를 받았다. KBL에서 오퍼가 왔다면 무조건 갔을 텐데 WKBL에서 한 번도 감독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두려움도 컸다. 그래서 쉽게 결정을 못 내렸다. 김창근 단장님께서 3번째 제안을 주셔서 받아들이게 됐다. 한번 도전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오게 됐다.

KBL 우승 감독 최초의 WKBL 진출이다.
지금 알았다. 그런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WKBL을 잘 몰라서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크다.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번 열심히 해보겠다.

평소에 WKBL 경기를 봤는지?
솔직히 최근에는 안봤다.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내 능력 외적인 거라고 판단했고, 내 영역이 아니라고 봤다. WKBL에도 능력 있는 지도자들이 많아서 그분들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여자농구와 남자농구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작년 오프시즌 김도완 전 감독의 부탁으로 하나은행 훈련을 몇 번 봐준 적이 있다. 그게 전부라 여자농구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내가 느낀 건 큰 차이점은 없다. 남자 선수들 지도하듯이 똑같이 할 거다. 선수 기용도 KBL에서 했듯이 하려고 한다. FA(자유계약선수) 영입 없이 식스맨을 잘 키워볼 생각이다. 지난 시즌 멤버로 다른 농구를 해보려고 한다. 성적과 별개로 다른 농구를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겠다.

그동안 하나은행이 유망주를 잘 키우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김도완 전 감독이 선수들을 잘 모아 놨다. 그러니까 유망주라고 불리는 거다. 이제 만드는 건 내 몫이다. 올 시즌에는 선수들을 폭 넓게 활용할 계획이다. 원래 내 스타일이 엔트리 전원을 다 로테이션 멤버로 기용했다. 훈련한 만큼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서 앞서 똑같이 할 거라고 말한 것이다.

지난 시즌 포인트가드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는데?
가드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나라에 포인트가드가 누가 있나. 골밑에 공을 넣어주지 못하니까 포인트가드가 없다고 하는데 KBL과 WKBL 모두 정통 포인트가드는 사라졌다. 대부분 공격 성향이 강한 듀얼가드다. 팀에 좋은 가드 자원이 많기 때문에 잘 키워보도록 하겠다.

“남들이 1시간 훈련하면 우리는 2시간 해야”
이상범 감독은 자신을 보좌할 코치로 정선민, 김지훈, 모리야마 토모히로를 선택했다. 정선민 수석코치는 여자농구에서 오랜 시간 지도자 경험을 쌓았고, 모리야마 코치는 일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외부 FA 영입은 없었지만 정예림, 김정은을 잔류시키며 새 시즌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4월 20일 소집된 하나은행은 새 시즌을 위한 팀 훈련에 돌입했다.

하나은행이 가장 기대하는 건 리빌딩일 것 같다.
팀에 유망주들이 많다. 이 선수들을 키워내는 게 내 몫이다. 선수들과 소통을 많이 하겠지만 상하관계가 있고, 상벌유지도 있을 것이다. 선수들이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훈련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진짜 경기에 뛸 수 있다. 훈련만 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안 된다.

수석코치로 정선민 전 감독을 영입했는데?
내가 여자농구를 잘 몰라서 감독급 코치를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선민 코치를 찾아가 같이 하자고 부탁했다. 여자농구를 잘 모르니까 실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실수를 줄이려면 WKBL에 오래 있었던 베테랑이 필요하다. 정선민 수석코치가 제 역할을 해줘야 나도 잘할 수 있다. 수석코치 제의를 흔쾌히 수락해줘서 너무 고맙다.

일본에서 함께 했던 모리야마 코치와 재회했다.
상대 전력분석을 잘하고, 우리 팀 전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같이 있어 봤기 때문에 장점을 잘 뽑아 쓸 수 있다. 전력분석을 넘어 그걸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코치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나와 코치들 생각이 항상 맞을 순 없다. 모리야마 코치가 분석해준 자료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다.

마지막 시즌을 예고한 김정은은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리빌딩도 베테랑이 있어야 가능하다. 젊은 선수들만 있어서는 불가능하다. (김)정은이는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 꼭 필요하다. 1, 2쿼터는 젊은 선수들이 뛰고, 정은이가 3, 4쿼터를 책임져줄 거다. 결정적인 순간에 해줘야 한다. 지난시즌 같이 출전 시간을 많이 가져가지 않을 거다. 15분 이내로 출전시간을 생각하고 있다. 정은이와도 이야기가 된 부분이다.

DB 감독 시절 은퇴를 앞둔 김주성 감독을 3, 4쿼터에만 기용했었다.
전략을 그렇게 짰다. 나머지 시간은 식스맨들이 버텨줘야 한다. 조합을 가장 잘 찾는 게 중요하다. 정은이와 아시아쿼터선수 포함 최상의 조합을 찾으면 4쿼터에 밀고 나갈 것이다. 그때 승부를 봐야 한다. 조합을 찾을 때까지는 실험을 많이 할 계획이다. 박신자컵 같은 경우 꼴찌를 해도 상관없다. 조합을 찾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아시아쿼터선수 선발 계획은?
어떤 포지션으로 선발할지는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 아직 드래프트 참가 선수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 1명만 선발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2라운드에 뽑은 선수보다 국내선수를 뛰게 하면서 키우는 게 낫다고 본다. 2명을 선발하더라도 3쿼터에 2명을 동시에 뛰게 하진 않으려고 한다. 부상이라는 변수가 발생할 수 있지만 국내선수들의 성장을 위해서 1명만 기용할 생각이다.

진안과 양인영 더블 포스트는 가져갈 것인지?
나쁜 조합은 아니지만 장단점을 고려해야 한다. 단점이 더 많다고 하면 버릴 생각도 있다. 두 명을 정은이와 따로 내보낼 수도 있다. 사실 더블 포스트는 현대농구에 맞지 않다. 외곽 선수들과 조합이 좋으면 더블 포스트로 가겠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이 멤버들이 들어갔을 때 이길 확률이 높다고 하면 그 조합으로 가려고 한다.

하나은행에서 어떤 농구를 보여주고 싶은지?
우리 팀이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 그게 제일 중요한다. 뭘 잘하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파악하는데 1년이 걸릴 거다. 이게 제일 힘들다. 결국은 우리 농구를 해야 이길 수 있다. 우리 농구만 하면 상대가 우리한테 맞출 것이다. 아직 우리 농구가 뭔지는 모른다. 팀 훈련을 해봐야 한다.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훈련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다른 건 필요 없다. 무조건 훈련이다. 지난 시즌 꼴찌를 했기 때문에 남들이 1시간 하면 우리는 2시간 훈련을 해야 된다. 이런 생각 없이는 변화도 없다. 강한 훈련을 통해 남들보다 한발 더 뛰어야 한다. 훈련 강도가 높아지면 선수들 불만이 생길 수 있는데 이건 사무국에서 케어 해줘야 한다. 현재 단장님이 선수단과 의사소통이 좋다. 단장님이 선수들을 이해시켜 주실 거라 생각한다. 나는 단장님 믿고 강한 훈련을 가져갈 것이다. 그래야 무언가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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