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이규빈 기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7차전의 영웅이 됐다.
덴버 너겟츠는 4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볼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시즌 NBA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7차전 LA 클리퍼스와의 경기에서 120-101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시리즈 전적 4승 3패가 된 덴버는 2라운드로 진출했다.
니콜라 요키치가 16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에 그쳤으나, 주전으로 출전한 5명의 선수가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여기에 식스맨 러셀 웨스트브룩이 16점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리를 합작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대승이었다. 6차전 클리퍼스 원정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패배한 덴버는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경기 초반부터 클리퍼스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1쿼터는 21-26으로 밀렸으나, 2쿼터를 압도한 것이다. 무엇보다 벤치에서 출전한 웨스트브룩이 그야말로 경기를 지배했다. 웨스트브룩은 여전히 혈기 왕성한 에너지로 코트를 휘저었고, 경기 템포를 빠르게 만들었다. 이는 클리퍼스에 치명타였다. 클리퍼스는 제임스 하든, 카와이 레너드 등 노장 선수들이 주축인 팀이었고, 느린 템포의 농구에 장점이 있는 팀이다.
결국 37-21로 2쿼터를 압도한 덴버는 3쿼터에도 35-19로 압도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클리퍼스 선수들은 3쿼터에 이미 전의를 상실한 모습이었고, 덴버 선수들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절체절명의 7차전 승부라고 하기에는 싱거운 경기였다. 그래도 덴버에 너무나 의미가 큰 승리였다. 덴버는 2022-2023시즌 NBA 파이널에서 우승한 이후 팀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겪고 있었다. 우승 이후 주전 선수들의 연봉이 올랐고, 이에 몇몇 쏠쏠한 선수들을 잡을 수 없는 형편이 됐기 때문이다. 우승 직후에는 브루스 브라운이 이적했고, 이번 시즌 전에는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가 팀을 떠났다.
하지만 덴버는 요키치라는 슈퍼스타의 존재로 꾸준히 우승에 도전해야 하는 팀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력 보강의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런 덴버가 선택한 것은 도박이었다. 바로 웨스트브룩을 FA로 영입한 것이다.
지난 시즌, 클리퍼스에서 활약했던 웨스트브룩은 이제 완전히 전성기에서 내려온 모습이었다. 단순히 부진한 정도가 아닌 코트에 있으면 팀에 마이너스 존재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당연히 이런 웨스트브룩을 찾는 팀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덴버가 손을 내민 것이다.
계약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2년 680만 달러, 이는 웨스트브룩이 받을 수 있는 최저 연봉 계약이었다. 그만큼 웨스트브룩도 절실했고, 덴버도 절실했다.
처음에는 웨스트브룩과 요키치의 조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다. 요키치는 느린 템포에 자기가 공을 잡고 주도하는 스타일의 선수이고, 웨스트브룩은 반대로 빠른 템포에 역시 자기가 직접 공을 잡고 주도하는 스타일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선수의 시너지는 훌륭했다. 그동안 요키치를 제외하면 정적이었던 덴버의 공격 흐름에 웨스트브룩이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해준 것이다. 물론 경기를 망칠 때도 있었으나, 웨스트브룩의 존재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런 웨스트브룩의 활약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졌다. 부상을 당한 2차전을 제외하면 출전한 5경기에서 모두 14점 이상을 기록했고, 심지어 5차전에서는 21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으로 알토란 그 자체였다.
믿었던 요키치가 기대보다 부진했던 시리즈였기 때문에 덴버에는 엄청난 위기였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웨스트브룩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지난 오프시즌, 덴버의 웨스트브룩 도박은 그야말로 대성공이 됐다. 이미 본전 그 이상을 뽑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웨스트브룩 개인에게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커리어 내내 S급 빅맨과 뛰어보지 못했던 웨스트브룩은 요키치라는 파트너를 만나 행복한 농구를 하고 있다.
2라운드 상대는 친정팀 오클라호마시티 선더다. 과연 웨스트브룩이 친정팀을 상대로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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