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강자 덴버 너게츠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LA 클리퍼스와 격돌한다. 시작부터 만만치않은 상대다.
클리퍼스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다크호스'로 불린다. 시즌 막판 엄청난 경기력으로 상승세를 타고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골든스테이트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낸 클리퍼스는 8연승과 함께 50승 고지를 밟았고,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피해 서부 컨퍼런스 5번 시드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기세를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면 어느 팀도 두렵지않다.
반면 덴버는 막판 주춤한 상태다. 특히 정규시즌을 3경기 남겨놓은 상태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마이클 말론 감독과 칼빈 부스 단장을 동시에 경질한 상태인지라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간판스타 '더 조커(The Joker)' 니콜라 요키치(30‧211cm)의 역할이 중요하다.
요키치는 선수단을 불러놓고 '우리가 할 일에 집중하자'고 다잡은 상태이지만 현재의 분위기가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더욱이 요키치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큰팀인지라 요키치의 컨디션에 따라 매경기 승패가 가릴 공산이 크다.
클리퍼스의 상승세를 감안했을때 불리하다는 의견도 많지만 덴버 팬들 입장에서 1라운드도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현 리그 최고의 선수 요키치가 버티고 있기때문이다.
야전사령관+주포+골밑지킴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센터 요키치
앞서 언급한데로 요키치는 덴버 너게츠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아무리 현대 농구에서 포지션이 파괴되고 있다고 하지만 게임을 조립해주는 야전사령관과 골밑을 지켜주는 센터는 무조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맞춰져야 다른 포지션도 상황에 맞게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키치가 대단한 점은 이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최고 수준으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본래 포지션인 센터로서의 골밑 기둥 역할은 당연하고 리딩, 패싱능력도 리그 최상위 퓨어 포인트가드 못지않다.
요키치는 센터 포지션에서 보기 드문 뛰어난 패스 능력을 가지고 있다. 넓은 시야로 코트 전역을 잘 볼 수 있으며, 다양한 각도에서 정확한 패스를 전달 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 덕분에 그는 팀의 공격을 조립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사실상 1번보다도 더 많이 관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개인 득점력이 약한 것도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올릴 수 있다. 체격, 힘, 기술이 함께하는 포스트 업에서의 득점, 미드레인지 점퍼, 그리고 고감도 3점 슛까지 다양한 슈팅 옵션을 가지고 있다. 부드러운 슈팅 폼과 손끝 감각은 효율적인 득점을 가능하게 해준다.
물론 아무리 패싱, 득점력이 좋다 해도 센터가 골밑에서 존재감이 약하면 다재다능한 능력치가 퇴색될 수도 있다. 특히 리바운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다행히도 요키치는 좋은 리바운더다. 공격과 수비 양쪽에서 중요한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듬직한 체격과 위치선정 능력을 앞세워 좀처럼 리바운드를 빼앗기지 않는다.
여기에는 높은 농구 IQ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이를 바탕으로 상대 팀의 수비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플레이를 선택하는 데 능숙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 되어 요키치는 현대 농구에서 매우 특별한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의 플레이는 팀의 공격을 다채롭게 만들고, 동료 선수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수비는 아쉽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수비다. 공격 생산성 같은 경우 마이클 조던, 르브론 제임스가 부럽지 않을 수준이지만 수비에서는 일부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요키치는 체격이 큰 백인 빅맨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느린 발 놀림을 가지고 있어, 빠른 가드나 포워드와의 1대1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특히 픽 앤 롤 상황에서 상대의 빠른 움직임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역시 같은 이유로 수비 범위는 제한적인데 외곽에서의 수비가 약한 편이다. 현대 농구에서는 외곽 슛을 잘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뛰어나지 않다는 것은 곧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이 부분에 더 신경을 쓰다가 파울이 쌓이며 팀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키치는 이른바 몸빵과 센스를 앞세워 팀의 수비시스템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유의 센스와 위치선정 능력은 수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요키치는 공격에서는 퍼펙트한 플레이어지만, 수비에서는 일부 아쉬운 점을 노출한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요키치 효과를 극대화하기위해서는 최대한 수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이다. 팀에서도 활동량 좋은 선수들을 앞세워 요키치를 돕게하는 라인업을 쓰고있지만 거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선수들이 매시즌 이탈하는 바람에 어려움이 컸다.
요키치는 올시즌 70경기서 평균 29.6득점(3위), 12.7리바운드(3위), 10.2어시스트(2위)로 평균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NBA 역대 세 번째 선수이며 센터로서는 최초다. 더욱이 의미있는 것은 이기적인 온볼러가 아니면서도 이같은 대기록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이런 선수가 MVP를 못 받는다는 것은 문제가 될듯 보이지만 이미 3번을 받았고 팀성적에서 밀리는 바람에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셰이길저스-알렉산더의 수상이 유력한 분위기다. 아직 결정난 것은 아니지만 만약 못받는다해도 다시 한번 파이널 우승을 이끌 수 있다면 역사는 올시즌 최고의 선수로 요키치를 떠올릴 것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덴버 너게츠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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