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피스 그리즐리스는 아주 어렵게 막차로 플레이오프에 합류했다. 플레이-인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베테랑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고배를 마셨으나 8번 시드 결정전에서 댈러스 매버릭스를 120-106으로 누르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최근 다섯 시즌 중 네 번째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1라운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상대는 정규시즌 전체 승률 1위(0.829)에 빛나는 신흥강호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다. 올시즌 우승후보 중 한팀과 1라운드부터 맞붙게 된것이다.
그렇다고 정규시즌에서 오클라호마 시티에 강했던 것도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방적으로 밀렸다. 4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홈, 원정 가리지 않고 두들겨 맞았는데 접전 경기조차 한번도 없었다. 2월 8일 125대 112로 패한 경기가 가장 근소한 점수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 다했다.
거기에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오클라호마 시티가 우위에 있다. 오클라호마 시티같은 경우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선수들의 체력안배에 신경쓰며 플레이오프를 대비해왔다. 멤피스는 그럴 틈이 없었다. ‘플레이오프를 가냐 못가냐’의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2번의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치른 끝에 힘겹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다. 전력에서도 밀리는 팀이 체력에서 조차 열세인지라 이래저래 어려운 시리즈가 예상된다. 물론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는 다를 수 있다.
특히 폭발력을 가진 특정 선수가 미쳐버리면 해당 시리즈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한다. 확실한 에이스의 유무가 그래서 중요한 이유인데, 멤피스에서는 ‘짐승’ 자 모란트(26‧188cm)가 바로 그런 존재다.
높게 뛰고 빠르게 달리는 멤피스의 짐승
모란트는 2019 NBA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2순위로 멤피스의 지명을 받았다. 자이언 윌리엄슨이란 역대급 거물이 버티고 있어서 그렇지 어지간한 드래프트였다면 전체 1순위로 지명받았을 것이다. 실제로 첫 시즌 신인상을 필두로 현재는 당시 1순위였던 윌리엄스보다 더 나은 커리어를 쌓아 나가고 있다.
한팀의 에이스로 출중한 기량을 가지고 있는 것과 더불어 화려함까지 겸비했다. 다만 크고 작은 부상을 종종 당하는 것을 비롯 '총기 사건'으로 이미지가 안 좋아진 부분이 옥의 티다.
모란트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돌파'다. 모란트는 빠른 스피드로 수비수를 제치고 들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며, 방향 전환이 매우 민첩하다. 이를 통해 수비수의 예상과 반응을 어렵게 만든다. 드리블 기술은 매우 정교하여, 크로스오버, 스핀 무브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상대 수비를 혼란스럽게 한다.
운동능력이 탁월한 선수답게 뛰어난 점프력을 가지고 있는데 돌파 후 레이업이나 덩크슛을 시도할 때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이는 수비수와의 접촉을 피하거나, 수비수를 넘어서 슛을 시도할 수 있는 비결이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달리고 높게 뛰며 다양한 기술까지 섞어 쓰는지라 돌파가 안 좋을 수가 없다.
거기에 더해 팀의 야전사령관답게 단순히 개인 득점 뿐만 아니라, 돌파를 통한 패싱게임 창출에도 뛰어나다. 돌파 과정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들인 후, 빈공간이 생긴 동료에게 패스를 전달하여 팀의 공격 루트를 다양하게 만들어준다.
모란트는 코트 전반을 살피는 능력이 뛰어나며, 수비수의 움직임을 빠르게 파악하여 적절한 타이밍에 패스를 시도한다. 특히 속공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하는데, 빠른 속도로 공격을 전개하는 가운데 송곳같은 패스를 뿌려버리는지라 상대 수비가 준비할 틈을 주지 않는다.
때때로 위험한 패스를 너무 과감하게 시도하는 바람에 턴오버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성공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뿐더러 강심장 모란트는 그런 부분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에이스에게 필요한 멘탈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잘 결합된 모란트는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슬래셔 중 한 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마디로 그의 돌파는 경기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부상 악조건 속에서도 업셋의 중심에 설 수 있을까?
주로 돌파로 유명한 모란트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슈팅 능력도 늘어가고 있다. 특히 3점슛 같은 경우 커리어 초반에는 약점으로까지 지적받았을 정도로 다소 불안정했지만, 꾸준한 훈련을 통해 이 부분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3점슛이 필요한 적절한 상황을 잘 판단한다. 동료의 패스를 받아 공격으로 이어가는 스팟 업 슈팅을 비롯 드리블 후 던지는 3점슛도 위력적이다.
미드레인지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스텝백 점퍼나 크로스오버 후 점프슛 등 여러 가지 기술을 활용하여 수비를 혼란스럽게 만들어버린다. 거기에 언제든 질 좋은 패스까지 뿌릴 수 있는지라 최근의 그를 예측 수비로 막아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워진 상태다. 장기인 돌파는 더더욱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라면 모란트는 운동능력은 엄청나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체격을 가지고있어 피지컬이 좋은 수비수들의 압박 수비에 종종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플레이오프라면 더더욱 이런 부분을 노릴 공산이 크다.
더불어 현재 부상까지 당한 상태인지라 자신이 가진 풀전력을 쏟아내기도 쉽지않다. 직전 댈러스와의 경기에서도 주사 치료를 받고 출전을 강행한바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악조건을 뚫어내고 ‘업셋’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모란트에 대한 평가는 더욱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멤피스 그리즐리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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