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레너드는 고평가를 받을만하다. 현역시절 조던이 그랬듯 공격과 수비에서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하나가 추가되어야 한다. 바로 '건강'이다.
그는 경기장에서의 단단한 플레이 스타일과 달리 크고 작은 부상을 워낙 많이 당했다. 커리어내내 계속 따라다니며 '유리몸' '투명 조던'등으로 불렸다.
'정규시즌에는 아예 없는 선수 취급하는게 낫다'는 혹평 또한 많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점은 코트에서 건강하게 뛸 수 있는 경우에는 미친 존재감을 마구 뿜어낸다는 것이다.
특히 플레이오프 등 큰 경기에서의 레너드는 조던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팀 공격과 팀 수비를 동시에 끌어 올려주는 선수다. 파이널 우승을 2번 기록하는 동안 모두 MVP까지 선정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공격과 수비 모두 최고, 건강만 했으면 ‘조던 2호기’ 되었을 수도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정상적으로 코트에서 뛸 수 있는 레너드는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NBA 최고 수준으로 꼽히고 있다. 그의 공격 옵션은 다양하면서도 효율적이고 뺴어난 수비력 또한 팀 전체 디펜스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먼저 공격을 살펴보면 레너드는 미드레인지 구역에서의 슈팅 능력이 뛰어난데, 수비수가 가까 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슛을 성공시키는 정확성과 일관성이 돋보인다. 더불어 빠른 발과 균형 잡힌 몸놀림으로 수비수를 제치고 골대에 접근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거기에 동포지션 대비 파워가 좋은지라 상대의 체격이 자신과 별 차이가 없다 싶으면 거침없이 포스트업을 치면서 골밑으로 들어간다. 다양한 옵션을 바탕으로 쉽게쉽게 득점을 만들어내는데 능숙하다고 할 수 있겠다. 3점슛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시즌이 거듭될수록 성공률이 늘어가면서 이제는 중요한 옵션 중 하나로 장착된 상태다.
클러치 상황에서의 집중력 또한 레너드의 장점이다. 상당수 슈퍼스타가 그렇듯 한방이 절실한 시점에서 자신감 있게 공격을 시도해 결정적 득점을 성공시킬 때가 많다.
공격과 더불어 수비에서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사실 레너드가 처음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수비에서부터다. 전성기 르브론 제임스를 꽁꽁 묶으며 지켜보던 이들을 놀라게 했다. 벤치에서 쉬고 있던 레너드가 다시 코트에 나서자 표정이 일그러지는 르브론의 모습에서 그의 수비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짐작케한다.
레너드는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수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스위치 상황에서도 뛰어난 대응력을 보여준다. 날렵한 발놀림과 반사 신경으로 상대의 드리블을 읽고 빠르게 반응하여 막아선다. 거기에 스틸과 블록슛에 모두 뛰어나다는 것은 가로수비, 세로수비의 밸런스가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좋은 신체 능력과 더불어 디펜시브 IQ가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높은 농구 이해도를 바탕으로 상대의 공격 패턴을 분석하고, 적절한 위치에서 수비를 펼친다. 팀수비, 대인수비에 모두 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의 수비수상 2회,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 3회, 스틸왕 1회가 레너드의 수비 커리어를 말해주고 있다.
한술 더 떠 레너드는 스윙맨임에도 빅맨 수비에서 상당한 솜씨를 뽐낸다. 단단한 몸과 강한 힘을 갖춘 레너드는 상대 빅맨과의 몸싸움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는지라 리바운드와 포스트 수비에서 어느 정도 싸움이 가능하다.
스위치 상황에서 빅맨을 수비하는 데 능하며, 민첩성과 반사 신경으로 상대의 움직임에 빠르게 대응한다. 영리하게 슈팅 방해를 하거나 블록슛을 시도하는 등 옵션이 다양하다.
레너드는 LA 클리퍼스로 둥지를 옮긴 후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뛸만하면 부상으로 낙마하며 고개를 떨구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플레이오프에서 레너드가 건강하게 뛰어주기를' 고대했다. 큰 무대에서의 위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재 레너드는 그렇게 하고 있다. 현 소속팀 클리퍼스는 서부 컨퍼런스 1라운드에서 덴버 너게츠와 맞붙은 상태다. 1차전에서는 접전 끝에 패하고 말았지만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던 2차전은 잡아냈는데 그 중심에는 역시 레너드가 있었다. 3점슛 4개 포함 39득점, 5어시스트로 덴버를 폭격했다.
전반에만 첫 야투 10개 중 9개를 넣었다. 2쿼터 막바지엔 동점 상황에서 3점 리드를 안기는 장거리 버저비터까지 꽂았다. 경기 막판 골밑 득점을 성공시킨 것을 비롯 직후 수비에서 요키치의 패스를 스틸했다. 마음이 급해진 덴버는 마지막 수비에 성공한 후 3점슛으로 동점을 노렸으나 수비에 막혔다. 그때 요키치를 막아선 것도 레너드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빠지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레너드의 위력은 현 최고 선수 니콜라 요키치 못지않았다. 클리퍼스 팬들 사이에서 ‘혹시 이번 만큼은 우승이 가능할 수도?’라는 희망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것도 레너드가 코트에 서있기 때문이다. 정말 미친 존재감이 아닐 수 없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제공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