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일기] “야, 이민지, 도망가면 어쩌냐!”

인천/정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2 20: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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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인천/정지욱 기자]2025년 2월 12일 인천 도원 체육관 /날씨 : 이것은 눈인가 비인가


“야, 이민지! 니가 해야지 오빠들이 다해주면 어떻게 해!”

1월 초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스크리메이즈(실전상황운동) 때 3명의 스태프와 이민지, 김솔이 김단비, 이명관, 한엄지 등으로 이뤄진 주축선수들의 상대 팀 역할을 맡았다. 이민지를 주축선수 쪽에 넣지 않고 상대 팀으로 넣은 것은 위성우 감독의 뜻이다. 주 공격수 역할을 연습시키기 위해서다.

여자프로농구 각 구단은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남자 스태프들을 두고 있다. 이들은 팀 훈련 때 상대 팀 선수 역할을 한다. 스파링 파트너다. 위성우 감독이 말하는 ‘오빠들’이 바로 이들이다. 우리은행에는 3명의 남자 스태프가 있다.

뛰는 양이 많아지면서 지친 이민지가 오빠들에게 볼을 맡기고 외곽으로 빠지자 곧바로 위성우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너 해보라고 이렇게 하는건데 도망가면 어쩌냐”

이 훈련을 보고 느꼈다. 곧 이민지에게 꽤 많은 공격 롤을 줄 것이라는 걸.  


아니나 다를까. 정규리그 후반에 접어들면서 위성우 감독이 이민지를 활용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목적은 확실했다. 김단비가 쉬는 시간에 메인 공격수.

이민지는 이 역할을 기가 막히게 해냈다. 어색하지 않았다. 연습 때 계속해왔던 역할이니까. 위성우 감독은 “재능이 있고 배포도 있다. 나도 이민지가 이 정도 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김단비의 쉬는 시간 메인 공격수 역할을 잘 해내면서 점차 비중도 늘었다. 김단비 이외의 공격 옵션이 간절했던 우리은행에 큰 힘이다. 이민지의 올 시즌 기록은 평균 6.3점 1.4리바운드지만 5, 6라운드로 한정하면 평균 11.4점 2.4리바운드다. 3점슛 성공률은 무려 40%. 6개 팀 중 가장 많은 3점슛을 쏘는 우리은행이기에 이민지의 3점슛 40% 상대팀에게 치명적이다.

이민지는 12일 신한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멋지게 해냈다. 위성우 감독은 28-21로 앞선 2쿼터 종료 6분 18초 전 김단비를 뺐다. 전반이 끝날 때 점수는 42-29였다.

김단비(25점 17리바운드 5어시스트)가 다시 들어왔냐고? 아니다. 2쿼터 끝날 때까지 휴식을 취했다. ‘이민지 타임’이었다. 6분 18초간 13점을 몰아쳤다. 어시스트도 2개 곁들였다. 이민지(16점 5리바운드)의 활약으로 주도권을 쥔 우리은행은 4쿼터 막바지 잠시 신한은행에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김단비, 미야사카 모모나의 득점으로 흐름을 끊고 승리를 챙겼다.

우리은행(20승8패)은 63-51의 승리를 거두고 2위 BNK(18승9패)와의 격차를 1.5경기로 벌리며 정규리그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우승까지 매직넘버는 2다.

누군가는 말한다. ‘우리은행이 운 좋게 이민지라는 좋은 선수를 데려갔다’고. 거기에 반문하고 싶다. 다른 팀에 갔다면 이민지를 이렇게 잘 쓸 수 있었을까?

그냥 되는 일은 없다.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위성우 감독과 이민지처럼.


사진제공=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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