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의 어느 날 있었던 일이다. 서울 종합운동장역 7번 출구로 나와 잠실체육관으로 걸어가던 길. 왼쪽에 있는 잠실야구장은 KBO리그 최고의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 경기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족들이 응원하는 팀 유니폼을 입고, 가방까지 메고 모여있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웠다.
KBL에서는 서울 삼성과 서울 SK가 함께 서울을 연고지로 두고 있다. 2017-2018시즌부터 양 팀이 KBL 부흥을 위해 맞대결을 S-더비라 표기하고 있지만, S-더비가 생긴 이후 양 팀이 함께 플레이오프에 오른 적은 한 시즌도 없었다. 성사된다 해도 흥행을 장담할 순 없겠지만, 서울 연고 두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걸 농구에서도 한 번 구경하고 싶은 심정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동반 플레이오프 진출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양 팀이 서울로 이전한 2001-2002시즌 이후 2007-2008시즌, 2012-2013시즌 단 두 차례 있었다. 그마저도 양 팀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1999-2000시즌 4강에서 맞붙었지만, 수원 삼성과 청주 SK 시절이었다.
삼성의 암흑기가 길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한 이후 양 팀이 만든 전성기가 번번이 엇갈렸다. SK는 2012-2013시즌에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따낸 후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삼성이 2010-2011시즌 이후 플레이오프에 오른 건 2015-2016시즌과 2016-2017시즌이 전부였다. 공교롭게 SK가 세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후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구간이었다. SK가 2017-2018시즌 플레이오프 무대로 돌아오자, 삼성이 귀신같이 7위로 내려앉았다.
SK가 전희철 감독 부임 후 팀 최초의 네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달성한 반면, 삼성의 암흑기는 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길어지고 있다.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 이후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못 올랐다. 올 시즌은 KBL 역대 최초 네 시즌 연속 최하위 위기까지 몰렸다.
2010년대 이후 농구를 접한 이들이라면 전래동화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SK가 삼성을 그리워 하던 시절도 있었다. 삼성이 2002-2003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 KBL 최초 아홉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오른 반면, SK는 같은 기간 동안 2007-2008시즌 6강에서 ‘봄 농구’를 잠시 맛본 게 전부였다(심지어 당시 6강은 3전 2선승제여서 2경기 만에 시리즈가 끝났다).
결국 삼성은 3쿼터 역대 최소 타이인 3점에 그쳤다. 삼성은 4쿼터 초반 전세를 뒤집은 것도 잠시, 이내 무리한 야투 시도와 리바운드 열세가 겹쳐 흐름을 넘겨줬다. 최종 결과는 66-75. 한때 15점 차까지 달아났던 삼성이 당한 거짓말 같은 역전패였다.
SK가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를 4로 줄인 반면, 삼성의 플레이오프 탈락 트래직넘버는 6이 됐다. 남은 13경기 모두 이겨도 6위 원주 DB가 6승만 추가하면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없다. 팀 역사상 가장 빛나는 구간을 달리고 있는 SK와 달리 여전히 ‘서울의 봄’이 보이지 않는 삼성이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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