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KB스타즈 간의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5전3승제) 4차전은 오후 6시에 열렸다. 집(용인)에서 이동하기에 시간이 넉넉했지만 주말 고속도로 정체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 일찍 나섰다. 생각보다 길이 막히지 않아 2시반 경에 청주에 도착했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기자석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2시부터 시작된 KBL 원주 경기(DB-삼성) 중계를 보고 있었다. 이 경기는 연장승부였다.
걱정되는 사람이 있었다. 유창근 장내아나운서다. 그는 DB의 장내아나운서이자, KB스타즈의 장내아나운서 이기도 하다. 6시에 열리는 KB스타즈의 플레이오프 4차전 진행을 해야한다.
연장승부로 펼쳐진 원주 경기는 4시가 훌쩍 넘어서 끝났다. 고속도로가 밀리지 않는다고 해도 원주에서 청주까지 2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에 올 수 있으려나... KB스타즈 이벤트 팀은 “혹시나 원주경기 연장가는 경우를 대비해 도착할 때까지 진행을 대신할 인원을 준비를 해놨다”고 밝혔다.
경기 시작 전 청주체육관이 암전되고 선수 소개 시간. 장내아나운서의 화려한 소개 멘트와 함께 선수들이 코트로 나왔는데, 스피커를 타고 울려퍼진 우렁찬 목소리는... 세상에. 유창근 장내아나운서였다. 심지어 KB스타즈 홈경기 의상인 노란 정장까지 깔끔하게 차려입고 등장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유창근 장내아나운서는 “원주 경기가 연장을 가는 바람에 맘을 졸였다. 원주에서 청주까지 대략 1시간 50분에서 2시간이 걸리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속도를 좀 내서 운전을 했다. 다행이 카메라 단속 구간이 많지 않았고 차가 밀리지 않아서 경기 시작 20분 전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의상은 미리 차에 뒀다가 신호대기 동안 갈아입었다고. 이것도 대단하다.
KB스타즈는 혈투 끝에 62-61, 1점차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유창근 장내아나운서는 “고된 하루다. 원주에서 청주까지 와서 열심히 선수들을 응원했는데 승리해서 너무 기쁘다. 집에가면 바로 뻗을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3월 8일 세상 누구보다 바빴던 남자 유창근 장내아나운서의 숨가빴던 하루는 해피엔딩이었다.
사진제공=WKBL
아래사진=원주에서 이벤트 진행을 하던 유창근 장내아나운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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