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이 사전 인터뷰를 위해 찾은 SK 라커룸. 전희철 감독은 태블릿의 멀티태스킹 기능으로 오후 2시부터 진행되고 있는 KT-LG, 현대모비스-KCC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규리그 우승이 결정될 수도 있는 날이었으니 전희철 감독으로선 평소보다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예상과 달리 LG는 외국선수가 1명만 뛴 KT에 완패(62-90)했다. 덕분에 SK는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가 1로 줄어든 상황에서 DB와의 경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원래 보긴 해요”라며 웃은 전희철 감독은 “결국 우리가 잘해야죠”라는 우문현답도 남겼다.
SK는 불과 이틀 전, DB에 일격을 당했다. 강상재에게 국내선수 역대 4위인 22리바운드를 내줬고, 이 여파로 세컨드 찬스 득점에서 7-26으로 밀렸다. 3점슛도 15개나 허용했다. “외국선수에게 내줘도 많은 수치인데 국내선수에게 22리바운드를 허용했다는 건 어떤 핑계도 댈 수 없죠. 집중력 문제입니다. 선수들도 잘 알 거예요.” 전희철 감독의 말이다.
전희철 감독은 이어 선수단을 향한 경고 메시지(?)도 남겼다. 전희철 감독은 “요새 유튜브에 제 ‘극대노 짤’이 업데이트가 안 되고 있잖아요. 오늘도 집중력 떨어진 모습이 보이면….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얘기했습니다”라며 웃었다.
정규리그 우승은 ‘시간문제’였지만, 전희철 감독이 어느 때보다 예민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전희철 감독은 2010-2011시즌에 사무국 업무(운영팀장)를 맡은 바 있다. 사무국이 1경기를 치르는 데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 몸소 체험했던 것.
전희철 감독은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2021-2022시즌 점프볼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업무에 대한 재미, 보람이 있었어요. ‘1경기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구나’라는 것도 느꼈죠. 그래서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이기든 지든, 가비지타임이 나오면 안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SK 사무국은 하루 전인 15일, 원주종합체육관에 총출동했다. 16일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살아있는 만큼 현수막을 비롯한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만약 패한다면, 오는 19일 수원 KT와의 원정경기에서 또 우승 세리머니를 세팅해야 했다. 현수막에 우승 티셔츠, 모자 운반 등등…. 결코 ‘행복한 고민’만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봤을 때, 전희철 감독은 평소보다 예민했다. 전반 마지막 작전타임을 평소보다 빨리 요청하며 DB의 흐름을 끊으려 했고, 3쿼터에 최부경이 다 잡은 리바운드를 놓치며 실책을 범하자 벤치 앞에 있는 광고판을 주먹으로 내리치기도 했다.
물론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가장 강한 건 선수들이었고, 6라운드 맞대결만큼은 똑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았다. 1쿼터를 21-9로 마친 후 공격 난조로 3쿼터 막판 동점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는 듯했지만, 자밀 워니의 버저비터에 힘입어 주도권을 되찾으며 3쿼터를 끝냈다. 이어 4쿼터를 10-0 런으로 시작, 두 자리 격차를 되찾았다. SK는 이후 줄곧 주도권을 지켰고, 전희철 감독은 경기종료 1분 여전 승부에 쐐기를 박는 리바운드가 나오자 비로소 미소와 함께 선수단에 박수를 보냈다. SK의 75-63 승리였다.
SK는 이후 1년 만에 DB의 정규리그 최다승과 어깨는 나란히 했다. 홈에서 극강(25승 2패)의 경기력을 뽐내며 총 44승을 따냈다. 정규리그 최다승은 타이에 그쳤지만(?), 최소경기만큼은 새롭게 썼다. 종전 기록을 보유했던 DB의 홈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SK 감독이 된 후, 하나씩 금자탑을 쌓아가고 있는 전희철 감독이다.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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