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알고 나도 알고 하늘도 아는 얘기지만, 서울 SK의 주무기는 속공이다. 23일 부산 KCC와의 경기 전까지 평균 7.9개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간과하고 있는 점 하나. SK는 속공을 시도하는 것만큼 상대의 속공을 봉쇄하는 데에도 탁월한 능력을 지닌 팀이다. 평균 3.6개의 속공만 내줘 최소 허용 2위였다.
최소 속공 허용 1위는 창원 LG의 3.3개다. 다만, LG는 속공 성공이 2.8개로 최하위인 팀이다. LG는 탄탄한 수비력과 더불어 지공, 패턴을 통한 공격 전개가 많은 팀이라는 의미다. 성공한 속공, 허용한 속공의 차이(4.6개)가 가장 많은 팀이 바로 SK다. 전희철 감독이 선수단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항목 가운데 하나였다.
SK의 견고한 수비는 유독 KCC만 만나면 흔들렸다. 단순히 9연승, 10연승 행진에 제동을 건 상대가 아니었다. SK는 KCC를 상대로 12.2개의 속공을 만들었지만, 속공 허용도 7.6개에 달했다. SK가 특정 팀에 허용한 최다 속공이었다. 2위가 원주 DB에 내준 4.3개라는 걸 감안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수치였다.
KCC의 속공 능력(3.9개, 6위)은 중위권 수준이었다. 5경기에서 나온 수치였기 때문에 표본이 적다고 할 수도 없었다. 데이터와 선수들의 성향을 토대로 팀별 맞춤형 전략을 준비하는 전희철 감독 역시 “KCC가 우리랑 경기할 때면 유독 더 공격이 잘 된다”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KCC는 이번에도 SK의 속공에 맞불을 놓았다. 2쿼터 한때 14점 차까지 뒤처졌지만, 2쿼터에만 무려 5개의 속공을 만들며 전세를 뒤집었다. 이후 역전을 주고받는 접전을 펼쳤던 KCC는 4쿼터에 다시 ‘속공의 팀’ SK를 속공으로 무너뜨렸다. 6점 차로 달아난 경기 종료 5분여 전, 작전타임을 통해 공격을 정비한 SK를 상대로 정창영이 압박수비에 이은 원맨 속공으로 연결한 장면은 5경기에서 쌓인 데이터가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최종 결과는 81-71, KCC의 승리였다. KCC는 SK전 평균보다 많은 8개의 속공을 만들며 상대 전적 3승 3패를 만들며 정규리그 맞대결을 매듭지었다.
반면,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던 SK의 최다승 도전은 막을 내렸다. SK의 시즌 전적은 39승 10패가 됐다. 남은 5경기를 모두 이기면 2011-2012시즌 동부(현 DB), 2012-2013시즌 자신들이 세운 44승과 타이가 된다.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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