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겸 업무 겸해서 15년 만에 뉴욕에 왔다. KBL 경기본부가 에픽스포츠 김병욱 대표의 주선으로 NBA 심판 운영부와의 미팅을 위해 뉴욕을 찾았는데 NBA 본사를 평생 언제 가보겠냐 싶어(비용 부담이 있었지만 ㅜㅜ) 기꺼이 동행했다.
오전 9시 뉴욕 5번 애비뉴에 위치한 NBA 본사를 찾았다. 도착 후 30분 가량 김병욱 대표의 안내로 본사 투어를 했다. 김병욱 대표는 NBA직원으로 15년을 일한 사람이다.
세계 최고의 농구리그 사무국답게 직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업무 할 수 있는 조건이 잘 갖춰져 있었다. 대기업을 다녀본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어지간한 대기업도 이정도될까 싶었다. NBA는 락펠러센터 단지 고층 빌딩 중 12층부터 19층까지 사용 중이었는데 곳곳에 누가봐도 농구 회사라는 것을 드러낸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사실 본사 투어는 맛보기에 지나지 않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NBA 심판부와 KBL 경기본부의 미팅이 있었는데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알찬 이야기가 오갔다.
세계농구를 주도하는 NBA는 1990년대 후반 심판 판정에 대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NBA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FIBA(국제농구연맹)를 비롯해 전 세계 프로농구리그 경기 운영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NBA는 한 단계 더 나아가 2010년대 들어서면서는 심판의 파울 콜을 영상으로 돌려보고 파울 여부를 재확인하는 챌린지까지 가미하면서 판정 정확성 높이기에 나섰다. KBL도 2024-2025시즌부터 챌린지를 적용해 시즌을 치르고 있다.
지금이야 비디오 판독이 농구 뿐 아니라 전 종목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사항이 됐지만 NBA가 이를 처음 도입한 1990년대 후반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오심 여부가 영상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면서 심판들의 실수가 대놓고 확인되는 횟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심판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변화이기도 했다.
NBA 심판부는 KBL 경기본부와의 미팅에서 이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31년째 NBA 심판으로 활동 중인 스캇 포스터는 “심판은 팬들의 눈에 부정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직업이다. 판정을 내린 상황이 영상으로 그대로 나가는 변화에 대해 그 당시에는 걱정이 많기도 했지만 리그의 발전,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아마 지금 성장하고 있는 젊은 심판들은 힘들기도 할 것이다. 판정으로 인해 선수, 코치, 팬들의 질타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부분이고 개인보다는 더 나은 리그, 경기가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터와 몬티 매커친 NBA심판총괄은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 이전부터 심판을 경험한 인물들이다. 매커친은 “비디오 판독이 없던 시절에는 심판 셋이서 서로를 더 돕는 분위기였다. 1987년까지 NBA는 2심제였다. 그때 힘들었지만 배운 점은 더 많았다. 가끔 젊은 심판들도 2심제를 겪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역할이 커지는 만큼 서로 의지하고 배워가는 부분이 있다. G리그에서 2심제를 한번 시도해 보는 건 어떨지 하는 생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미팅에는 KBL 출신의 황인태 심판도 참석했다. 그는 “한국에서 일할 때 앞에 있는 유재학 본부장이 감독일 때 많은 경기를 함께했다. KBL 심판일 때 아웃오브바운스 판정 상황에서 감독님과 눈이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러고는 비디오판독을 신청하셨는데 대부분 감독님의 판단이 맞았다. 처음에는 그에 대해 상심도 크고 경기가 끝나고 나면 ‘내가 왜 그런 실수를 했지’하고 위축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심판으로서 내 판정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심판은 경기의 한 부분일 뿐이고 더 나은 경기를 위해 더 비디오를 통해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한 것이 맞다고 생각하니 비디오 판독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라며 KBL 심판 시절을 떠올렸다.
매커친은 “리그의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고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결정에 고민이 없다. 결과가 맞든 틀리는 최대한 시스템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비디오판독이나 챌린지에서 발생하는 리플레이로 정확하게 확인하면 된다. 내가 맞고 틀리고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심판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NBA심판이든 KBL 심판이든 모두 완벽을 지향하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가 심판인 것이다“라고 비디오 판독에 대한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더 나은 농구를 위해’ 라는 뚜렷한 목표, 그것이 NBA 심판부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좋은 농구 공부했다.
사진=정지욱 편집장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