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이규빈 기자] 진정한 인간 승리 드라마가 탄생했다.
플로리다 대학교는 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알라모 돔에서 열린 2025 NCAA 미국 남자대학 농구 토너먼트 결승전 휴스턴 대학교를 상대로 65-63으로 승리했다.
극적인 대역전극이었다. 이날 경기는 한때 휴스턴이 12점까지 앞선 정도로 유리했던 경기였다. 하지만 후반부터 플로리다가 자랑하는 탄탄한 수비가 살아나기 시작하며 접전 승부가 됐다. 승부는 클러치 타임에 돌입했고, 최종 승자는 플로리다였다. 바로 에이스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플로리다의 에이스 월터 클레이튼 주니어가 경기를 지배했다. 이번 토너먼트 내내 맹활약했던 클레이튼 주니어는 결승전에서는 비교적 잠잠했다. 휴스턴이 의도적으로 클레이튼 주니어만 집중 수비한 것이다. 이런 휴스턴의 집중 견제 전략은 정확히 성공했다. 전반 내내 플로리다의 공격은 꽁꽁 묶였고, 클레이튼 주니어도 전반 무득점에 그쳤다.
이번 토너먼트 내내 플로리다는 클레이튼 주니어가 홀로 공격을 이끌던 팀이었다. 클레이튼 주니어가 묶이자, 기세와 분위기가 휴스턴 쪽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번 토너먼트의 신데렐라 클레이튼 주니어는 후반부터 자신의 진가를 뽐냈다. 휴스턴의 강력한 압박 수비를 역으로 이용해 동료들에게 양질의 패스를 건넸다. 이러자 답답하던 플로리다의 공격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클러치 타임에서도 결정적인 득점과 어시스트로 역전승의 일등 공신이었다. 물론 이날 승리의 가장 큰 이유는 플로리다의 단단한 수비력이었으나, 결국 승부를 결정 지은 건 에이스 클레이튼 주니어였다.
플로리다는 이번 우승으로 2007년에 이어 무려 18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2007년 플로리다에는 빌리 도노반 감독의 지휘 아래 알 호포드와 조아킴 노아라는 걸출한 빅맨이 있었다. 반면 이번 우승에는 그렇게 뛰어난 유망주가 없었다. 팀을 이끈 클레이튼 주니어도 주목을 전혀 받지 못했던 유망주였다.
클레이튼 주니어는 애초에 고등학교 시절에도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선수였다. 고등학교 시절에 농구와 함께 미식축구도 병행했으나, 농구와 미식축구 모두 별 볼 일 없는 유망주로 분류됐다. 고등학교 선수들의 점수를 매기는 미국 현지 사이트에서 5점 만점에 0점을 받을 정도였다. 원했던 대학교에서 모두 거절을 당한 클레이튼 주니어는 무명 대학교인 이오나 대학교로 진학했다.
이오나 대학교에서 2학년 시즌에 평균 16.8점 4.3리바운드로 두각을 드러냈으나, 정작 소속팀 감독에게 혹평을 들었다. 당시 이오나 대학교의 감독이었던 릭 피티노는 클레이튼 주니어를 향해 "뚱뚱하고, 느리고, 슛은 못한다. 대신 패스 센스는 괜찮다"라고 말했다. 클레이튼 주니어는 이오나 대학교의 에이스였다. 그런 선수가 소속팀 감독에게 이런 혹평을 들은 것이다.
클레이튼 주니어는 2학년 시즌이 끝나고 전학을 통해 플로리다로 이적한다. 클레이튼 주니어의 고향이 바로 플로리다다. 그리고 고향에서 전무후무한 업적을 세웠다.
전학과 동시에 클레이튼 주니어는 플로리다 대학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3학년 시즌에 평균 17.6점 3.6리바운드를 기록했고, 4학년 시즌이었던 이번 시즌에는 평균 18.3점 4.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4강 어번 대학교와의 경기는 압권이었다. 34점을 기록했고, 야투 18개 중 11개를 성공하는 엄청난 고효율을 과시했다. 또 클러치 타임에 연속 득점으로 승기를 가져오는 일등 공신이었다. 클레이튼 주니어의 원맨쇼로 플로리다는 어번을 79-73으로 꺾었다. 경기 전 대부분 매체는 어번의 승리를 예측했다. 클레이튼 주니어가 반전을 만든 것이다.
이런 엄청난 활약으로 클레이튼 주니어는 단숨에 미국 전역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선수가 됐다. 이번 NCAA 토너먼트 전까지 드래프트 예상 순위에서 2라운드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최근에는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나올 정도다.
클레이튼 주니어는 전형적인 단신 포인트가드이자, 득점력에 강점이 있는 가드다. 냉정히 NBA 무대에서는 188cm라는 작은 신장으로 수비에서 구멍이 될 수 있고, 장기인 공격도 통하지 않을 수가 있다. 하지만 이번 토너먼트에서 활약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가드가 필요한 팀은 충분히 지명할 수 있다. 미국 현지 방송국인 ESPN에서는 클레이튼 주니어를 대학 시절 데미안 릴라드와 비교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무명 선수가 활약하거나, 약자가 강자를 제압하는 드라마에 감동한다. 이번 NCAA 남자농구 토너먼트는 그런 대표적인 사례였다.
클레이튼 주니어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나의 꿈이 현실이 됐다. 2년 전 플로리다로 전학을 왔을 때, 오직 이 순간만 고대했다. 동료들, 코치, 감독까지 모든 사람이 함께 이뤄낸 업적"이라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소속팀 감독까지 부정적이었던 무명의 유망주가 최고의 대회에서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3월의 광란에서 진정한 인간 승리 드라마가 탄생한 셈이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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