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유석주 인터넷 기자] 2024-2025시즌 개막 후, 지난 일주일을 가장 화려하게 보낸 NBA 선수는 누구였을까. 점프볼은 한 주 동안 가장 뜨거웠던 선수를 동/서부 컨퍼런스에서 각각 한 명씩 선정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11월 25일 기준)
동부 컨퍼런스
진화는 끝나지 않았다 by 프란츠 바그너
바그너의 최근 다섯 경기
28.8점 7.8 어시스트 7.4 리바운드
야투율 47.8% 3점 슛 성공률 35.9%
바그너의 2024-2025시즌 :
득점 / 어시스트 / 리바운드 / 스틸 커리어하이
(23.6점 5.6어시스트 5.8리바운드 1.7스틸)
올랜도 매직 : 동부 컨퍼런스 3위
‘독일의 농구 스타’ 프란츠 바그너는 팀이 어두울 때 가장 밝게 빛났다. 에이스 파올로 반케로의 복부 부상 이탈과 함께 찾아온 4연패. 팀의 1옵션을 맡은 바그너는 득점과 어시스트, 리바운드에서 평균 20-5-5 이상을 기록하며 완벽한 진화에 성공했다. 팀도 연승 행진에 돌입하며 동부 컨퍼런스 3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주목할 포인트는 바그너의 범용성이다. ‘드래프트 1순위’ 반케로에 가려져서 그렇지, 바그너 역시 208cm의 뛰어난 신체 조건과 BQ, 기술을 모두 갖춘 차세대 공수 겸장 및 프런트코트 자원이다.
자말 모슬리 올랜도 감독은 시즌 초 두 선수의 공존을 위해 바그너에게 핸드오프-액션과 공 없는 움직임을 요구했다. 공을 건넨 이후 득점력이 뛰어난 반케로가 상대 수비수를 고립시켜 득점 사냥에 나서거나, 세컨드 볼 핸들러인 바그너가 다시 공을 받아 공격을 전개하는 식이었다.
실제로 이번 시즌 바그너는 18경기 동안 28번의 핸드오프 포제션을 시도했는데, 이는 자말 머레이&제임스 하든(각 25회)보다 높은 수치다. 바그너가 포인트 포워드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이다.
단, 파트너가 없는 구간 바그너는 득점 생산형 볼 핸들러 역할에 충실했다. 투맨 게임, 매치업 헌팅을 노리는 아이솔레이션, 패스를 통한 동료의 기회 창출 등 공격과 관련된 그 어떤 항목에도 특별한 약점을 보이지 않았다. 유럽 선수 특유의 탄탄한 기본기와 다재다능함, 높은 농구 이해도가 많은 출전시간을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 데뷔 초 돌파와 3점에 치중했던 공격패턴에 풀업 슈팅이 가미된 점도 호재였다. 이젠 코트 위에서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선수로 거듭났다. ‘NBA 4주 차 이주의 선수’ 선정은 그의 성장을 축하하는 달콤한 보상이었다.
올랜도의 2024-2025시즌 :
디펜시브 레이팅 3위 (105.4점)
오펜시브 레이팅 25위 (109.8점)
eFG% (야투 정확도) 25위 (51.6%)
문제는 올랜도가 리그 최하위 수준의 공격팀이라는 것이다.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리그 최상위급 수비를 꾸준히 유지한 데 비해, 그동안 올랜도는 공격에서 반케로와 바그너에게 많은 걸 의존해왔다. 백코트 뎁스를 차지하는 제일런 석스, 켄타비우스-칼드웰 포프, 개리 해리스 등은 경기 조립과 거리가 매우 먼 자원들이다. 반케로가 자리를 비운 지금, 바그너를 제외하면 핸들러라고 부를 만한 선수는 벤치 스타터인 앤써니 블랙 정도가 전부다. 그 블랙마저 아직은 효율과 볼륨을 키워야 하는 유망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랜도의 튼튼한 수비는 그들의 작년 플레이오프 레이스 참가가 단순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특히 앞선 수비가 매우 인상적이다. 앞서 언급한 칼드웰-포프와 석스 등 모두 아쉬운 공격을 엘리트급 수비력으로 만회하는 가드들이다. 상대 핸들러에게 붙는 강한 압박과 더불어 발 빠른 스위치와 손질, 위치선정 등을 통해 공을 가진 선수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여기에 벤치에서 출격하는 조나단 아이작까지, 공격팀 입장에선 공포감이 들 수밖에 없다. 공수 명암이 극명한 올랜도. 과연 지난 시즌보다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바그너의 손끝에 많은 게 달렸다.
서부 컨퍼런스
효율을 되찾은 공무원 by 앤드류 위긴스
위긴스의 2024-2025시즌 :
평균 27.6분 출전 17.4점 2.4 어시스트 4.4 리바운드
야투율 47.7%(커리어하이와 동률), 3점 슛 성공률 40.8%(커리어하이)
eFG% (야투 정확도) 56% (커리어하이)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 서부 컨퍼런스 1위
위긴스의 지난 시즌은 최악에 가까웠다. 2022-2023시즌 플레이오프 도중 입은 갈비뼈 부상의 여파로 몸을 만들지 못했고, 그 결과물은 코트 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워리어스 합류 후 가장 저조한 야투율을 기록함은 물론, 후반기에 조금씩 살아나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공수 모두 떨어진 퍼포먼스를 노출하며 골든 스테이트 성적 부진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그랬던 위긴스가 개막 후 절치부심하며 달라졌다. 일단 초반이긴 하나 야투 효율 부문에서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볼륨 자체에 큰 변화는 없다. 그러나 17.4점이 팀 내 득점 2위 기록이라는 점(1위 스테픈 커리-22점), 골든 스테이트가 로스터 16명 중 8명이 평균 8점 이상을 뽑아내는 균일한 공격 집단임을 고려하면 분명 유의미한 변화다.
스티브 커 골든 스테이트 감독이 위긴스에게 내린 지시는 명확하다. 공격에선 커리, 수비에선 드레이먼드 그린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우선 공격에서 생산성을 되찾은 위긴스는 원래 좋았던 수비력까지 제 궤도에 오르며 ‘득점 볼륨 확보 + 상대 에이스 제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특별한 이슈만 없다면 늘 일정한 경기력을 선보이는, 이른바 ‘위무원’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활약이다.
소속팀 역시 서부 컨퍼런스 전장에서 선두를 달리며 위긴스의 달라진 성과를 좋은 결과로 도출했다. 공수 가리지 않고 영향력을 뽐내는 위긴스는, 이젠 황금 전사들의 농구에 없어선 안 되는 인물로 등극했다.
골든 스테이트의 2024-2025시즌 :
넷 레이팅(평균 공수 득실 마진) 5위
경기 속도 5위 (101.7) / 경기당 뛴 거리 4위 (19.1마일)
평균 벤치 출전시간 1위 (23.4분) / 벤치 득점 생산 1위 (53.1점)
워리어스의 또 다른 무기는 벤치 타임이다. 이번 시즌 커 감독은 13명 이상의 선수에게 최소 10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보장하는 동시에, 그 어떤 선수도 30분 이상 코트를 밟지 않는 파격적인 선수 기용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는 골든 스테이트의 본래 장점을 극대화했다.
리그를 지배했던 2010년대 중후반부터 가장 최근 우승을 차지했던 2021-2022시즌까지, 그들의 승리 공식은 명확했다. ‘빨리 뛰고, 많이 뛰며, 얼른 넣는다.’ 이 공식은 당연히 많은 활동량을 요구한다. 철저히 3점과 컷인에 집중된 공격 전술과 복잡한 동선, 커리와 위긴스 정도를 제외하면 아이솔레이션을 많이 시도하지 않는 다른 황금 전사들은 팀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공수 모두 부지런해야만 하는 운명이다. 그리고 팀의 두꺼운 선수층은 이러한 골든 스테이트의 철학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줬다. 비시즌 동안 선수 한 명에 집중하지 않고 활용 가능한 자원 확보에 집중한 결과물이다.
결과적으론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지는 장기 레이스에 대비한 체력 비축과 승률 확보 모두 챙긴 모양새다. 물론 백코트의 핵심 디앤서니 멜튼이 왼쪽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을 일찍 마무리하는 악재가 발생했지만, 골든 스테이트는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목표는 당연히 과거 영광의 재현이다.
#사진=NBA 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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