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조원규 기자] ‘제62회 춘계 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전(이하 춘계)' 남고부 예선이 시작됐다. 첫날부터 연장 접전이 있었고, 의외의 결과도 있었다.
“D조도 죽음의 조에요.”
강팀들이 한 조에 몰리는 것을 ’죽음의 조‘로 표현한다. 이번 대회도 죽음의 조가 만들어졌다. C조의 양정고와 무룡고는 4강 전력으로 꼽힌다. 같은 조의 홍대부고와 휘문고도 4강이 가능한 전력이다. 예선 탈락한 팀은 불운을 탓해야 한다.
E조도 그렇다. 용산고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천안쌍용고, 청주신흥고는 동계 훈련 기간 좋은 평가를 받았던 팀이다. 대진운과 당일 컨디션에 따라 8강 이상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같은 조의 배재고도 그렇다.
다른 의미로 D조도 죽음의 조다. 수도권 팀이 없다. 초-중-고 연계 시스템이 탄타한 무룡고, 전주고 정도를 제외하면 지방 팀과 수도권 팀의 격차는 크다. D조에 속한 강원사대부고, 계성고, 군산고, 여수화양고에게 이번 대회는 결선에 진출할 절호의 기회다.
행운이 따르면 8강도 가능하다. 8강이 갖는 의미는 크다. 다수 대학의 입시 요강이 원서 접수를 위한 자격 요건으로 전국대회 8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7개 조, 14개 팀이 결선에 오른다. 조 1위 7팀 중 2팀은 8강에 직행할 수 있다.
8강에 진출하는 2팀은 추첨으로 정한다. 그러니 우선 조 1위로 결선에 진출해야 한다. 그리고 행운의 여신이 함께하길 기도해야 한다. 강원사대부고와 군산고가 조 1위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강원사대부고가 최강이죠.”
여수화양고의 1차전 상대는 강원사대부고다. 지난 시즌 전국대회 승리가 없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다르다. 성적에 욕심을 낼 수 있는 선수 구성이다. 지난 12월, 정병호 강원사대부고 코치는 이제는 성적을 내고 싶다고,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결의를 다졌다.
심상문 여수화양고 코치는 “강원사대부고와 여러 차례 연습경기를 했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예전의 강원사대부고가 아니다. 우리 조에서 가장 강하다”라고 경계했다.
심 코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강원사대부고는 1쿼터에 32득점을 했다. 실점은 17점으로 묶었다. 2쿼터에 주춤하며 추격을 허용했지만, 10점 차 내외의 점수를 유지했다. 그리고 3쿼터 중반부터 다시 점수 차를 벌리며 23점 차 낙승을 거뒀다.
2차전은 군산고다. 군산고도 계성고를 27점 차로 눌렀다. 에이스 강민서(186, 3년)가 34득점 12리바운드 5스틸의 맹활약을 펼쳤다. 팀의 유일한 빅맨 최유진(197, 3년)도 13득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강원사대부고의 주전 빅맨은 189센티의 고은찬(2년)이다. 최유진은 신장 차이가 크다. 심 코치의 평가가 이번에도 맞을지, 강원사대부고가 군산고의 높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군산고 천일환 코치는 “역대급이에요, 역대급. 이렇게 좋은 대진이 나올 수가 없는데”라며 조 1위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두 팀 모두에게 양보할 수 없는 승부다.
“앞선이 좋더라고요.”
상산전자고와 충주고도 이번 대회를 기대했다. D조와 비교할 수 없지만, 조 편성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상산전자고는 안양고, 전주고, 송도고와 같은 조다. 송도고는 졸업생 공백이 크다. 주전 선수들의 평균 신장이 180.4인 단신 팀이다. 전주고도 해볼만한 상대다. 가장 전력이 좋은 안양고는 주전 빅맨이 없고, 주전 슈터도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다.
상산전자고는 안양고에게 84-93으로 졌다. 김현창(182, 2년), 김현진(180, 3년), 양주도(180, 3년) 트리오가 각각 20득점 이상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안양고 허건우(190, 2년)와 정재엽(195, 3년)을 감당하지 못했다. 두 선수는 63득점 25리바운드를 합작했다.
경기가 끝난 후 이상영 안양고 코치는 “상산 앞선 선수들이 좋다. 공을 잘 다루는데 슛도 좋다”며 이변의 희생양이 되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충주고도 대전고를 맞아 1쿼터를 18-8로 앞서며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승리가 눈앞에 보이면 선수들이 흥분했다. 이창수 충주고 코치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다. 지난 시즌에도 그런 경기가 많았다고 했다.
장재동(175, 3년)이 24득점, 장진선(175, 3년)이 14득점 9리바운드 4스틸로 분전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충주고의 남은 상대는 명지고와 삼일고다. 삼일고는 버거운 상대다. 명지고는 부상 선수가 있어 정상 전력이 아니다.
충주고는 이날 경기에 승리하고 그 기세를 명지고전까지 이어가야 했다. 결과는 기대에 못미쳤다. 그러나 백코트의 경쟁력은 확인했다. 필요한 것은 승리의 경험이다.
“100점 만점, 용산”
용산중은 남중부 최강자라는 평가다. 용산고도 남고부 최강자라는 평가다. “삼일고 가드와 광신방예고 높이를 합쳐야 용산고와 해볼만 할 거”라는 것이 대회에서 만난 A고 코치의 평가다. 삼일고 백코트, 광신방예고의 프론트코트는 고교 최정상급이다.
춘계 남중부는 12일부터 예선을 시작했다. 용산중은 송도중, 대전중을 차례로 만나 102점, 103점을 올리며 가볍게 승리했다. 14일에는 용산고의 예선 첫 경기가 있었다. 상대는 다크호스 천안쌍용고.
초반 기세는 천안쌍용고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두 팀의 전력 차가 극명해졌다. 2쿼터가 끝났을 때 점수는 52-29. 용산고는 12명의 선수를 고르게 기용하면서 100득점을 채웠다.
경기를 지켜본 B고 코치는 “용산은 기본이 100점이네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공은 둥글지만, 용산의 기세를 막을 팀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막혀요.”
용산고와 천안쌍용고 경기 전, 에디 다니엘(192, 3년)을 만나 윤지원(192, 2년)에 대해 물었다.
에디 다니엘과 윤지원은 2024 KOREA CUP 결승에서 각각 32득점 15리바운드, 33득점 15리바운드의 맹활약을 펼쳤다. 힘과 탄력을 앞세운 에디 다니엘과 영리하게 상대를 농락하는 윤지원은 고교 농구 최고 유망주라는 평가다.
윤지원은 에디 다니엘을 혼자 막기 힘들었다고 했다. 당장 프로에서도 통한다는 에디 다니엘의 힘을 고등학교 1학년 윤지원이 막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힘만 좋은 선수도 아니다. 빠른 순간 스피드에 기술도 있다.
에디 다니엘도 윤지원 수비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빠르지도 힘이 좋지도 않다.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윤지원의 플레이는 대부분 예상과 달랐다는 것이다.
용산고와 경복고는 이번 시즌 가장 강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예선 첫날, 용산고와 경복고는 천안쌍용고와 마산고를 가볍게 눌렀다. 두 팀의 화력은 우승후보라는 평가에 부족하지 않았다.
용산고는 배선우, 경복고는 윤지훈이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한다. 타격은 경복고가 더 크다는 평가다.
#사진_배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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