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크기가 달라졌어요.”
경희대 김익겸 피지컬 코치의 말이다. 몸의 변화가 생각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물었다.
“꿈이 있고 목표가 있으니 선수들이 밝아졌어요. ‘힘들어요, 하기 싫어요’라는 말을 안 합니다.” 김 코치는 “트레이닝 시스템의 종류는 7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을 다 연결하면 ‘인성’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7가지 트레이닝은 ‘체력, 기술, 전술, 전략, 심리, 지(知) 그리고 이것들을 연결해 주는 인성’이다. 강한 멘탈, 학습 능력도 트레이닝의 영역이다. 농구는 팀 스포츠다. 동료들과 조화를 이루는 ‘인성’도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김 코치는 체력을 담당한다. 그러나 체력만 담당할 수는 없다. 2명의 코치가 역할을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심리학 공부와 프로에서의 오랜 경험은 더 많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이유다.
22일 경희대는 안양고, 용산고와 6쿼터 경기를 했다. 8명씩 조를 나눠 경기를 뛰지 않는 선수들은 피지컬 훈련을 했다. 푸드워크에서 수비 동작을 연결하는 훈련도 있었다. 김 코치의 표현을 빌리면 체력과 테크닉의 접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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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을 지도하는 경희대 김익겸 코치 |
김 코치는 작년 5월에 부임했다. 김현국 경희대 감독은 김 코치 부임 이후 선수들의 큰 부상이 없다고 얘기한다. 체력이 좋아졌다고 한다. 운동하는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한다.
전술과 전략은 양은성 코치가 담당한다. 양 코치는 작년 3월에 모교 코치로 왔다.
서울 삼성 썬더스에서 7년을 코치로 있었는데, 코치를 그만둔 후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영상으로 전력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배웠다. 그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이제는 미디어 시대
영상을 보면 팀과 선수의 장점, 단점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선수들과 함께 영상을 보면서 그것들을 설명하면 이해가 빠르다.
선수들과 소통에도 도움이 된다. 해당 선수의 영상을 보면서 동선과 역할을 잡아주면 수긍을 잘한다고 했다. 대화의 물꼬를 그렇게 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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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 양은성 코치 |
경희대의 경기 준비는 단순하다. 상대의 약점을 분석하고 그것에 맞게 경기 플랜을 짠다. 우리의 강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포인트만 알려준다.
시즌 중반까지 준비가 잘 통했다. 리그 3위까지 순위도 올렸다. 그러나 9월에 플레이오프 포함 4연패를 당했다. 정규리그 순위는 6위로 밀렸고 플레이오프도 1라운드에 탈락했다.
“고려대, 동국대 등 강팀들과 붙었고 무엇보다 승부에서 해결해 줄 선수가 없었다”라고 양 코치는 복기했다. 시소 경기를 많이 안 해본 점도 이유가 됐다. 그러나 성과도 있었다. “경기 내용은 질적으로 더 좋아졌다”고 평가한다.
과제는 득점을 높이는 것이다. “작년에는 무너지지만 말아라. 시소게임만 하자. 져도 된다”고 주문했다. 수비의 힘으로 시소게임을 펼쳤다. 지난 시즌 대학리그에서 경희대보다 실점이 적은 팀은 고려대와 연세대 두 팀이었다.
다만 득점도 낮았다. 평균 67.4점으로 리그 7위였다. 올해는 70점, 80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승부처에서 득점할 선수를 만들면 시소게임을 이길 힘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 최고의 선수를 만들기 위해
양 코치는 만만한 팀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기지 못할 팀도 없다고 했다. 중상위권 대학들의 전력 차이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그렇다. 당일 컨디션, 준비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업셋은 가능하다.
그것이 가져올 수확 중 하나는 선수들의 프로 진출이다.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팀 성적이 오른다. KBL 신인드래프트 픽 순위도 오른다. 최근 많은 대학 지도자가 그렇듯 양 코치의 지향도 성적보다 성장이다.
그 토대를 닦는 것은 김 코치의 피지컬 트레이닝이다. 정확한 표현은 ‘스트렝스 앤드 컨디셔닝(strength and conditioning) 코칭’이라고 한다. 첫 단계는 안정시켜야 할 관절과 가동시켜야 할 관절을 구분, 관리하는 것이다.
다음은 체력과 스킬이다. 경기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만들기 위한 체계적인 훈련이다. 부상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김 코치는 러시아체육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러시아의 국가주의 엘리트 육성 정책은 세계 최고 수준의 트레이닝 시스템을 만들었다. 귀국 후 금호생명, KDB생명, 우리은행, 하나은행, 삼성생명에서 배웠던 지식을 현장에 적용했다.
금호생명에서는 11년을 있었다. 남자 대표팀도 그의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했다. 이제는 모교에서 최고의 선수를 만들고 싶다. 모교의 성적도 올리고 싶다. 나아가 초·중·고 선수들을 대상으로 재능 기부도 하고 싶다.
그는 연령대별로 해야 할 운동이 다르다고 했다. 승부를 결정짓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중학교까지는 체격, 기술, 체력의 순으로 중요하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체력, 기술, 체격의 순으로 바뀐다.
운동에도 순서가 있다. 그것이 바뀌면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부상에도 쉽게 노출된다.
▲ 우승할까 봐 걱정이라고 해요
작년 12월 중순, 경희대와 삼일고의 연습경기를 봤다. 선수들의 체력이 시즌 중과 큰 차이가 없었다. 김 코치는 “시합에 필요한 최적의 신체 상태를 만들어 놓는 것은 일상생활부터 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시험 기간을 포함한 긴 휴식기에도 경희대 선수들은 체력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것이 습관처럼 굳어졌다고 한다.
김 코치는 이번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저는 늘 우승할까 봐 걱정이라고 해요”라고 답했다. 자신감이 넘친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준비된 선수들은 전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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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 김현국 감독 |
김현국 감독의 목표는 조금 낮다. “올해는 파이널까지 가야죠”라고 얘기한다. “김 코치는 시즌 준비부터 후반까지 다 세팅을 해주신다. 양은성 코치는 전력 분석에 강점이 있다. 프로에서 경험을 살려 선수들을 세세하게 지도한다”며 올해는 더 강하다고 얘기한다.
경희대는 2011년부터 대학농구리그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의 새 역사를 만들었다. 최초의 2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3인방을 주축으로 최고의 전력을 구축했다.
냉정하게 지금 경희대의 전력이 대학 최강은 아니다. 그러나 기대는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 감독은 “두 코치의 역할이 99%다. 나는 거기에 1%만 더한다”라며 웃었다. 양 코치는 “그 1%가 사실상 전부다”라며 웃었다.
신뢰로 똘똘 뭉친 코칭스탭. 이번 시즌 경희대를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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