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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대학리그 플레이오프 4강 원정에서 승리한 건국대 선수들 |
건국대는 지난 시즌 대학농구리그에서 팀의 역사를 고쳐 썼다. 정규리그 3위, 75% 이상 승률, 플레이오프 준결승을 동시에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고려대와 연세대를 제외하면 패배를 허락하지 않았다.
역대 최고의 성적. 그러나 휴식은 짧았다. 홍콩에서 열린 ‘2024 아시아 대학농구 챌린지’에서 돌아온 것이 12월 2일. 2학기 기말고사 후 짧은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1월 2일 다시 제주도에 모였다.
▲ 역대 최고의 성적, 그러나 과거일 뿐
황준삼 건국대 감독은 1년 전, 플레이오프 진출이 먼저라고 했다. 프레디와 조환희라는 확실한 원투 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황 감독의 기대대로 조환희는 큰 경기에 강했고 건국대는 두 번째 플레이오프 결승에 올랐다.
이번 시즌도 다르지 않다. 조환희가 없다. 슈터 김도연도 없다. 프레디를 중심으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지난 시즌 김준영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특히 동국대전 버저비터 결승 득점은 변곡점이 됐다.
플레이오프에서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경희대와 8강전에서 결승 자유투 포함 20점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연세대와 준결승 12득점 8어시스트, 고려대와 결승전 12점 4어시스트로 차기 백코트 에이스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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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국대의 새로운 백코트 에이스 김준영 |
백경도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MBC배 경희대와 결선 1라운드 승리는 백경의 3점 슛이 큰 공헌을 했다. 백경은 2쿼터부터 4개의 3점 슛을 터뜨리며 역전승의 선봉에 섰다. 종별 동국대와 결승전도 팀이 기록한 6개의 3점 슛 중 4개를 책임졌다.
플레이오프도 다르지 않았다. 경희대와 준준결승, 연세대와 준결승에서 연속 3개의 3점 슛을 넣었다. 특히 연세대전은 5개를 던져 3개를 성공시키는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고려대와 결승전은 6개를 던저 4개를 넣었다.
전기현은 강한 힘을 바탕으로 궂은일에 앞장섰다. 루키 시즌 대학리그 출전 기록이 7경기에 불과했던 194센티의 언더사이즈 빅맨은 소포모어 시즌에 팀내 5번째로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조환희의 자리를 제외하면 일견 구색은 모두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혁주 건국대 코치는 “작년은 12월 31일로 끝났다”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지난 시즌 성적이 이번 시즌 성적을 담보해주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 김준영과 프레디, 최적의 조합 찾기
김준영과 프레디를 제외하면 확실한 주전은 없다. 김준영의 백코트 파트너는 여찬영과 신입생 김태균, 김시온 등이 경쟁한다. 슈터 자리는 백경과 이주석이 코칭스탭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린다. 김태균도 언제든지 슈터 자리에 들어올 수 있다.
프레디의 파트너는 전기현이 가장 앞서 있다. 여기에 이재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4번이 없는 농구도 할 수 있다. 지난 시즌에도 그런 경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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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즌 많이 성장한 건국대 전기현 |
예비 신입생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김태균과 김시온이다. 김준영 졸업 후 건국대 백코트를 책임질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다. 김시온은 흔히 말하는 정통 리딩가드 유형이다. 김태균은 공격형 가드에 가깝다.
김준영도 공격형 가드라는 점에서 김시온이 더 좋은 조합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동계 훈련 기간 김태균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문 코치는 “조금만 잡아주면 될 정도로 완성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수준급 빅맨과 뛰어본 경험도 장점이다. 김태균은 삼일고에서 위진석과 함께 뛰었다. 위진석은 2학년 여름을 거치면서 빠르게 성장했고 2대2 플레이도 익숙하게 해냈다. 김태균은 위진석의 2대2 파트너였다.
공을 다루는 기술이나 시야, 스피드는 김시온이 더 낫다는 평가다. 과제는 재능보다 멘탈이다. 상대와 보다 강하게 부딪치고 도전할 필요가 있다. 프레디 활용의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하는 것도 과제다.
여찬영은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데뷔 시즌 11경기 평균 8분 14초를 뛰었던 여찬영은 2년 차에 출전 시간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보다 팀 농구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경험은 때로 큰 스승이 된다.
외곽슛은 지난 시즌보다 좋아질 전망이다. 백경이 성장했다. 새롭게 합류한 김태균과 김시온의 3점 슛도 나쁘지 않다. 이주석도 3점 슛만큼은 지고 싶지 않다. 전기현과 이재서도 언제든지 3점 슛을 던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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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경기에 더 강했던 슈터 백경 |
3점 슛은 건국대 농구에서 아주 중요하다. 건국대의 가장 큰 경쟁력은 프레디다. 3점 슛이 터져야 수비 공간이 넓어진다. 프레디의 득점이 수월해진다. 드라이브인에 능한 가드들의 장점이 살아난다.
▲ 목표는 플레이오프? 승부는 플레이오프
황준삼 감독은 2004년부터 건국대를 지도했다. 2006년에 감독에 올랐으니 올해로 20년 차다. 성적을 낼 수 있을 때는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진다. 2008년과 2010년이 그랬다. 변기훈, 허일영, 최부경 등을 앞세워 농구대잔치 준우승을 차지했다.
문혁주 코치는 2008년부터 황 감독을 보좌했다. 긴 인연이다. 혹자는 ‘감독 같은 코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경험 많고 서로를 잘 아는 코칭스탭은 큰 장점이다. 팀의 방향성이 명확하다는 의미다.
건국대 농구는 확실한 코어가 있다. 그리고 그것에 맞는 조합을 찾는 데 능숙하다. 2022년은 플레이오프에 결과가 나왔다. 2024년은 정규리그부터 결과가 나왔다. 단국대전, 경희대전 연속 연전승으로 탄력을 받았다.
황 감독은 올해도 “승부는 플레이오프”라고 했다. 프레디와 김준영은 상수다. 여기에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 그것은 김준영일 수도 있고 위에 언급했던 선수 중 누군가일 수도 있다. 프레디와 ‘미친 선수’의 콜라보는 다시 한번 역대 최고의 성적을 약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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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학년이 되는 여찬영. 이미 무한 경쟁을 경험한 것은 큰 자산이다. |
“제주도에서 훈련 목적은 육성”이다. 변수의 능력치를 높이는 것이다.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증명한 백경, 고교 시절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인 김태균, 동료를 활용할 줄 아는 김시온, 건국대 농구에 익숙한 이주석과 여찬영이 모두 육성의 대상이다.
‘육성’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프레디와 김준영이 4학년이 된다. 내년부터는 새로운 코어가 나와야 한다. 올해는 3월에 시작되는 정규리그부터 그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 육성, 전기현과 이재서
빅맨은 대학 최정상급이다. 가드와 슈터도 부족하지 않다. 과제는 4번이다. 지난 시즌 전기현이 묵묵히 수비와 궂은일을 했다. 그러나 공격은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벤치에 오래 있었던 이재서가 전기현의 경쟁자로 나섰다. 194센티의 신장은 전기현과 같다. 힘이 좋은 것도 전기현과 닮았다. 플레이가 다소 투박한 점도 전기현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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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상으로 경기 출전이 적었던 이재서. 2학년이 되는 이번 시즌이 누구보다 중요하다. |
이 선수들의 성장은 이번 시즌 건국대 성적에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체력이 좋은 프레디지만 풀타임 출장은 부담스럽다. 상대가 그것을 집중 공략하기도 했다.
코트 안에서 혹은 코트 밖에서 프레디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건국대의 승부처 집중력은 달라질 수 있다. 백코트와 프론트코트 모두 원활한 로테이션을 통해 체력을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 많은 황 감독은 플랜 C, 플랜 D도 준비할 것이다. 4명의 가드가 나올 수도 있다. 전혀 새로운 얼굴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변칙은 리스크도 크다. 전기현과 이재서가 성장해야 한다. 다행히 하려는 의지가 장한 선수들이다.
대학 정상급 가드와 빅맨이 있다. 당장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신입생들을 보강했다. 지난 시즌보다 목표를 낮춰 잡을 이유가 없다.
▲ 접전에서 승리하는 팀이 강팀
지난 시즌 건국대는 대학리그에서 13승을 거뒀다.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추가했다. 15번의 승리 중 10점 차 이상은 단 두 경기에 불과했다. 조선대전을 제외하면 3월 28일 한양대전 70-59 승리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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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국대의 중심 프레디. 이번 시즌은 확률 높은 점퍼도 준비한다. |
플레이오프 8강에서 경희대에게 1점 차로 이겼다. 4강에서 연세대에게 2점 차로 이겼다. 접전에서 승리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팀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그것을 건국대의 전통으로 만들고 싶다. 선수들이 우리가 이긴다는 믿음을 갖길 원한다. 승리를 위해 수비 하나, 리바운드 하나에 더 집중하길 원한다.
황소의 뚝심, 끈기로 오늘도 묵묵히 나아가고 있는 건국대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이 글은 카바스()에 함께 실렸습니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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