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선수들 부상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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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컵, 파시온과 홍대부고 경기 |
코리아컵을 본 엘리트 팀 지도자들은 가장 먼저 부상을 우려했다. 클럽에서 농구를 했던 선수들이 부상 위험 방지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A 고교 코치는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부상이 잘 나오는지 안다. 전문적인 선수 생활을 해보지 않은 선수들은 아무래도 그런 점에서 감각이 떨어진다"고 했다.
B 고교 코치의 말도 같았다. 아울러 "심판의 경기 운영이 중요하다. 부상 위험이 있을 때는 미리 끊어주거나 주의를 줘야 한다"고 했다. "성인은 성인과 붙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고등학교 팀들은 1, 2학년이 주축이다. 홍대부고는 3학년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았다. 경복고는 2명이 출전했지만,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니 피지컬의 차이가 더 컸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저학년 선수들은 본격적인 몸 만들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키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미 완성되고 단련된 20~30대 성인들과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는 것이 힘겹다.
농구는 빨리 뛰고 높이 뛰는 운동이다. 그 과정에서 신체 접촉도 많다. 기본적인 피지컬 차이에 종목의 특성이 더해지면서 부상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C 대학 감독은 "대회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대회가 내년, 내후년 지속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대상과 시기에 대한 지적이다.
올팍투어는 대학 엘리트 팀이 참가했다. 1, 2학년이 주축이었다. 고교 저학년과 몸이 다르다. 부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B 코치가 "(코리아컵도) 차라리 대학 1, 2학년이 나왔으면 좋았을텐데"라고 한 이유다.
시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국체전에 참가한 용산고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9월 초에 모든 대회를 마쳤다. 휴식과 함께 부상 치료와 재활을 하는 시기다. 밀린 공부도 해야 한다.
경복고는 올해 전국대회만 41경기를 치렀다. 주말리그, 서울시 대회 등에 비공식 경기도 더하면 6개월 남짓한 기간에 60경기 가까이 치렀다. 3일에 한 경기 꼴이다. 홍대부고나 용산고도 크게 다르지 않다. 50경기 내외를 뛴 팀들이다. 부상 선수가 없을 수 없다.
홍대부고는 파시온과 경기에서 내년 주축이 될 선수 3명이 부상으로 빠졌다. 3학년 3명도 빠졌으니 정상적인 팀이 아니었다.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대한농구협회 정재용 부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생활 체육, 전문 체육을 아우르는 디비전 시스템을 통해 선수층을 넓게 만들"고 "좋은 저변에서 좋은 선수를 길러내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대회의 목적이라고 했다.
대회의 취지와 다수 농구인의 바람이 다르지 않다. 필요한 것은 '균형 잡힌 세심함'이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새로운 시도는 새로운 과제를 낳는다. 시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르크 블로크는 『역사를 위한 변명』에서 “현재에 대한 이해 부족은 필연적으로 과거에 대한 무지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생활 체육'과 '전문 체육' 사이에 반세기의 무관심과 무지가 켜켜히 쌓여 있지는 않을까?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 농구가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위기는 또 기회다. 위기가 변화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만들고 있다.
코리아컵은 엘리트와 클럽의 승패를 가리는 것이 아니다. 다만, 최선의 경기력을 위한 보다 세심한 노력은 필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축제가 된다. 그래야 후일, 한국 농구 미래를 향한 역사가 된다.
#사진_점프볼DB
조원규_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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