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이규빈 기자] 피닉스의 상황이 너무나 암울하다.
피닉스 선즈는 5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TD 가든에서 열린 2024-2025시즌 NBA 정규리그 보스턴 셀틱스와의 경기에서 103-123으로 패배했다. 이 패배로 피닉스는 5연패에 빠졌고, 서부 컨퍼런스 10위 새크라멘토와의 격차도 어느덧 2경기로 벌어졌다. 사실상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워진 분위기다.
경기 내용도 압도적이었다.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보스턴이었으나, 무자비하게 피닉스를 폭격했다. 제이슨 테이텀, 제일런 브라운 등 원투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격에 나섰다. 여기에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데릭 화이트 등의 외곽포까지 터지며 손쉽게 경기를 풀었다.
반면 피닉스의 공격은 답답했다. 케빈 듀란트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데빈 부커가 고군분투했으나, 홀로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부커는 37점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냉정히 이날 피닉스의 경기력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공격에서 부커가 아니면 득점을 만들지 못했고, 부커도 동료까지 살려주지는 못했다. 여기에 수비는 말할 필요가 없다. 골밑과 외곽 수비 모두 심각할 정도로 허술했다.
피닉스의 팀 컬러는 화끈한 공격력이다. 듀란트가 없어도 부커와 브래들리 빌이라는 슈퍼스타가 있는 팀이다. 부커는 그렇다 쳐도 이날 빌의 활약은 눈뜨고 보기 끔찍할 정도였다.
무려 30분 동안 1점 5어시스트에 그쳤다. 그렇다. 단 1점이다. 빌은 이날 시도한 7개의 야투를 모두 실패했고, 자유투 2개 중 1개를 성공해 1점을 올렸다. 그야말로 처참한 활약이다. 출전 시간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30분이라는 출전 시간 동안 1점에 그쳤다.
빌은 공격에 장점이 있는 선수다. 특히 득점력에 일가견이 있다. 한때 NBA 득점왕도 기록한 시즌이 있었다. 그런 빌이 완전히 망가진 것이다.
빌은 득점력을 훌륭하지만, 수비는 고질적으로 약점이 있는 선수다. 이날처럼 1점에 그치면 빌을 기용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이날 빌은 -23이라는 끔찍한 마진을 기록했다. 사실상 이날 피닉스의 패배 원흉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갈수록 올라가는 NBA 스타들의 몸값을 생각하면 금액은 납득할 수 있다. 문제는 트레이드 거부권이었다. 트레이드 거부권은 선수가 거절하면 트레이드가 불가능한 조항이다. 이 조항은 NBA 선수 중 유일하게 빌과 르브론 제임스가 보유하고 있다.
리빌딩에 나선 워싱턴은 골칫덩이가 된 빌의 트레이드를 알아봤고, 당시 듀란트와 부커를 도와줄 스타가 간절했던 피닉스가 미끼를 문 것이다. 당시 트레이드부터 기대보다 걱정이 많았고, 결국 걱정은 현실이 됐다.
부커, 듀란트, 빌 등 세 스타는 모두 수비와 궂은일이 아닌 개인 기량으로 인한 득점에 치중하는 스타일이다. 심지어 세 선수 중 누구도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이 없다. 완벽하게 겹치는 세 선수가 함께 뛰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리가 없다. 시너지는 커녕 불협화음에 가깝다.
피닉스는 이런 빌의 트레이드를 알아봤으나, 빌에 관심을 표명한 구단도 없었고, 무엇보다 트레이드 거부권을 가진 빌이 팀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피닉스는 살기 좋은 동네이기 때문이다. 빌은 가족들의 안전과 생활 환경을 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빌은 아직 2026-2027시즌까지 계약이 남아있다. 사실상 피닉스의 현재와 미래가 빌로 인해 망가진 셈이다. 하지만 이런 빌을 영입한 것도 피닉스의 수뇌부다. 피닉스 수뇌부의 잘못된 판단이 화를 불렀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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