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남 영광에서 제50회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 영광대회를 치르고 있는 광신방예고 선수들은 지난 3일, 비보를 접했다. 광신정산고(현 광신방송예고) 6회 졸업생이자 전 여자농구 대표팀 정주현 감독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정주현 전 감독은 과거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며 1979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준우승,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과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우승(일본과 결승전에서 77-76 역전승) 등의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 시절 선수로 뛴 이옥자 전 여자프로농구 KDB생명 감독의 남편이기도 하다.
광신중, 광신정산고 출신으로 모교 농구부에 대한 사랑 역시 대단했다는 후문이다. 후배들이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늘 손을 뻗어왔다. 장덕영 전 감독과 함께 광신농구의 대부로 통하고 있다.
이에 4일 천안쌍용고와 C조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둔 광신방송예고 선수들은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부착한 뒤 이흥배 코치와 김건우 A 코치 역시 근조 리본을 상의에 단 채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대선배를 기리기 위해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선수들의 표정에서 묻어났고, 필승을 다짐한 광신방송예고는 초반부터 주장 송한준(198cm,G,F)을 앞세워 천안쌍용고를 거세게 몰아붙였고 102-55, 47점 차 대승을 거뒀다. 송한준은 3점슛 5개를 엮어 37점을 폭발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후 이흥배 코치를 비롯해 광신방송예고 선수단은 작고한 정주현 전 감독에 대한 감사함을 거듭 전했다.
송한준은 선수단을 대표해 인터뷰에 응하며 “정주현 선생님께서 광신농구 발전을 위해 오래 전부터 힘 써주시고 여러 측면에서 도움을 많이 주셨다고 들었다”며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오늘 만큼은 평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감독님을 생각하며 이 악물고 열심히 하자고 동료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런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흥배 코치, 김건우 A코치 역시 애도를 표했다. 이흥배 코치는 “장덕영 선생님과 더불어 광신농구에 너무 많은 힘을 실어 주셨던 분이기에 아쉽고, 마음이 짠하다. 오랜 시간 많은 신경을 기울어주셨던 걸 기억하고 있다”며 “선수들 역시도 선생님을 추모하면서 과거에 선생님께서 어떤 농구인이셨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나부터 경건한 자세로 경기에 임했고 선생님 가시는 길 편안하게 기쁜 소식을 전해드려서 마음이 놓인다”라고 전했다.
광신방송예고는 예선 최종 성적 2승 1패로 결서 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결선 진출의 기쁨 속에서도 숙연함이 감돌았다.
광신방송예고 선수단은 정주현 전 감독의 생전 철학과 모교 농구부에 대한 애정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정 전 감독은 세상을 떠났지만 광신농구 발전을 위한 그의 뜻은 후배들에게도 큰 귀감이 됐고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진_배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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