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의 코칭 스토리] 인생의 가장 즐거웠던 시절로... 전주남중 김학섭 코치

조원규 기자 / 기사승인 : 2025-01-14 0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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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왕중왕전 우승 후 단체 사진

 

“출중한 재능이 있었음에도 지도자의 잘못된 교육방식으로 인해 망가진 비운의 선수”

나무위키는 김학섭 선수를 이렇게 소개한다. 굴곡이 많았던 선수 생활을 뒤로 하고 김학섭은 모교 전주남중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무룡고와 전주고 코치는 편하죠. 중학교에서 선수들을 잘 가르쳐 올려보내니까….”

아마농구 지도자들에게 많이 듣는 얘기다. 전주남중 출신 선수들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선수 시절이 코칭에 영향을 미쳤을까? 어떤 기억이 영향을 미쳤을까? 2024년의 마지막 달부터 김학섭 코치의 굴곡 많은 코칭 스토리를 들었다.

▲ 키가 컸던 부안 소년

1994년, 육상 대회 참가를 위해 전주를 찾은 부안초교 소년의 큰 키가 전주남중 이만수 감독 눈에 들었다. 긴 설득의 시간을 거쳐 부안 소년은 전주 송천초교로 전학을 결심했다. 천재 가드라 불렸던 김학섭이다.

부모님이 같이 올 수 없었다. 선생님 집에 기거하며 농구를 배웠다. 이 감독의 눈은 틀리지 않아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승을 만들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김학섭의 팀은 우승을 했다.

처음 김학섭의 포지션은 센터였다. 그런데 키가 자라지 않았다. 중학교 때 포워드, 고등학교 때 가드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다행히 볼 핸들링의 문제는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반복해서 많은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이 기억은 코치 김학섭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선수들에게 볼 핸들링을 강조한다. 그랬던 중학교 때가 가장 행복했다. 즐겁게 운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주남중 코치로 왔다.

“고등학교? 대학교? 프로? 전 관심 없어요. 전 지금이 좋습니다. 전주남중 시절이 제 인생에 가장 행복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고 좋았던 기억이거든요. 그래서 중학교 지도자를 하고 싶은 생각이 선수 때부터 많았습니다.”

 

▲ 김학섭은 울산 모비스에서 가장 오래 뛰었다.

 

전주고에 진학했다. 당시에 특급 선수들은 고2 전에 진로를 정했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러브콜을 받던 김학섭도 그랬다. 그런데 최악의 선택을 했다. “지도자의 잘못된 교육방식으로 인해 망가진 비운의 선수”가 됐다.

“이유도 모르고 맞았어요. 뛰어주지도 않았어요. 4학년 때 2부 대학에 졌습니다. 학교가 난리가 났죠. 감독님이 부르셨어요. 다 용서해 줄 테니 뛰라고…. 뭘 용서해 주지? 난 잘못한 게 없는데….”

▲ 이유도 모르고 맞았는데, 뭘 용서해 주지?

그래도 다시 뛰었다. 2부 대학에 졌던 한양대가 농구대잔치 4강에 올랐다. 김학섭은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뽑혔다. 대학에서 보여준 것이 극히 적었지만, 농구인들은 그의 재능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천재라 불렸던 선수다.

그러나 대학 4년의 공백은 치명적이었다. 4년 동안 정체된 재능으로 프로에서 경쟁은 무리였나보다. 짧은 KBL 커리어를 끝으로 김학섭은 ‘비운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그리고 원했던 전주남중 코치로 왔다.

 

프로에서 은퇴한 해에 모교로 돌아왔다. 다음 해에 두 차례의 전국대회 준우승을 이끌어 주목을 받았다. 2015년에는 모교를 전국 최강팀으로 만들었다. 4개 대회를 우승했고 그중에서도 연맹회장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 2015년 연맹회장기 우승 후 헹가래


전주남중은 17년 만에 연맹회장기 우승컵을 품었다. 김학섭이 MVP를 받았던 1998년 이후 최초의 우승이다.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던 그 대회에서 김학섭은 지도자상을 받았다.

전주남중은 이후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코치 김학섭을 주목하는 이유가 성적만은 아니다. 코치는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다.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김학섭은 그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은사님들께 배운 것이 많죠. 이만수 선생님은 기본기 특히 볼 핸들링의 중요성을 알려주셨어요. 고등학교 김만진 감독님께 수비 전술을 배웠죠. 프로에서 만난 유재학 감독님께 데이터와 디테일을, 추일승 감독님께 다양한 패턴과 전술을 배웠습니다.”

▲ 이만수, 김만진, 유재학, 추일승

특히 영향을 받은 건 이만수 선생이다. 이 선생은 기본기, 특히 볼 핸들링을 강조했다. 김 코치도 볼 핸들링과 키핑을 가장 중점적으로 가르친다고 했다. 중학교 때 바로 잡아야 고등학교에 가서 잘 한다는 것이다.

“제 눈높이가 있어요. 원하는 폼이 나올 때까지 계속 교정을 합니다. 공을 잡았을 때 자세가 서면 패스할 때 볼 스피드가 안 나온다, 자세를 이렇게 낮춰라, 이런 것을 되게 꼼꼼하게 체크합니다. 중학교에서 이걸 만들면 고등학교 때는 슈팅 연습만 해도 돼요.”

전주고에서는 수비를 배웠다. 당시 전주고는 ‘미친 수비’로 유명했다. “3-2 지역방어에서 앞선 3명이 미친 X처럼 막 점프하고 날뛰는 수비가 있어요. 그 수비가 엄청 강해서 우승도 했죠.” 그 수비는 김 코치를 통해 전주에 남았다.


▲ 전주고 시절. 제일 앞이 조성민 정관장 코치다.


중학교 선수들은 기량의 차이가 크다. 대체로 구력의 차이가 기량의 차이로 나타난다. 한두 명의 코치가 포지션이 다르고 기량이 천차만별인 열 몇 명의 선수를 섬세하게 지도하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농구부가 그렇다.

“그 선수한테 숙제를 주죠. 자세 낮추는 연습을 많이 시키든지 업다운 연습을 많이 시키든지…. 그리고 파트를 나눠요. 좀 잘하는 친구와 못하는 친구로 나눠서 훈련을 시킵니다. 골대가 2개에요. 그러니까 반반 나눠 못하는 친구들을 더 중점적으로 시키죠.”

▲ 못하는 친구들을 더 중점적으로...

학생 선수들의 평일 훈련 시간은 하루 3시간 남짓이다. 기본기 훈련을 많이 하고, 여기에 파트까지 나눠서 훈련을 하면 전술 훈련은 부족할 수 있다. 그것은 영상의 힘을 빌린다.

“저희가 영상을 많이 찍어요. 그 영상을 보면서 이렇게 로테이션해야 한다, 이럴 때 커팅을 해야 된다 얘기를 합니다. 말로만 하면 어떤 상황인지 기억이 안 날 수 있잖아요. 저도 선수 생활 때 (작전)타임 부르고 얘기하면 기억이 안 날 때가 많았어요. 워낙 순간 순간 많이 지나가니까요. 영상을 보면서 얘기하면 그 상황이 보이니까 피드백이 확실하게 들어가죠.”

영상 분석은 프로에서 배웠다. “유재학 선생님이 분석을 엄청 세밀하게 하세요. 학섭아, 상대가 이런 패턴 하면 너 위치는 여기에 있으면 돼. 그런데 그 위치에 있으면 스틸이 되는 거에요.” 그 기억을 코칭에 활용하고 있다.

가르침을 받았던 모든 지도자에게 배웠다. 기본기, 전술, 선수와의 소통 등 좋았던 점들은 코칭의 자양분이 됐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다. 살아있는 지옥을 느낀 적도 있다. 그것은 스스로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삼았다.


▲ 2024년 왕중왕전. 전주남중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전주남중은 훈련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그 말을 들은 김 코치는 “아니에요. 화봉중과 비교하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죠. 김현수 선생님이 진짜”라며 웃었다. 같은 평판을 듣는 탓일까. 말에 친근함이 묻어 있다.

이번 시즌 전주남중의 전망은 “8강이나 운 좋으면 4강”이라고 한다. 용산중, 화봉중이 가장 강한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래도 호락호락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 시절부터 대담하고 승부사 기질이 있다는 평가였다. 

 

▲ 농구공을 처음 만졌던 송천초교 시절

 

그에게 농구는 희망이었다. 가난했던 부안의 소년은 농구를 하면서 희망도 키웠다. 그랬던 농구가 지옥이 됐다. 그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았다.

그는 희망이 되고 싶다. 전주남중에서 가장 즐겁게 농구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만들었다. 제자들도 그렇게 성장하길 바란다. 즐거움에 노력이 따른다는 점도 함께 알려주고 싶다.

‘비운의 선수’는 김학섭 하나로 족하다.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오는 자신감, 승부사 기질도 갖춘 김학섭만 만들고 싶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이 글은 카바스(www,kabass.info)에 함께 실렸습니다.

 

#사진_점프볼DB, 김학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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