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제천/서호민 기자] 남녀 프로농구 시즌이 한창인 지금 이 시기, 아마추어 팀들은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동계훈련을 진행한다. 대학, 중, 고교 팀들은 전국 각지로 떠나 스토브리그를 개최하며 담금질에 한창인데, 이에 반해 초등학교 팀들은 그러기 쉽지 않다. 팀수가 적은 여자 초등 팀들은 더더욱 그렇다.
그나마 지난 해부터 충청북도 제천시에서 여자초등 중심의 스토브리그가 개최되고 있다. 본래 생활체육농구 이미지가 강했던 제천이였기에 엘리트농구와는 크게 접점이 없었지만, 지난 해부터 여자 초등부 엘리트 팀들에 한해 스토브리그를 개최하고 있다.
스토브리그는 공식 대회가 아니기에 승패에 대한 부담이 없다. 각 팀들은 적게는 7경기, 많게는 9경기까지 연습경기를 하며 맞춰본 전술들을 점검했다. 또, 연습경기 중 수시로 작전시간을 요청해 직전 상황에서 되지 않았던 점들을 되짚었다.
제천 스토브리그를 마친 초등농구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이번 스토브리그를 통해 얻은 점은 무엇인지 의견을 들었다.
박종기 광주방림초 코치는 “아이들의 기량이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새 시즌을 앞두고 손발을 맞추고 조직력을 가다듬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영 서울신길초 코치는 “여자 초등부의 경우, 동계 기간에 이렇게 연습경기 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러 팀들과 한곳에 모여 많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무엇보다 여자 초등부가 중심이 된 스토브리그를 개최해주셔서 감사함이 크다. 지난 해에 이어 2회 째 이렇게 성공적으로 스토브리그가 개최되어 쇠퇴기를 겪고 있는 여자초등농구도 살아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지희 수원화서초 코치는 “본격적인 동계훈련에 들어가기 전 스토브리그 연습경기를 치르며 그동안 많이 뛰지 못했던 선수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동계 훈련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며 “올해 6학년 선수가 5명인데 6학년에 올라가는 5명 모두가 공을 많이 만질 수 있도록 책임감을 심어줬다”고 했다.
최고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제천시농구협회는 지난 해보다 더 퀼리티 높은 스토브리그를 만들기 위해 차별화를 뒀다. 제천시농구협회 측은 선수들의 원활한 경기를 위해 첫 경기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난방을 가동해 경기장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했다.
심판 역시 전문 인력을 배치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제천시농구협회는 대한농구협회 소속 심판들을 대거 섭외했고 그 덕분에 제천 스토브리그 현장은 웬만한 대회 못지 않은 분위기가 조성됐다.
최근영 코치는 “대한농구협회 소속 심판 분들을 직접 섭외해주셔서 정식 대회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미니 대회 느낌이 났다. 체육관 시설도 너무 좋고 점점 더 발전해나가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열기가 식지 않게 앞으로도 제천시농구협회에서 계속 스토브리그를 개최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지희 코치도 “경기장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고 심판 판정도 깔끔해 정식 대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자 초등 팀들끼리 한 곳에 모여 연습경기 하기가 쉽지 않은데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제천에서 스토브리그를 열어주셔서 제천시농구협회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라고 제천시농구협회 관계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몇몇 선수들은 승패 부담이 적은 스토브리그가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시간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단관초 6학년 선수(김영은, 김민채, 박혜인, 이채원)들은 “수비 합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스토브리그에서 연습경기를 하며 수비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었다. 승패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뺏는 수비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덕분에 수비 조직력이 전보다는 더 단단해진 느낌”이라고 흡족해했다.
2년 차를 맞은 올해, 첫발을 뗀 지난 해보다 훨씬 더 퀼리티 높은 스토브리그를 개최한 제천시농구협회는 "내년, 내후년에는 더 많은 팀들을 초청해 여자 초등부 동계훈련, 스토브리그의 중심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학, 중, 고교농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는 적지만 초등부 선수들에게도 겨울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다. 학업의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농구에 몰두하며 껍질을 깨야 할 시기다. 이 과정을 통해 이 선수들은 한국농구의 미래가 된다. 여자 초등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해가 갈수록 여자농구 풀을 의심하고 또 걱정하지만, 저마다 '제2의 박지수, 김단비, 박지현'이 되겠다는 의지 하나로 농구공을 통통 튀기며 열심히 코트를 누볐다.
제천어울림체육센터에는 한국여자농구의 희망이 자라고 있었다.
#사진_서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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