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초등농구는 자체 로컬 룰을 적용한다. 공격 제한 시간은 24초가 아닌 30초이며, 슛을 던지기만 해도 림을 맞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다시 30초가 주어진다. 하프라인과 8초 바이얼레이션도 없다. 여기에 3점슛도 인정되지 않는다. 자유투 1점, 야투 2점이다. 득점 인정 반칙을 얻었을 때만 3점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러한 초등농구만의 로컬 룰로 인해 그동안 신장이 작은 팀들보다 큰 팀들이 득세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지도자들 사이에선 초등학교 농구에도 3점슛 제도가 도입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17대 한국초등농구연맹 회장에 당선되며 연임에 성공한 오재명 회장은 2기 핵심공약으로 3점슛 제도 도입을 포함한 새로운 룰 개정안을 내세웠고, 지난 1월 초등농구연맹 이사총회를 통해 새로운 룰 개정안이 통과됐다.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이뤄진다. 개정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현재 중고농구와 성인농구에서 적용되는 'FIBA 성인 룰'이 도입되며, 1쿼터와 2쿼터에 한해 맨투맨 수비가 적용된다.
FIBA 성인 룰 도입에 따라 3점슛 제도가 시행되며, 공격제한시간 역시도 기존 30초에서 24초로 바뀐다. 공격 리바운드 후 '14초 제한시간' 제도도 실행된다. 그동안 적용되지 않았던 백코트 바이얼레이션, 8초 바이얼레이션 등도 새롭게 도입된다.
이 뿐만 아니라 타임아웃이 기존 4개에서 5개로 늘어나고, 4쿼터 혹은 연장전 종료 2분 전부터 데드타임, 4쿼터 혹은 연장전 종료 2분 드로인 위치 선택권 등도 적용된다. 단, 자유투 거리는 기존과 동일한 5.2M로 적용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규정은 백코트 바이얼레이션과 8초 바이얼레이션이다. 과거에는 하프라인을 넘어온 뒤 다시 자신의 코트로 되돌아갈 수 있었고, 또 공격권을 가진 팀이 시간에 관계없이 하프라인을 넘어가는 것이 허용됐지만 올해부터는 바뀐 룰에 따라 백코트 바이얼레이션, 8초 바이얼레이션이 적용된다.
초등농구연맹 관계자는 국제경쟁력 강화와 경기력 향상을 가장 큰 이유로 들며 이번 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다음은 초등농구연맹이 밝힌 경기규칙 개정 사유다.
1) 향후 발전을 위한 준비 : 초등학생들이 성인 농구 규칙을 통해 일찍부터 표 준 규칙에 익숙해지도록 함으로써, 향후 중·고등학교 및 대학 농구로의 자연 스러운 연계
2) 경기력 향상 : 성인 규칙을 도입하여 초등학생들도 정식 경기의 흐름과 전 략을 배우게하고, 경기력 향상을 도모
3) 국제 경쟁력 강화 :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국제 표준 규칙 적응
4) 일관성 유지 : 성인 농구 규칙을 통해 모든 연령대에서 일관된 규칙을 적용 함으로써, 이해와 규칙 숙지가 용이해지며 혼란해소
5) 운영의 원활성과 참가팀 지원 확대 : 팀 참가비 납부를 통해 대회 운용의 원 활성을 강화하고 참가팀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
현장의 지도자들 사이에선 이 같이 확 바뀐 룰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A팀 코치는 “선수들의 신체조건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추세다. 우리 팀만 해도 멀리서 슛을 쏠 수 있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3점슛 제도를 도입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B팀 코치는 “바뀐 룰로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라며 “백코트 바이얼레이션 룰이 생기면서 수비가 자연스레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또, 3점슛이 도입되면서 3점슛을 만들기 위한 패턴도 다양하게 연습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C팀 코치도 “아이들이 중학교에 올라가면 새로운 룰에 적응하느라 애를 많이 먹는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성인 룰을 익히다 보면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와 반대로 새로운 룰 시행에 대해 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지도자도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여초부 지도자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이 많이 나왔다.
여초부 D팀 코치는 “여자의 경우, 중, 고등학생들도 8초 안에 하프라인을 넘어가기가 힘들어 하는데 초등학생들은 더더욱 힘들지 않겠나. 물론 바뀐 룰에 적응해야겠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8초 바이얼레이션이 많이 나올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된다”라고 했다.
여초부 E팀 코치는 “3점슛 도입으로 경기적인 면에선 흥미가 더해지겠지만, 여초부 학생들은 힘이 부족해 슛 거리가 나오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3점슛 도입은 시기상조이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F팀 코치는 “초등부 선수들의 경우, 농구를 시작한지 이제 갓 1~2년 밖에 안 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아직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고 농구의 길도 익혀야 할 나이인데 슛폼 등 여러 면에서 잘못된 습관이 들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런가 하면, G팀 코치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번에 규정을 바꾸지 말고 몇년 전부터 부분적으로 개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라고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초등부의 바뀐 룰은 오는 4월 14일 경북 김천에서 열리는 제24회 대한민국농구협회장배 전국초등농구대회부터 공식 적용되며, 각 팀들은 소년체전 지역 선발전과 협회장배 대회를 앞두고 바뀐 룰을 숙지하고 적응하는 훈련에 한창이라는 후문이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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