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창원체육관에서 벌어진 2024-2025 KCC프로농구 창원 LG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정규리그 6라운드 맞대결.
“에휴… 선수들이 날 가만히 냅두지를 않아요!” 인터뷰실에 등장한 조상현 감독의 첫 마디였다. 58-35까지 앞선 격차가 4쿼터 종료 1분 6초 전, 84-81로 바뀌는 롤러코스터 같은 경기력 때문이었다. 경기 총평을 말하는 조상현 감독의 표정도 이로 인해 밝지 못했다.
하지만 조상현 감독은 한 선수의 이름 석자가 들리자 곧바로 미소를 되찾았다. 주인공은 슈터 유기상. 유기상은 4쿼터 초반, 가스공사의 추격에 찬물을 제대로 끼얹는 3점슛 3방을 연속하여 터트리며 분위기 전환을 막아냈다. 경기 최종 스코어(85-81)을 생각해본다면, 유기상의 승부처 3점슛 3개가 만든 1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좋은 슈터는 승부처에서 달아나는 1~2개의 3점슛을 터트려주는 선수라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유)기상이는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선수입니다. 게다가 수비에서도 (양)준석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잘 채워주니까… 미안한 부분도 많습니다.” 평소 선수들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조상현 감독이지만, 이때는 달랐다. 연신 유기상을 향한 찬사를 보내며 승리를 이끈 것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좀처럼 듣지 못했던 사령탑의 칭찬은 유기상을 춤추게 하기에 충분했을까? 유기상의 폭발력은 23일 경기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장소를 잠실체육관으로 옮긴 26일 서울 삼성과의 맞대결에서는 아예 ‘2위 사수’를 위한 선봉장으로 나섰다.
45-39로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2쿼터 중반, 유기상은 탑과 윙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림을 사냥, 연달아 3개의 3점슛을 성공했다. 상대의 추격을 뿌리치는 3점슛 3개를 터트렸던 23일 경기의 4쿼터와 데칼코마니였다. 유기상의 2쿼터 3점슛 3개는, 후반전 내내 LG가 손쉽게 리드를 가져가는 이유였다.
데칼코마니 같았던 경기력만이 다가 아니었다. 유기상은 이날 KBL 데뷔 후 한 경기 개인 최다인 23점을 퍼붓는 기록까지 세웠다. 비록 3점슛은 5개를 기록, 개인 한 경기 최다 3점슛 성공(6개) 경신까지는 단 2개가 모자랐다. 하지만 유기상은 단순 슈터를 넘어 자신이 LG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다시 한번 알렸다.
“23점? 그게 커리어 하이에요? 한 40점은 넣어줘야 하는 선수인데…” 예상했던 칭찬이 아니었다.
경기 후 만난 유기상에게 조상현 감독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유기상은 불쑥 지난 시즌의 이야기를 꺼냈다.
“(조상현)감독님의 말씀을 들으니 지난 시즌 일화가 하나 생각났어요. 원주 DB와 고양 소노의 경기에서 (이선)알바노 선수가 버저비터를 성공하며 연장전으로 승부를 이끈 적이 있었어요. 그날에 알바노 선수는 개인 최다 득점(33점)을 기록했고요. 매우 감탄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저를 보시더니 그러셨어요. ‘기상아, 너도 알바노처럼 해야하지 않겠니?’라고요. 40점을 기대하신다는 감독님의 말씀도 다 저를 위해서 해주시는 말씀이라 생각해요. 저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저에게 항상 ‘기상아 너에게는 기대가 크고, 믿음이 있다’라고 이야기 해주세요. 감독님께 이러한 믿음의 말을 듣고도 헌신을 안 할 선수가 있을까요? 그런 선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매번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상현 감독의 유기상을 향한 기대와 믿음은 최댓값을 향해 있었다는 것을 이 기억으로 완전히 알아낼 수 있었다.
되살아난 기억은 조상현 감독이 꺼낸 40점의 의미도 바로 알 수 있게 했다. 유기상에 대한 조상현 감독의 기대치는 지금의 퍼포먼스가 아니라는 것을.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유용우, 박상혁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