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서호민 기자] ‘농구 버전 FA컵’을 목표로 출범한 코리아컵 최강전(이하 코리아컵) 초대 대회가 막을 내렸다.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아마농구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을만했다. 물론 보완해야 할 요소도 분명했다.
2024 코리아컵 최강전은 12월 4일부터 20일까지 3주 간 연세대 체육관과 스포츠과학관을 오가며 진행됐다. 1주차에는 연세대 스포츠과학관에서 열렸고, 8강과 4강, 결승 토너먼트는 연세대 본 체육관에서 진행됐다. 엘리트 팀을 대표해 출전한 용산고와 경복고가 각각 우승, 준우승을 차지했다.
코리아컵은 정재용 대한농구협회 상근부회장과 협회가 올해 가장 공을 들여 창설한 대회로 한국농구 디비전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위한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사상 처음으로 엘리트와 클럽 팀이 경쟁하는 무대를 마련한 협회는 새로운 시도로 참가 팀들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참가비 무료 정책'이다. 협회는 모든 종별의 참가비를 무료로 전환해 더 많은 농구 동호인들이 대회를 즐길 수 있도록 참가비 무료 정책을 내세웠다.
두 번째는 10분 4쿼터제다. 일반 생활체육 농구대회에선 7분 4쿼터제 운영이 보통이다. 하지만 엘리트 팀들과 공존을 위해 10분 4쿼터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코리아컵은 일반 5대5 프로농구, 엘리트 대회와 동일하게 실시간으로 경기 기록을 제공했다. 그동안 생활체육 농구대회에선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이번 대회 전 경기 기록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는 협회는 경기 종료와 함께 각 팀들의 기록을 업로드하고 있다. 이 또한 예산이 많이 드는 일이라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대회 퀄리티와 농구계의 변화를 위해 이런 시도를 했다는 협회.
실제 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오고 있는 코리아컵 경기 기록은 아마추어 엘리트 농구대회 기록 시스템과 동일했고, 이는 참가 선수들에게 경기 외적인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상금도 기존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모의 예산이 책정됐다. 이번 대회 총 상금은 무려 1900만원(우승 1000만원, 준우승 300만원, 공동 3위 각 150만원, 8강 입상 4팀 각 75만원)이었다. 우승 상금만 1000만원에 달했다. 또, 협회는 8강에 오르는 팀에 한해 일정 금액의 상금도 챙겨갈 수 있게 배려했다.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즐거움은 유튜브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협회는 이번 대회의 전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여기에 중계진까지 덧붙여 경기 영상을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농구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이번 대회 전 경기 중계에 중계진을 붙인 코리아컵.
전문적인 중계진의 합류로 영상만 송출되던 타 대회와 달리 경기 영상을 보는 즐거움을 한 가지 더한 협회는 "이제는 워낙 기술이 발전해 거의 모든 생활체육 농구대회에서 경기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그래서 이번에 첫 발을 뗀 우리 코리아컵은 어떻게 하면 차별화를 둘 수 있을지 고민하다 농구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경기장에 중계진을 배치해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던 엘리트 팀과 클럽 팀의 맞대결은 팬들에게 흥미를 안겨주기 충분했다. 엘리트와 클럽이 본격적으로 맞붙은 8강부터는 치열한 승부와 긴장감 넘치는 경기력으로 열기를 더했다. 배재고와 업템포는 4쿼터 40분의 정규 시간으로 모자라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4강전은 강자 중의 강자들만이 살아남았다.
엘리트와 동호회 정상급 팀들끼리 맞대결이 성사된 가운데 용산고는 아울스를, 경복고는 업템포를 접전 끝에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세 번째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용산고와 아울스의 4강 전 역시 4쿼터만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연장전에 가서야 승부가 갈렸다.
부상에 대한 위험성도 노출됐다. 클럽에서 농구를 했던 선수들은 부상 위험 방지에 익숙하지 않다. 또, 성인과 고교생은 체구, 힘에서 차이가 크기에 그에 따른 부상 위험성이 크다. 실제 이번 대회 엘리트 팀 선수 가운데 중상을 입은 선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코리아컵이 성공적인 리그로 정착하기 위해선 첫 대회에서 드러난 아쉬움을 보완하는 세심한 노력은 분명 필요해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대회를 마치며 “우려 반, 기대 반 속에서 대회를 준비했는데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며 첫 대회를 마쳤다. 전에 없던 새로운 컨셉의 아마추어 농구대회를 협회가 첫발을 뗐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며 “물론 과제도 분명했다. 내년에는 개최 시기와 장소 등에 대해 참가 팀들의 의견을 수렴해 더욱 내실있는 대회로 만들고자 한다. 엘리트 팀, 클럽 팀 지도자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지도자 간담회도 진행해 양측의 의견을 반영한 절충안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회 홍보를 위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도 가미할 계획”이라며 “디비전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에는 전문체육, 생활체육이라는 단어를 아예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를 위해 디비전 I, 디비전 II, 디비전 III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리아컵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내년에는 전국체전이 끝나는 시기와 맞물려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협회가 디비전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에는 보다 탄탄한 시스템 속에 운영돼 엘리트와 클럽의 진정한 통합을 이뤄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사진_배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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