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서호민 기자] “제2의 양동근이라는 칭호도 좋지만 현재로선 제1의 문유현이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고려대 3학년 문유현(181cm,G)은 지난 11월, 2025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윈도우-2와 2월 윈도우-3 두 차례 성인 국가대표에 발탁, 대학선수로는 유일하게 대표팀을 경험했다.
특히 지난 23일 인도네시아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20분 31초 동안 4점 5어시스트 3스틸로 종횡무진 코트를 누비며 대학 최고 선수다운 기량을 뽐냈다.
문유현은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두 번째로 A-대표팀을 다녀왔는데 확실히 책임감, 사명감을 가지지 않으면 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작년 11월 A매치에선 슈팅 감각이 그런 대로 괜찮았다. 이번에는 슈팅 밸런스가 깨졌다. 한국에 돌아왔으니 이걸 보완해서 내 걸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라고 윈도우-3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수비에서 존재감이 돋보였다. 그는 특유의 활동량과 강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수들을 몰아붙였다. 루즈볼 상황에서 몸을 날리는 허슬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2쿼터 인도네시아 득점을 7점으로 묶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핸들러로서도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3쿼터 막판엔 상대 수비를 헤집은 뒤 하윤기의 덩크슛을 돕기도 했다.
수비에서 존재감이 컸다고 하자 문유현은 “수비적인 부분은 (오)재현이 형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또, 나는 원래 수비할 때 더 희열을 느끼는 스타일이다(웃음). 그래서 평소 수비 연구하는 걸 좋아한다”며 “내가 볼을 많이 소유하는 포지션이지만 가드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선수와 똑같이 궂은일, 수비 등에도 집중하면서 이타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친형인 문정현(KT)과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동반 승선한 것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아쉽게도 인도네시아 전에서 문정현, 문유현 형제는 동시에 코트를 밟지는 못했다. 문유현은 이에 대해 “부모님이 많이 좋아해주셨다. 형과 같이 뛰지는 못해 아쉽지만 옆에서 대표팀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형이 많이 도와줬다. 형한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다른 형들도 생활적인 부분과 인성적인 부분에 대해 조언해주셨다”고 대표팀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현중(일라와라)으로부터 조언을 받은 일화도 들려줬다. 말을 이어간 문유현은 “(이)현중이 형과도 연락을 주고 받았다. 현중이 형이 ‘이 순간을 즐겨라. 넌 아직 어리고 가능성이 많다. 너가 대표팀에 필요한 이유를 코트에서 증명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나한테 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타이틀을 잠시 내려두고 다시 고려대 문유현으로 돌아왔다. 일찍이 대학 무대를 접수한 뒤 완성형에 가까운 선수로 성장했지만, 문유현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문유현은 “우선 시즌 들어가기 전에 국가대표라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신 안준호 감독님과 서동철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이렇게 큰 경험을 치른 게 U리그에서도 적잖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내가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 보여주면 나중에도 좋은 기회가 찾아올거라 본다”며 “농구적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싶고 3학년이 된만큼 팀원들도 잘 통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팀적인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우승에는 작년에 연세대에게 빼앗겼던 정기전 승리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이어 농구적으로는 어떤 점에서 더 발전하고 싶냐고 묻자 그는 “개인적으로는 슈팅 안정성을 갖춘 선수로 거듭나고 싶다. 또, 가드로서 공간 만들어내는 능력을 더 기르고 싶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사실 유지시키는 게 가장 어렵지 않나. 작년에 잘했던 걸 계속 유지시키고 안 됐던 점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훈련 한 시간 전에 체육관에 나와 개인 연습을 하는 루틴을 가져가고 있다. 또, 동기부여를 얻기 위해 KBL, NBA 잘하는 선수들의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이다. 그런 영상을 보고 저 선수는 꼭 한번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말했다.
문유현은 '제2의 양동근'으로 불리며 주목받아왔다. 본래 고등학교 시절에는 공격 성향이 짙은 플레이스타일상 포워드에 가까웠지만 당시 신장이 작았던 그는 양동근, 김시래의 영상을 보면서 가드의 플레이를 연구했다.
특히 양동근의 플레이를 많이 보고 따라했다. 승부욕, 근성, 리더십의 대명사 양동근처럼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 결과 고3 때 가드로 정착했고, 고려대 진학한 이후에는 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나갔다.
과거 본지와 인터뷰에서 양동근을 롤모델이라고 밝힌 것이 여전히 유효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문유현은 “기분은 좋지만 나에게는 많이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안준호 감독님께서 누구를 따라가려 하지 말고 너만의 스타일을 그대로 밀고 나가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제2의 양동근이라는 칭호도 좋지만 현재로선 제1의 문유현이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지금 롤 모델은 딱히 없다. KBL, NBA에서 잘하는 선수들의 장점을 흡수해 내 걸로 만들어서 제1의 문유현이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3년 전, U18 대표팀 당시 강성욱(성균관대), 이주영, 이채형(이상 연세대) 등에 밀려 벤치신세를 면치 못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문유현은 이들을 제치고 대학 최고 가드로 성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대표팀에도 발탁돼 자신의 농구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여기서 더 무서운 점은 아직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문유현은 슛도 볼 핸들링도 아직 부족하다고 자신을 낮춘다. 스스로를 동기부여하고 채찍질하며 끊임없이 발전을 꿈꾸는 그이다. 제1의 문유현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그는 오늘도 굵은 땀을 흘린다.
#사진_점프볼DB, FIBA 제공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