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신흥고는 이번 시즌 다크호스로 꼽힌다. 먼 거리에서도 거침없이 올라가는 슈터 김성혁, 힘과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가 위협적인 김재원은 청주신흥고의 가장 강력한 공격 무기다.
이희준은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 강력한 몸싸움을 기반으로 포스트에서 득점을 만드는 것이다. 김재원의 림어택 동선을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희준의 위치에 따라 청주신흥고의 공격 전개가 달라진다.
이희준은 맨발 196센티라고 했다. 팀 내에서 가장 크다. 윙맨의 신장이지만 빅맨의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키가 계속 크고 있기 때문이다. 이희준은 “아직도 크고 있어요. 2미터 넘게 크고 싶어요”라고 얘기한다. 그럴 것 같다며 웃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엘리트 농구를 시작했다. 당시 신장은 161센티 정도로 크지 않았다. 그런데 센터의 플레이부터 배웠다. 부모님이 키가 크다. 당연히 이희준도 클 줄 알았다. 그런데 중학교를 졸업할 때 신장이 180센티 초반이었다. 힘도 약했다.
▲ 180센티, 192센티, 185센티
“어머님이 180센티, 아버지가 192센티에요. 누나도 185센티고요. 그런데 저만 안 크더라고요(웃음). 고등학교에 와서 15센티 이상 큰 것 같습니다. 성장판이 열려 있어서 더 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중학교 때 가장 힘들었다. 키가 작고 힘이 약한 이희준은 출전 기회가 적었다. 설상가상, 중3 때 부상도 있었다. 뛸 수 있는 시기에 부상으로 뛸 수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농구할지 말지 계속 생각할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고등학교에서는 빠르게 기회가 왔다. 1학년 추계 때 기회를 받았다. 윤명수 청주신흥고 코치는 “몸이 왜소한데 몸싸움을 즐겼다. 워낙 열심히 했고 팀에 궂은일을 하는 선수가 필요했다”라고 이희준을 기용한 이유를 밝혔다.
이희준은 부산중앙고와의 예선 첫 경기부터 풀타임을 소화했다. 팀 내 최다 득점도 올렸다. 다음 경기는 35분 47초를 뛰었다. 안효민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고 첫 3점 슛도 성공했다.
예선 마지막 경기도 풀타임을 뛰었다. 9득점 3리바운드로 기록은 다소 부진했다. 윤 코치는 경기 체력이 문제였다고 한다. 하루걸러 한 경기씩 풀타임 가까이 소화한 경험이 초등학교 6학년 이후로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에는 출전 시간이 줄었다. 청주신흥고는 춘계와 협회장기 모두 예선 탈락했다. 점수 차도 컸다. 고르게 선수를 활용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전국대회 첫 승리는 연맹회장기에서 나왔다. 이 경기에서 이희준은 15득점 11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 KBL에서 롱런할 수 있는 선수로…
김영현 청주신흥고 A-코치가 얘기하는 이희준의 가장 큰 장점은 “몸 부딪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몸이 왜소해 보이는데 몸을 붙이는 플레이를 좋아한다. 파울을 잘 만든다. 드리블 없이 슛으로 연결하는 것을 주문하는데 잘 소화한다”라고 칭찬했다.
“농구에 대한 자세가 열정적이다. KBL은 4번 역할이 중요하다. 롱런할 수 있는 선수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윤 코치도 “이희준이 있어서 김성혁과 김재원의 공격이 편한 부분이 있다. 동료들을 편하게 만드는 선수”라고 이희준을 칭찬했다.
그래서일까. 이희준과 얘기를 나누는 도중 김성혁이 장난을 걸어왔다. 두 선수가 악의 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풋풋하면서 유쾌했다.
이희준의 롤모델은 안영준이다. “수비할 때와 공격할 때 정말 적극적으로 하시고 큰 키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달리는 게 정말 인상적”인 것이 이유다. 안영준처럼 빠르냐는 질문에는 “그 정도로 빠르지는 않습니다. 네! 그 정도로 빨라지고 싶습니다”라고 우렁차게 대답한다.
이희준의 목표는 “팀에 없으면 안 될 선수가 되는 것”이다. 하나는 확실한 것 같다. 긍정 에너지가 넘친다. 김성혁과 장난치는 모습도 그랬다. 팀의 긍정 에너지를 높이는, 빠르게 달리는 2미터 장신을 미래 KBL에서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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