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유석주 인터넷기자] 서로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끝에 현대모비스가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17일 안양 정관장 아레나에서 열린 안양 정관장과의 2024-2025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9-92로 승리했다. 현대모비스는 87-84로 잡아낸 1차전을 시작으로 팀의 구조적인 우위를 앞세워 시리즈 내내 정관장을 몰아붙였다. 정관장 역시 반격을 위해 홈에서 마지막까지 분전했으나, 기적처럼 피워낸 봄 농구를 더 이어가지 못했다. 과연 현대모비스의 승리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스몰 라인업’ 정관장의 약점을 파고든 ‘투빅 체제’ 현대모비스
정관장은 구단 최다 기록인 10연패를 겪으며 4라운드 도중 리그 꼴찌까지 가라앉았음에도 팀을 재정비, 극적인 6위 사수에 성공했다. 그 비결은 스몰 라인업이었다. 정관장은 지난 1월 10일 부산 KCC 디온테 버튼을 영입하며 캐디 라렌을 떠나보냈다. 이후 곧바로 남아있던 교체권을 사용, 기존의 클리프 알렉산더까지 조니 오브라이언트로 바꿨다. 변화를 기점으로 정규리그 종료일인 8일까지, 정관장은 평균 득점 1위(80.2점)를 기록하며 후반기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순위 반등에 성공했다. ‘내/외곽 득점 생산 + 핸들러’ 역할 수행이 가능한 버튼과 오브라이언트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상대와 난타전이 가능한 팀으로 바뀌었다. 후반기 최다 역전(3.4회) 횟수가 정관장이 가진 화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평균 득점 1위(81.2점)’ 현대모비스는 정관장의 약점을 지독하게 파고들었다. 스몰 라인업의 아킬레스건은 림 보호 수비에 약점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현대모비스는 강력한 높이를 바탕으로 2점 야투 시도(46.6회)와 성공 개수(24.6회) 모두 1위인 팀이었다. 게이지 프림과 숀 롱, 장재석과 함지훈 등 현대모비스의 빅맨을 활용한 미스매치 대부분이 정관장에겐 치명상이었다. 림 근처에서 확률 높은 득점을 내주다 보니 수비 리바운드도 많이 발생하지 않았고, 이는 속공 전환이 간절한 스몰 라인업의 정관장에겐 악재로 작용했다. 느린 페이스에 발목이 잡히니 전체적으로 작은 신장의 정관장이 하프코트 오펜스에서 흐름을 찾기도 어려웠다. 스몰 라인업을 운용하는 팀에 ‘속도 저하&야투 시도 정체’는 사형 선고와 같다. 현대모비스는 접전 양상의 1차전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에서 리바운드로 정관장을 압도했고, 높이의 우세로 상대의 장점까지 파훼하며 시리즈를 무난하게 3-0으로 끝냈다.
‘코트 곳곳 빛나는 존재감’ 다재다능한 이우석이 미치는 영향
현대모비스 4강 진출의 또 다른 주역은 이우석이다. 이우석은 3경기 평균 13.7점 5.3어시스트 4.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사실상 현대모비스의 메인 핸들러로 활약했다. 외곽에서의 공격 시도가 많은 유형임에도 불구, 3점슛 성공률 52.6%로 효율 역시 뛰어났다.
특히 감독이 주문하는 모든 걸 코트 안에 100% 녹여낸 다재다능함이 돋보였다. 정관장이 4쿼터를 난타전으로 끌고 간 1차전, 이우석은 팀 내 최다 3점슛(4개)과 어시스트(5개)를 기록하며 현대모비스의 야투 생산을 이끌었다. 3차전에서도 정관장은 마지막까지 따라붙고자 했지만, 이우석은 트리플더블(17점 8어시스트 7리바운드)에 가까운 기록을 남기며 중요한 순간마다 비수를 꽂았다. 이우석 덕분에 페인트존 득점 비율이 높은 현대모비스의 코트는 좁아지지 않았고, 정관장은 넓은 수비 범위를 커버하느라 체력을 빠르게 소진해야 했다.
공격에만 집중한 것도 아니었다. 시리즈 내내 버튼 전담 수비를 맡은 이우석은 빠른 발과 높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제어에 성공했고, 버튼은 3경기 평균 11점 야투율 48%로 고전했다. 상대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를 막으면서도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한 이우석이 있었기에 현대모비스는 정관장에 공수 모두 흐름을 내주지 않고 앞서나갈 수 있었다.
정규리그 마지막까지 2위 싸움을 놓지 않았던 현대모비스는 정관장을 상대로 그 위력을 증명했다. 한편 꼴찌까지 추락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플레이오프에 나선 정관장 역시 홈 관중들 앞에서 박수 받을 경기력을 선보였다. 시작부터 강함을 증명한 현대모비스, 악조건 속 최선을 다해 마침표를 찍은 정관장 모두 찬사가 아깝지 않은 시리즈였다.
#사진_문복주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