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유석주 인터넷기자] 3차전의 김낙현(가스공사)은 훌륭한 에이스이자 미끼였다.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18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수원 KT에 79-75로 승리했다. 창단 첫 플레이오프 홈 승리를 챙긴 가스공사는 시리즈 전적 2승 2패를 만들며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이날 경기에선 김낙현의 존재감이 반짝였다. 지난 14일 2차전 도중 발목을 다친 김낙현은 부상을 안고 뛴 3차전에서 5점 야투율 22%로 고전했다. 김낙현은 벼랑 끝에 몰린 4차전 18점 6어시스트 4리바운드로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고, 벤치에서 코트를 밟았음에도 자신의 플레이오프 단일 쿼터 최다 득점 기록(2쿼터 15점)을 경신했다. 특히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 던진 특유의 풀업 슈팅이 시도하는 족족 림을 갈랐다. 가스공사 역시 뜨거운 손끝의 김낙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중 득점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공격을 완성하는 ‘디코이(decoy)’ 패턴이 인상적이었다.
디코이의 의미, 코트 안에서의 전술적 활용
디코이란 전쟁에서 유도탄 및 각종 탐지 장비들을 교란하기 위한 가짜, 즉 더미를 뜻한다. 원래는 오리 사냥에 쓰이던 인형을 부르던 것에서 유래되었으며, 강가에 오리 모양의 인형을 두고 진짜 오리들을 유인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김낙현은 가장 훌륭한 오리 인형이었다. 대표적인 장면을 보자.
가스공사의 공격 상황. 대형은 뿔 모양의 혼(horn) 오펜스이고, 직전 포제션까지 11점을 몰아친 ‘집중 견제 대상’ 김낙현은 공과 멀리 떨어져 있다. 이때 왼쪽의 김준일이 먼저 공을 받으러 올라온다.
이 상황만 놓고 보면, 마치 핸들러의 핸드오프를 위한 움직임인 듯하다. 하윤기와 붙어있는 곽정훈 역시 3점슛을 위해 벽을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속임수다. 김준일은 다시 공을 건네지 않았고, 처음 패스했던 우동현은 곧바로 페인트존까지 내려가 스크린을 형성했다. 이때 오른쪽의 김낙현이 기습적으로 공을 받으러 올라왔다.
곧바로 김준일과 핸드오프를 시도한 김낙현. 스크리너였던 곽정훈은 어느새 45도까지 올라왔고, 공 근처에 있는 문정현과 하윤기 모두 볼 핸들러의 공격을 의식했다. 하지만 탑에서 공을 받은 김낙현은 이후 볼 흐름을 위한 미끼였고, 이때부터 가스공사의 진짜 패턴이 시작됐다.
곽정훈의 3점슛을 의식한 박성재가 외곽으로 딸려 나온 사이, 연쇄된 스크린 & 김낙현 방면 견제로 인해 페인트존은 무주공산이 되었다. 이는 가스공사가 의도한 바였고, 앤드류 니콜슨은 패턴의 첫 핸들러였던 우동현의 벽을 타고 편안하게 득점했다.
만약 위력적인 득점원이 미끼로 사용되지 않았다면, KT는 쳐져서 페인트 존을 지키는 드랍백(drop-back) 수비로 벽을 형성해 골밑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낙현은 상대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미끼였고, 개인 득점을 쌓는 동시에 동료들의 쉬운 공격에 바탕까지 되어주었다.
정규리그 최다 3점슛 성공(평균 9.9개)에 빛나는 가스공사에 공격을 전개하는 핸들러의 반등은 필수적이다. 다행히 그 핵심인 김낙현은 절체절명의 순간 부활에 성공했고, 가스공사는 되살아난 에이스와 함께 시리즈 최종전을 위해 적진으로 향한다. 여전히 전현우, 만콕 마티앙 등 핵심 자원들의 부상이 뼈아픈 가운데 악조건 속 가스공사의 봄 농구는 더 오래 꽃피울 수 있을까. 그 마지막 이야기는 오는 20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펼쳐진다.
#사진_유용우 기자, tvN SPORTS 중계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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