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서호민 기자] 김준성 코치가 이끄는 배재고는 지난 10일 전라남도 영광에서 폐막한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에서 4강에 올랐다. 사실 대회 전만 하더라도 배재고가 4강까지 오를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거의 없었을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조직력은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팀으로 분류될 전력은 아니었다. 배재고에는 2미터 빅맨도 없다. 더구나 앞서 열렸던 춘계연맹전에서 예선 탈락했기에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협회장기 대회에서 배재고는 춘계연맹전과 비교해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뀌어 있었다. 조 1위로 결선을 진출한 데 이어 결선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 난적인 상산전자고, 전주고를 차례로 물리치고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과감한 외곽슛과 단단한 제공권을 앞세워 선전했다.
팀을 4강으로 이끈 김준성 코치는 "(춘계연맹전 예선 탈락) 상처가 컸다. 사실 동계 훈련 때만 해도 선수들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첫 대회이기도 했고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았다"며 "서울로 돌아와 선수들과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훈련 분위기를 조금 바꿔봤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 하고자 하는 의지의 차이다. 다행히 춘계 이후로 정신무장이 달라졌고 선수들이 스스로 농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갈 길을 찾아갔다"고 돌아봤다.
이어 "4강에 오른 뒤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았다. 학교에서도 이효준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배재고 농구부 후원회 OB 선배님들과 조남준 농구부장 선생님 등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분들이 많다. 배재고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해 김준성 코치가 정식 메인코치로 부임한 이후 배재고는 단단한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2024년 배재고는 춘계 연맹전 8강, 협회장기 16강, 종별 대회 16강, 주말리그 왕중왕전 4강, 추계 연맹전 16강 등 꾸준히 결선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 협회장기 대회 4강에 오르며 2년 연속 전국대회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이번 협회장기 대회는 U18 대표팀 차출 기간과 맞물려 열린 작년 주말리그 왕중왕전과는 다르게 모든 팀이 완전한 전력을 갖춘 상태에서 거둔 성적이라 그 의미가 더욱 컸다.
김준성 코치는 "사실 몇 년전만 해도 팀 상황이 좋지 않았다. 작년에 메인 코치로 부임한 이후 강압적인 분위기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했다. 대신 자율 속에 확실한 규칙과 규율이 있어야 한다는 것만 각인시켜줬다"며 "좋은 친구들을 만난 덕분이다. 열심히 따라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선수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1992년생으로 올해 33살인 김준성 코치는 아마농구 지도자들 중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선수단과 비교해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은 김준성 코치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 역시 선수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한 ‘소통’이다. 실제 몇몇 아마농구 지도자들도 김준성 코치의 소통능력과 지도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김준성 코치는 "아무래도 지도자 중에선 젊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서 장점이 있다"며 "나는 농구를 잘한 선수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농구가 잘 안 될 때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슬럼프에 빠지거나 농구적인 부분에서 고민이 많을 때 그 힘든 마음을 잘 대변해 설명해주고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도움주려고 한다"고 했다.
3학년 주장 이진혁(178cm,G)은 이번 대회 평균 20.3점을 기록하며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장기인 3점슛은 경기당 평균 4.8개를 성공시키는 등 매 경기 무서운 폭발력을 뽐냈다.
이진혁에 대해 김준성 코치는 "슛만 놓고보면 고교 선수 전체 통틀어 탑"이라고 치켜세우며 "사실 이진혁과는 서로가 생각하는 농구관이 달라 평소 훈련 때 의견 충돌이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 성실함을 바탕으로 잘 따라와줬고 그런 노력이 이번 대회를 통해 증명됐다. 자신만의 무기가 있는 만큼 그 무기를 더 갈고 닦으면 앞으로 더욱 무서운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프로에 입성할 당시 드래프트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감동의 주인공은 이제는 지도자로서 제2의 농구인생을 걷고 있다. 김준성 코치는 비록 프로에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지도자로 제2의 농구인생을 걷고 있는 현 시점, 여느 성공한 프로선수 못지 않게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지도자로서 자신처럼 노력해도 잘 풀리지 않는 선수들을 계속해서 돕고 싶다는 생각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준성 코치는 학생들에게 꼭 하고 싶다는 말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지도자인데 그래도 군말 없이 꿋꿋이 잘 따라와주는 선수들이 대견스럽다. 고3 선수들은 대학 진학을 잘 하길 바라며, 앞으로 배재고 출신 선수 중에서도 프로 선수가 많이 배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농구선수의 길을 걷고 있지만 선수로서 본분은 다하되 더 이상 농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더 넓은 세상이 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고 어딜 가서 무얼 하더라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받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또, 그렇게 되기 위해 나 역시 더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며, 배재고 하면 중학교 선수들이 오고 싶은 학교로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_배승열 기자, 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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