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유석주 인터넷기자] 위기의 순간, 소노의 철저한 준비가 빛났다.
고양 소노는 4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 리그 원주 DB와의 맞대결에서 86-7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소노는 상대와의 맞대결에서 무려 4연승을 달성하며, 갈 길 바쁜 7위 DB에게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렸다.
센터와 가드가 지휘하는 소노의 가위바위보 : 클러치 타임을 결정짓다.
이 경기 소노는 1쿼터 이정현이 일찍 파울 트러블에 빠졌지만, 케빈 켐바오와 이근준을 비롯해 무려 네 명이 두 자리 득점을 기록하며 3쿼터를 66-55로 앞서나갔다. 해당 구간까지 실책과 야투 난조 등으로 무기력하던 DB는 4쿼터 끈적한 수비로 추격에 나섰고, 경기 내내 잠잠하던 이관희의 연속 5득점까지 터지며 68-66까지 쫓아왔다. 자칫 분위기를 넘겨줄 수도 있었던 상황. 이때 DB를 혼돈에 빠트리는 소노의 패턴이 등장했다.
종료 5분 전 5점 차 이내인 클러치 타임, 소노가 하프코트 오펜스를 준비한다. 윌리엄스가 스크린을 거는 듯하지만, 공을 쥔 이정현에게 오른쪽 45도의 이근준을 가리킨다. 준비한 전술을 시작하는 움직임이다.
이근준에게 공을 넘긴 뒤, 윌리엄스와 이정현의 손끝은 곧바로 켐바오를 향했다. 여기까지 보면, 소노가 준비한 건 켐바오의 아이솔레이션인 듯하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곧바로 베이스 라인에 있던 김진유를 불렀고, 이정현은 켐바오에게 반대편 45도를 가리키며 공의 또 다른 거점을 안내했다.
김진유가 공을 잡자마자, 이근준은 3점 슛을 위해 탑으로 팝 아웃(pop-out)하며 이정현에게 자연스러운 스크린을 걸어줬다. 덕분에 이정현을 막던 이선 알바노와 아주 잠깐의 틈이 생겼고, 이를 놓치지 않은 이정현은 가볍게 득점을 기록했다. 모두의 동선이 정확하게 들어맞은, 중요한 순간 적중한 완벽한 패턴이었다.
이후 DB의 공격을 막아낸 소노는, 작전 타임을 부른 뒤 다시 사이드 아웃 패턴을 준비했다. 이번엔 이근준이 탑에서 공을 잡았지만, 곧바로 윌리엄스가 패스를 받으러 올라왔고, 공을 건넨 이근준은 스크린을 위해 이정현에게 다가갔다.
아까와 비슷한 대형과 움직임. 직전 포제션에서 이근준의 벽에 걸렸던 알바노는 미리 스크린에 대처하기 위해 발을 길게 뻗어 빠져나오려 했지만, 이정현이 이를 먼저 간파했다. 이근준을 활용하는 척 다시 한번 림으로 백도어 컷을 시도했고, 이를 놓치지 않은 윌리엄스의 패스와 함께 앤드원을 얻어냈다. 상대와의 눈치 싸움에서 앞서나간, 철저하게 연습으로 만들어진 소노의 ‘전술 가위바위보’다. 핸들러 이정현과 빅맨 윌리엄스의 전술 실행력과 판단력 역시 돋보였다. 덕분에 연속 5점을 기록한 소노는 클러치 타임에서 달아날 수 있었다.
소노의 김태술 감독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를 극찬했다. “선수 모두가 중요할 때 조급하게 해결하려는 습관이 많았다. 패턴으로, 전술로 이겨야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격을 이끌어가는 이정현에게 많은 걸 이야기해줬고, 잘 따라줘서 이길 수 있었다”라며 중요했던 고비를 회상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우연 같은 순간도, 자세히 살피면 수많은 계산과 준비의 연속임을 소노가 증명했다. 이미 봄 농구에 참가할 수 없기에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도 있었지만, 홈에서 3연승을 달성한 소노는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의 열기에 걸맞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과연 소노가 기세를 몰아 남은 두 경기도 전승으로 장식할 수 있을까. 다음 무대는 오는 6일, 서울 SK를 상대로 펼쳐진다.
#사진_유용우 기자, tvN SPORTS 중계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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