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말 쉽지 않아요.”
그런데 한양대 정재훈 감독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2024년 KBL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프로에 입성한 박성재가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 감독은 선수가 성장하면 성적은 따라온다고 믿는다. 대학에서 성장의 결과는 프로 진출이다. 프로에 연착륙하는 것이다. 박성재는 국내 선수층이 두텁다고 평가되는 수원 KT에 입단했지만, 신인상 후보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번 시즌도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프로에 진출해야 하는 4학년들의 성장, 그들의 졸업 이후 팀을 이끌어갈 후배들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다. 선수는 경기를 통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코트에 동시에 나올 수 있는 인원은 5명이기 때문이다.
▲ 김선우, 손유찬, 위건우
올해 4학년이 되는 선수가 4명이다. 박성재를 제외하면 ‘2024 KUSF 대학농구-U리그(이하 리그)’에서 출전 시간이 가장 많았던 선수들이다. 루키 강지훈이 다음으로 출전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평균 11분 남짓이다.
강지훈을 제외하고 평균 출전 시간이 10분을 넘은 선수는 이진성이 유일하다. 그런데 8게임만 나왔다. 시즌 종반까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다음 시즌 준비까지 병행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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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으로 농구하는 한양대 주장 김선우 |
김선우는 지난 시즌 팀 내 출전 시간이 가장 많았다. 신장이 작다. 그러나 장점이 많다. 핸들러를 압박하는 수비가 위협적이다. 전통적인 육상 농구에 어울리는 민첩함을 가졌다. 리바운드에 적극적이다. 빠르게 낙구 지점을 향해 달려간다.
리그에서 평균 5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절반 가까이가 공격 리바운드였다. 스틸은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이 잡았다. 이번 시즌에는 박성재 대신 손유찬과 호흡을 맞춘다. 재능은 충분한 손유찬이다. 부족한 경험은 김선우가 채워줘야 한다.
손유찬은 지난 시즌 고교 무대에서 가장 돋보였던 가드 중 하나로 향후 4년간 팀의 중심으로 기대하는 선수다. 홍대부고를 29년 만에 협회장기 정상으로 이끌었다. 준우승에 그쳤지만, 연맹회장기 결승에서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27득점 9리바운드 10어시스트의 맹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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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의 슈퍼 루키 손유찬 |
요르단에서 열린 U18 대표팀에 선발된 것은 당연했다. 중요했던 이란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33분을 소화하며 17득점 3어시스트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U19 월드컵 티켓이 걸린 요르단과의 8강전도 36분을 소화하며 7득점 7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위건우는 미래에 김선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빠르고 공을 다루는 재간이 좋다. 송도고의 고속엔진이었던 위건우는 손유찬과 함께 한양대의 육상 농구를 부활시킬 잠재력이 있다. 미드레인지 게임에도 능한 유능한 속공의 피니셔에게 필요한 것은 김선우의 집념이다.
▲ 박민재, 신지원, 김주형
김선우 다음으로 출전 시간이 많았던 선수는 박민재다. 195센티의 장신 포워드는 팀에서 역할이 많았다. 포스트 수비와 리바운드에 힘을 보태야 했다. 박민재는 지난 시즌 팀 내 블록슛 1위를 기록했다. 신지원, 김주형과 함께 뛰면 윙맨 수비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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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신 포워드 박민재 |
정 감독은 박민재를 슈터로 기대했다. 그러나 수비와 리바운드에 너무 힘을 쏟은 탓일까. 3점 슛 성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점 슛은 박민재에게 가장 큰 과제다. 195센티 3&D 유형의 선수는 프로에서 인기가 많다. 그것을 증명하면 팀의 승률도 올라간다.
신지원의 출전 시간은 박민재보다 평균 6.4초 적었다. 팀 내에서 파울은 가장 많았다. 197센티의 신장으로 빅맨 수비를 전담해야 했다. 그는 리그 14경기에서 8개의 3점 슛만 시도해 4개를 성공시켰다. 슈팅 능력이 있다. 그러나 팀이 원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신지원은 지난 시즌 리그 득점 9위, 2점 슛 성공 4위, 리바운드 2위를 기록했다. 득점 32위, 리바운드 19위를 기록했던 2023시즌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강한 힘과 투지를 앞세워 한양대의 포스트를 든든하게 지켰다.
김주형도 힘이라면 자신 있다. 190센티의 신장으로 빅맨 수비도 감당하는 이유다. 두터운 몸은 박스아웃과 스크린에 장점이 있다. 넓은 시야로 공격 조율에도 강점이 있다. 온전히 경기에만 집중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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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김주형 |
김주형은 소포모어 시즌에 34,5%의 3점 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플레이메이킹, 2대2, 포스트업, 3점 슛 등 공격에서 많은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 이 선수의 출전 시간이 늘어날수록 한양대는 더 강해질 것이다.
▲ 이승현과 문세영, 류정렬과 임희찬
전술했듯이 한양대는 이번 시즌 이후도 준비해야 한다. 25학번 리쿠르팅은 그래서 중요했다. 백코트는 알차게 보강했다. 빅맨 보강은 아쉽다.
다행히 이승현과 문세영은 빅맨 수비 경험이 많다. 고교 시절 팀에서 가장 컸다. 다만 신장이 프로필 193센티다. 정재훈 감독의 구상은 두 선수가 외곽에서 보다 활발하게 플레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포스트 수비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승현은 지난 시즌 초반 세 대회 연속 평균 3개 이상 3점 슛을 기록했다. 왕중왕전에서는 한 경기 7개의 3점 슛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출전했던 모든 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정 감독은 이승현을 슈터로 기대한다. 마산고 시절의 폭발력을 한양대에서 재현하길 바란다.
문세영은 중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했다. 구력이 짧아 기본기가 부족하다. 그러나 발전 속도가 빠르다. 구력 대비 볼 핸들링이 나쁘지 않다. 신장 대비 준수한 탄력과 스피드를 갖췄다. 좋은 가드와 뛰면 더 많은 장점을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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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 수호신 신지원. 넥스트 신지원의 준비는 이번 시즌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
내년 이후 한양대 프론트코트가 불투명하다. 신지원을 대체할 선수가 없다. 이번 시즌 류정열의 성장이 중요했던 이유다. 207센티의 신장만으로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부상으로 동계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정 감독은 류정열의 복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다만 그 시간이 임희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내외곽을 오가며 득점을 올릴 수 있는 195센티의 포워드는 더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즌 초반의 활약은 향후 3년 더 많은 기회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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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재와 하이파이브하는 류정열 |
올해 고3에 빅맨 자원이 많지 않다. 류정열, 임희찬, 이승현, 문세영이 이번 시즌 성장해야 한다. 내년 이후 한양대의 프론트코트를 책임져야 한다.
▲ 강지훈, 이진성, 김현빈
베스트 5는 경쟁력이 있다. 과제는 벤치의 경쟁력 강화다. 3학년이 되는 이진성과 김현빈, 2학년이지만 비교적 많이 뛰었던 강지훈에게 그 역할을 기대한다. 정 감독은 이들을 꾸준히 테스트하고 있다.
강지훈은 지난 시즌 정 감독이 가장 기대했던 새내기다. 기대대로 주전 5명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박민재는 올해도 “힘 있는 플레이와 거침없는 돌파로 우리 팀에서 에너지를 올려줄 수 있는 선수”라고 기대했다.
강지훈은 최근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올해 잘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 시원하게 잘랐다”라며 “작년에 열심히 안 한 건 아니지만, 올해 더 열심히 한다”고 웃었다. 특히 약점으로 지적됐던 슈팅 연습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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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강지훈, 이진성, 김현빈 |
이진성과 김현빈은 내년에 4학년이 된다. 그런데 그동안 보여준 것이 많지 않았다. 이번 시즌이 중요한 이유다. 선배들은 이진성에게 수비와 속공, 김현빈에게 영리한 공 없는 움직임을 기대했다. 정 감독의 기대도 다르지 않다.
이진성은 “앞으로 2년은 지난 2년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다짐한다. “수비가 부족했다. 자신감도 없었던 지난 2년”이었다며 “앞으로 2년은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슛도 많이 던지며 성장하고, 난 이런 선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김현빈은 이진성보다 출전 시간이 적었다. 지난 2년 간 대학농구리그와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 기준 총 45분 51초 출전에 그쳤다. 올해 주어질 기회는 놓칠 생각이 없다. 슈팅 연습을 많이 했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위건우와 이승현도 이들과 경쟁한다. 더 많은 땀이 필요한 이유다. 한양대는 2월 중순에 대만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그곳에서 많은 것이 결정될 것이다.
▲ 성장의 종착점은 KBL
정 감독의 지도 철학은 분명하다. KBL 신인드래프트 지명이 먼저다. 다음은 KBL에서 꾸준히 오래 활약하는 것이다. 2022년 3명의 선수가 프로에 진출했다. 2020년에 지명된 오재현과 이근휘는 태극마크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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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팀에 선발된 부산 KCC 이근휘 |
중고등학교 때 어느 정도 인지도는 있었던 선수들이다. 그러나 국가대표로의 성장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2025 KBL 드래프트에서도 히트 상품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 뒤를 후배들이 계속 이어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선수는 경기를 통해 성장한다. 그런데 출전 시간 배분부터 힘들다. 성적과 성장, 미래를 위한 준비. 해남과 상주에서 만난 정 감독의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다행이라면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의 경험이다. 강적 연세대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붙였다. 항복을 받아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패배를 통해 선수들이 더 강해졌다고 정 감독은 전한다.
그 선수들이 이번 겨울에는 더 많은 땀을 흘렸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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