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KB스타즈는 2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2-58로 패했다.
우리은행의 에이스 김단비와 공격 2옵션 이명관에게 도합 32점을 허용한 것이 주된 패배의 원인이었다. 핵심 슈터 강이슬이 이명관의 1:1 수비에 8점으로 묶인 것도 뼈아팠다.
1차전 패배로 2차전 승리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 그렇지만 KB스타즈는 패배에도 2차전 희망을 쐈다. 3쿼터까지 31-46의 큰 리드를 내줬으나 매서운 추격 흐름을 만들며 경기 종료 38초 전, 4점 차(50-54)까지 추격에 성공한 것. 적장 위성우 감독 역시 "정규리그도 그렇고 KB스타즈와의 경기는 쉽게 가는 경기가 없다"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이러한 KB스타즈의 추격 흐름은 허예은의 분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기 전 위성우 감독은 가장 견제되는 선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1초의 고민도 없이 허예은의 이름을 꺼냈다. “미디어데이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올 시즌 허예은은 가장 많은 성장을 이뤄낸 선수다. 우리 팀이 가장 견제해야 할 KB스타즈의 키플레이어가 아닐까 싶다." 허예은에 대한 위성우 감독의 칭찬 섞인 경계의 말이었다.
하지만 적장의 칭찬과 달리 허예은의 경기 시작은 그야말로 악몽에 가까웠다. 우리은행의 아시아쿼터 선수 스나가와 나츠키, 미야사카 모모나의 하프라인에서 시작되는 강한 트랩 수비에 고전하며 효율적인 슈팅 셀렉션을 가져가지 못한 것. 이 영향으로 2쿼터 종료 10초 전에는 손쉬운 골밑 득점을 놓치기도 했고, 3점슛 4개는 모두 림을 외면했다. 그 결과 허예은은 전반전 총 2점을 내는 데 그쳤다. 야투 성공률은 11%로 매우 낮았다.
여러모로 허예은 답지 않았던 경기력. 주축 가드의 부진은 곧 KB스타즈의 18-31 리드 허용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이대로 무너질 허예은이 아니었다. 전반전의 저조한 경기력은 뒤로 하고 반등의 후반전을 시작한 것. 내외곽을 오가며 플로터와 3점슛 등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가져가며 17점을 올렸고, 적재적소에 뿌려준 알맞은 어시스트로 송윤하의 플레이오프 데뷔 경기 10점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6개의 스틸을 기록, 우리은행의 공격을 빈번히 차단하는 역할까지 해냈다.
전반전과 확연히 달랐던 공수 지배력을 보여준 허예은의 이날 최종 기록은 19점 5어시스트 6스틸. 단 한 쿼터 만에 뒤바뀐 경기력의 비결이 궁금해질 대목이었다. 경기 후 김완수 감독은 허예은의 이날 퍼포먼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허예은과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허)예은이는 이제 WKBL의 대표 가드로 성장하고는 있지만, 나이로 보면 아직 어린 선수이다. 그만큼 여유가 부족하다. 오늘(2일)은 몸싸움도 그렇고 상대 아시아쿼터 선수가 번갈아가면서 전담 마크를 하다보니 더욱 힘들어했다. 그렇다 보니 전반전 종료 후 예은이에게 좀 더 여유있게 하자고 이야기했다. 앞으로 시리즈는 남아있기에 얻어가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 후반전에는 운영을 아주 잘해줬다.” 김완수 감독의 말이다.
사령탑의 기대 섞인 조언. 허예은은 보답했고, 승리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희망찬 2차전을 알리기에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
오는 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양 팀의 2차전. 과연 허예은과 KB스타즈는 좋았던 후반전 흐름을 그대로 유지, 반전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까.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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