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일기]호텔 복도에 쪼그려 앉은 팬들, 시상식도 ‘팬 퍼스트’ 해보자

정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5-04-09 23: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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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지욱 기자]2025년 4월 9일 / 날씨 : 흐림, 비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이 열린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를 찾았다. 시상식(오후 4시반)이 열리기 2시간 전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깜짝 놀랐다. 선수들을 보기 위한 팬들이 일찌감치 그랜드볼룸 주위 통로를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프로스포츠는 20~30대 여성 팬들의 유입으로 호황기를 맞았다. 프로농구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이날 시상식장 주변을 가득 채운 팬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1997년 출범이래 점차 팬들을 잃어왔던 KBL로서는 젊은 여성 팬들의 유입이 반가울 따름이다.

시상식 시간이 다가올수록 팬들은 점점 많아졌다. 시상식 참석을 위해 선수들이 들어설 때마다 팬들은 일제히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으며 선물을 전달했다.

시상식은 한 시즌을 마감하면서 구단, 선수, 언론 등 관계자들이 한데 모이는 행사지만 팬들에게는 정장 입은 선수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이벤트로 자리를 잡았다.


프로스포츠에서 팬들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아직 시상식만큼은 관계자들을 위한 행사에 머물러있다. 시상식이 진행된 1시간 반 동안 현장을 찾은 팬들은 정작 선수, 구단이 상을 받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복도에 쪼그려 앉아있어야 했다.

시상식이 열린 그랜드볼룸에는 선수, 구단 관계자와 KBL이 선정한 10명의 팬만 들어갈 수 있었다. 현장을 찾은 팬들이 모두 입장하기에는 장소가 협소했다.

복도에서 마냥 기다리던 팬들은 시상식 도중 선수들이 화장실을 가거나 잠시 밖에 나갔다 오기 위해 복도로 나올 때 잠시 말을 걸어보고 사진을 찍었다. 쪼그려 앉아있는 팬들을 보면서 ‘시상식을 경기장에서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복도에서 몇몇 팬들을 만나 생각을 들어봤다.

여성 팬 A는 “경기장에서 하면 좋을 것 같다. 시상식을 팬들이 다 볼 수 있지 않나. 서서 마냥 기다리기 너무 힘들다”고 했으며 여성 팬 B도 “관중석에서 앉아서 본다면 좋을 것 같다. 호텔은 안이 협소하다보니 팬들이 들어갈 수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팬 C는 “경기장 안에 구단별 배너를 걸어놓고 포토월을 꾸며서 팬들이 선수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포토월에 선 선수들을 볼 수 없다”며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물론 “기다리기 힘들기는 하지만 가까이서 선수들을 만날 수 있으니 좋다”며 지금 형식 유지를 원하는 의견도 있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뒤늦은 일이지만 또 잃지 않기 위해서는 외양간 고쳐야 한다.

우리 프로농구는 이미 한번 농구 팬들 잃어보지 않았나. 심지어 매번 타 종목의 무시를 당하는 상황까지 왔다.

KBL은 지난해 여름 이수광 총재 취임 후 ‘팬 퍼스트’를 모토로 내세웠다. 시상식도 팬 퍼스트면 어떨까. ‘시상식=고급호텔 그랜드볼룸’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팬들이 모두 자리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다시 찾아온 프로농구의 봄, 이제는 제발 팬들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진=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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