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마치고 꿈을 위해 군산고 전학
3점 슛은 10개 던지면 10개 다 들어가요
[점프볼=조원규 기자] 모델을 꿈꿨던 소년이 있다. 모델이 되면 특기 하나쯤은 얘기하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즐겼던 농구를 선택했다. 1년 만에 소년의 꿈은 모델에서 농구선수로 변했다.
군산고 최유진 얘기다. 뭘 해도 잘했다고 한다. 피아노를 금방 배웠다. 초등학교 때 엘리트 축구선수였다. 공부도 그랬다. 외국어고에 입학하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부모님 말씀을 믿고 공부에 매진했다. 모델을 꿈꿨던 중학교 2학년 때다.
외국어고에 입학 후 1학기 만에 학교를 나왔다. 군산고로 전학했고 유급을 선택했다. 최명도 전 코치로부터 기본기부터 배웠다. 외국어고 진학 목적이 농구선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늦은 나이에 엘리트 농구를 시작했다.
2023년 3월 14일 해남 동백체육관. 군산고 1학년 최유진이 전국대회에 첫선을 보였다. 그 경기에서 31분 39초를 뛰었다. 기록은 3득점 5리바운드 2스틸.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과 반년 남짓의 훈련 기간을 고려하면 나쁜 기록도 아니다.
다음날은 풀타임을 뛰었다. 득점은 5점에 그쳤지만, 13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블록슛도 기록했다. 다음 경기도 풀타임을 소화하며 9득점 9리바운드 1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했다. 최 코치는 농구 역시 습득이 빨랐다고 얘기한다.
“중3 때 클럽 친구들과 연습경기를 했어요. 상대가 군산중이었는데, 그 경기 후 군산고 코치님이 농구를 해보라고 권하셨어요. 그때는 농구가 재미있어서 모델보다 농구에 마음이 더 가 있었죠.(웃음)”
▲ 모델보다 농구가 좋았어요
그러나 시련도 있었다. 1학년 말 동계 훈련 때 부상이 왔다. 2024년 춘계연맹전과 협회장기에 나올 수 없었다. 팀은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두 대회 연속 예선 탈락했다.
연맹회장기부터 다시 뛸 수 있었다. 군산고는 청주신흥고, 상산전자고를 연파하고 결선에 올랐다. 청주신흥고와 경기에서 17분을 뛰며 경기감각을 조율한 최유진은 상산전자고와 경기에서 11득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은 부상 없이 겨울을 났다. 계성고와 춘계연맹전 첫 경기. 최유진은 더블더블(13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다음 경기도 12득점 16리바운드의 활약으로 조기에 결선 진출을 확정했다.
강원사대부고와의 조 1위 결정전. 강원사대부고 전력이 낫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81-71 군산고 승리였다. 최유진은 18득점 1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세 경기 연속 더블더블이다.
협회장기는 1승2패로 예선 탈락했다. 그러나 최유진의 기록은 상승했다. 천안쌍용고와 경기에서 28득점 15리바운드로 활약했다. 포스트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여 자유투만 16개를 넣는 전공을 쌓았다. 강원사대부고와 경기도 26득점 15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아쉽죠. 올해 모습이 작년에 나왔어야 했는데…. 농구를 배운지 얼마 안 됐잖아요. 빨리 성장해야 하는데 부상으로 흘려보낸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평균 27득점 15리바운드의 기록보다 작년에 제대로 뛰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다고 했다. 이번 봄에 보여준 모습을 지난 봄에 보여줄 수 있었다고 했다.
최유진의 신장은 맨발 196센티라고 한다. 외곽슛에 자신이 있지만, 경기 중에는 쏘기 힘들다. 군산고에서 신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리바운드 참여가 더 중요하다. 다만 연습할 때는 3점 슛을 10개 던지면 10개 모두 들어간다고 자랑했다.
▲ 3점 슛을 10개 던지면 10개 다 들어가요
천일환 군산고 코치도 “슛이 좋다. 구력이 짧지만, 성장 속도가 빠르고 내외곽을 다 할 수 있는 선수”라며 “영리하다. 농구는 훈련 시간에 비례해 기량이 올라가는데, 그 시간을 채울수록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유진의 롤모델은 오스틴 리브스(LA 레이커스)와 쿠퍼 플래그(듀트대)다. 쿠퍼 플래그는 “1순위 후보로 거론되기 전부터 관심 있게 봤다”며 “신장이 좋고, 피지컬도 뛰어나고, 슛도 좋고, 다 할 줄 아는 것 같아서” 롤모델로 삼았다.
오스틴 리브스는 “캐치 앤 슛이나 돌파해서 빼주는 역할을 잘하는 것 같아서” 관심 있게 지켜봤다. “프로에 가면 제 키는 3&D 포지션”이라는 생각이고, 김규원(192, 2년)이 합류하면 3점 슛과 외곽 수비 빈도를 높일 계획이다.
군산고는 30일부터 통영에서 열리는 연맹회장기를 준비하고 있다. 광신방예고, 삼일고, 상산전자고 등 강한 상대를 예선에서 상대해야 한다. 목표는 소박(?)하다. 광신방예고를 이기는 것이다.
“춘계 (16강)에서 천안쌍용고에게 졌거든요. 협회장기 예선에서는 이겼어요. 협회장기 때 광신방예고에 큰 점수 차로 졌는데,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협회장기 예선에서 광신방예고에게 32점 차로 패했다. 그것을 설욕하고 싶다. 광신방예고를 이기면 결선에 진출할 확률도 높아진다.
▲ 광신방예고에 진 빚을 갚고 결선으로...
최유진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유진과 함께 군산고도 성장하고 있다. 올해 전국대회 성적이 4승 3패다. 전국대회에서 패배보다 승리가 많았던 기억이 언제였는지 흐릿하다. 지난 시즌은 연맹회장기 전까지 6전 6패였다.
통영에서의 도전이 쉽지 않다. 그러나 두렵지도 않다. 외국어고 졸업을 포기하고 시작한 농구다. 그에게 농구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즐겁게,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가려고 한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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