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유석주 인터넷 기자] 지난 일주일을 가장 화려하게 보낸 NBA 선수는 누구였을까. 점프볼은 한 주 동안 가장 뜨거웠던 선수를 동/서부 컨퍼런스에서 각각 한 명씩 선정했다. (1월 27일 기준)
서부 컨퍼런스 – 리더인가 서열 1위인가 by 앤서니 에드워즈
앤서니 에드워즈의 최근 7경기
평균 37.7분 출전 31.4점 5.7 어시스트 5.7 리바운드
야투율 47.3%, 3점 슛 성공률 44.6%
늑대 무리의 왕위 계승 : 에드워즈의 2024-2025시즌
출전 시간 팀 내 1위 (평균 36.7분)
야투 시도 팀 내 1위 (평균 20.3회)
개인 득점 커리어하이 갱신 (53점, 지난 5일 vs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프렌차이즈 통산 3점슛 순위 1위 (976개, 지난 26일 vs 댈러스 매버릭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 서부 컨퍼런스 7위
에드워즈가 다사다난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직전 시즌 미네소타는 에드워즈와 칼 앤서니 타운스, 루디 고베어를 중심으로 공수 모두 압도적인 경기력과 함께 컨퍼런스 1,2위를 다투는 포식자였다. 그리고 현재, 타운스 대신 줄리어스 랜들과 단테 디빈첸조가 합류했지만, 팀은 플레이오프 안정권을 간신히 노리는 처지가 되었다. 그 사이 공식적으로 늑대 무리의 서열 1위가 된 에드워즈는 왕관의 무게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코트 안에서는 그렇다.
에드워즈의 공격은 흠잡을 데 없는 종합선물세트다. 우선 3점 슛이 확연히 날카로워졌다. 이번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3점 슛을 던지고 있음에도(경기당 9.8개) 성공률이 42.5%로 커리어하이라는 점은, 에드워즈가 연습 때 흘리는 땀의 양을 알 수 있다.
현대농구에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를 장착한 이점은 나머지 스탯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전에도 상대는 에드워즈를 위해 더블팀 + 돌파 동선 제어 수비를 강요당했다. 멀리서 슛을 쏘는 선수를 막으려면 수비 범위는 넓어져야 하고, 에드워즈는 이를 이용해 페인트 존으로 진입, ‘미드레인지 or 돌파’ 카드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매 경기 30점 혹은 그 이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득점원이 됐다. 베테랑 가드 마이크 콘리와 함께 압박 수비 대처에도 눈을 뜬 에드워즈는 늘 지적받았던 패스와 경기 운영의 아쉬움도 털어냈다.
단, 클러치 구간 생산성은 발목을 잡았다. 이번 시즌 에드워즈는 10번 이상의 클러치 타임을 소화한 선수들 중 평균 득점이 단 2.2점으로 25위에 불과하다. 중요한 순간 사라지는 건 메가 볼 핸들러에게 치명적이다. 향후 애드워즈가 바꿔야 할 건 기술이 아닌 심장의 크기다.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도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에드워즈는 이번 시즌 벌금으로만 한화 약 3억 5000만 원을 부과받으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코트 안에서, 인터뷰에서, 혹은 팬들과 언쟁을 벌이느라 쌓인 금액이다. 마이크 워크도 매끄럽지 못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갓 이적한 랜들을 위해 ‘우리에게 너무 맞추지 말아라. 우리가 너에게 맞추겠다’라며 따듯한 응원을 건넸지만, 16일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전 패배 이후엔 ‘우리 팀 선발은 끔찍하게 못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론 이는 에드워즈 자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한 말이고,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은 이제 한국 나이로 23세인 에드워즈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에드워즈는 코트 위 리더가 아닌 경기력 측정을 통한 ‘서열 1위’의 모습에 가깝다. 그래선 원 팀으로 나아갈 수 없다.
타운스야 보고 싶어 :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2024-2025시즌
디펜시브 레이팅 7위 (110.3점)
오펜시브 레이팅 14위 (112.8점)
타운스의 이탈은 생각보다 컸다. 이번 시즌 미네소타의 오펜시브 레이팅은 112.8. 14위지만, 17위였던 지난 시즌보다 효율성은 더 떨어졌다. (지난 시즌 114.6) 공을 잡으면 정체 구간 없이 3점과 드라이브를 시도하는 타운스와 달리, 새롭게 합류한 랜들은 공을 쥔 상태에서 자신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랜들이 핸들러에 가까운 선수긴 하지만 왼 방향 돌파를 압도적으로 선호하기에 동선 설정에 시간이 걸리고, 주로 사용하는 ‘백다운 or 페이스업 전환 후 아이솔레이션’ 역시 동료들이 그 리듬에 녹아들기 어려운 공격 방식이다. 야투가 다 들어가면 상관 없겠지만, 커리어 내내 기복과 함께했던 랜들은 이번 시즌도 미네소타 부진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에드워즈에게 공격 부담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스몰 마켓 대비 터져 나올 사치세를 덜기 위해, 에드워즈를 선택한 미네소타와 타운스의 이별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만약 이대로 플레이오프에 가게 된다면, 더욱 빡빡해진 수비 속 미네소타는 에드워즈가 고전한 뒤에 무기력하게 지는 그림의 연속을 보게 될 것이다. 늑대들이 더 높은 고원을 올라가기 위해선 더욱 날카로운 이빨이 필요하다. 서열 1위에게 모든 사냥을 맡길 순 없다.
동부 컨퍼런스 – 시계의 정상화 by 데미안 릴라드
데미안 릴라드의 최근 7경기
평균 36.3분 출전 26.4점 7.0 어시스트 5.9 리바운드
야투율 47.9%, 3점 슛 성공률 40.7%
야니스 옆 최고의 장군 : 릴라드의 2024-2025시즌
리그 득점 12위 (평균 25.2점)
리그 어시스트 10위 (평균 7.3개)
밀워키 벅스 : 동부 컨퍼런스 4위
시즌 초 동부 꼴찌까지 가라앉았던 밀워키는, 릴라드의 경기력이 정상화되며 어느덧 컨퍼런스 상위권 자리를 차지했다. 그만큼 릴라드의 반등은 절실했고, 리그 13년 차 올스타급 베테랑은 모두의 기대에 만족할 만한 활약을 펼쳤다. 30% 초반대로 부정확했던 3점 슛 성공률도 제 궤도를 찾았고, 중요한 순간 득점을 터뜨리는 해결사 본능도 여전히 가슴 속에 남아있음을 증명했다. ‘밀워키의 왕’ 야니스 아테토쿤보로 인해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시절만큼의 볼륨은 뽑지 못하지만, 야니스와 함께 조합될 수 있는 최고의 공격 자원임에는 분명하다.
밀워키가 이상적으로 바라던 그림이다. 일명 ‘수비는 나머지가 할게, 공격만 해줘!’ 작전. 거리 측정이 무의미한 정교한 슈팅과 상대를 피하지 않는 위력적인 돌파, 클러치에 더욱 강해지는 냉철함은 릴라드의 상징이다. 수비를 빨아들인 이후 어시스트를 창출하는 힘 역시 그대로였다. 야니스 역시 릴라드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쉴 시간을 보장받음과 동시에 세컨드 유닛 구간에 득점 페이스가 밀려 숨이 헐떡이는 상태로 코트에 나설 일을 없애줬기 때문이다. 또한 리그 최상급 슈터 덕분에, 야니스는 원래도 좋지 않던 3점 슛 옵션을 경기에서 제거, ‘페인트 존 파괴+미드레인지 점퍼’로 플레이 스타일을 철저히 굳히며 더욱 단순하고 편하게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릴라드 형 걱정하지마! : 밀워키 벅스의 2024-2025시즌
디펜시브 레이팅 8위 (110.8점)
오펜시브 레이팅 12위 (113.8점)
더 놀라운 건 이번 시즌 밀워키가 수비에 장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닥 리버스 감독의 선수 기용 변화가 신의 한 수였다. 밀워키의 주전 빅맨 브룩 로페즈는 높이와 3점에 장점이 있지만, 높이가 느리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문제는 밀워키가 그동안 상대 공격수와 일정 거리를 벌리는 드랍 백 수비를 주로 활용했다는 점인데, 시즌 초반 밀워키를 상대했던 팀들은 느린 발의 로페즈 + 리그 최악의 수비수인 릴라드를 마음껏 공략하는 동시에 이를 만회하려는 밀워키의 한발 늦은 로테이션 수비를 역이용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이에 닥 리버스 감독은 빠른 발을 가진 안드레 잭슨 주니어를 선발 및 핵심 로테이션 자원으로 기용, 부족했던 팀의 에너지 레벨을 채우면서 정해진 공략법과 같았던 밀워키 수비에 변화를 가했다. 거기에 기존에 있던 야니스와 로페즈에게 어설픈 로테이션보단 철저히 페인트 존을 먼저 수호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외곽 클로즈-아웃은? 타우린 프린스와 게리 트렌트 주니어 등 나머지 선수들의 성실함으로 이뤄진다. 그 결과, 밀워키는 리그에서 페인트 존 실점 & 세컨드 찬스 실점이 세 번째로 적은 팀이 되었다. 여전히 외곽에서 줄 건 주는 드랍 백의 장점은 유지하되, 선수 기용&동선 변화로 수비에서 최적의 효율을 찾아낸 것이다. 역시 NBA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감독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단, 인 게임 조정 능력은 별개다.)
최상은 아니어도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밀워키는, 시즌 초반 그들이 꿈꾸던 이상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이상의 중심엔, 이젠 정말 너무나도 우승이 간절한 릴라드가 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보스턴 셀틱스로 이어지는 동부 양강 구도를 깨고, 릴라드는 과연 꿈에 그리던 첫 번째 반지를 얻어낼 수 있을까? 추운 밀워키의 겨울바람 사이에, 조금씩 푸른 새싹이 돋아나려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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