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은 전성현, 수비는 박인웅' 소준혁 [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2024 KUSF 대학농구 U-리그(이하 대학리그)에서 상반기 각 팀에 꼭 필요했던 12명의 선수를 선정했습니다. 출전 시간, 1차 스탯, 팀내 비중을 기준으로 대학 지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했습니다.
▲ 김시래의 이대이를 배우고 싶은 최강민
단국대의 정규리그 역대 최고 성적은 2017년 4위입니다. 그리고 작년, 두 번째로 4위에 올랐습니다. 올해 성적은 9위입니다. 메인 볼 핸들러 이경도, 4학년으로 궂은일에 앞장섰던 나성호와 이두호의 공백이 컸습니다. 나성호는 지난 시즌 3점 슛 4위, 이경도는 어시스트 2위입니다.
석승호 단국대 감독은 메인 볼 핸들러 없는 농구로 공백을 최소화하려 했습니다. 공을 잡은 모두가 핸들러가 되고, 공이 없는 선수들은 핸들러를 돕는 역할입니다. 모두가 슛을 던지고 드라이브인을 해야 합니다. 고급 농구입니다. 코트에 나서는 선수들의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합니다.
한계가 있었던 메인 볼 핸들러 없는 농구
대학 선수들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정 선수의 부담이 커질 수 있었습니다. 준수한 볼 핸들링에 스스로 득점을 만드는 능력도 있는 최강민이 특히 그랬습니다. 공 운반부터 득점까지 책임지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최강민은 경기당 20.9점으로 리그 득점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팀에서 가장 많이 2점 슛을 성공시켰고, 3점 슛 역시 가장 많습니다. 5월 31일 건국대전은 부상으로 17분 14초만 뛰었습니다. 이후 두 경기를 결장했지만, 팀에서 가장 득점이 많습니다. 총 146점으로 2위와 35점의 차이가 있습니다.
3점 슛 성공률도 팀에서 가장 높습니다. 2점 슛 성공률은 10개 이상 시도한 선수 중에 8명 중에 2위입니다. 그런데 평균 어시스트도 팀 내 1위입니다. 리바운드와 스틸은 2위입니다. 이 선수의 팀 내 비중은 스탯으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합니다.
석 감독도 “최강민의 부담이 컸다”고 얘기합니다. 최강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투입된 카드는 신입생 가드 황지민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황지민이 투입된 그 경기에서 최깅민이 다쳤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닙니다. 지금은 팀 훈련에 합류해 MBC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부담을 덜어주려 했는데...
시즌 초 석 감독은 최강민에게 “네가 제일 잘하는 것이 득점이다. 네가 잘하는 것을 해라. 네 공격을 먼저 보다 안되면 패스를 해라”라고 지시했습니다. 작년에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아서 내린 처방으로 보입니다.
3학년인 최강민은 루키 시즌 게임당 13.5점을 득점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8.7점으로 줄었습니다. 어시스트는 3.4개에서 2.7로, 리바운드는 5.4개에서 3.3개로 줄었습니다. 석 감독의 명확한 지시에 올해는 위축되지 않고 플레이했다고 합니다.
최강민의 롤모델은 김시래입니다. 지금의 최강민과는 다른 포지션입니다. 1번 포지션으로 뛰고 싶은 건지 궁금했습니다. 답변은 “아니요”였습니다. 김시래의 빠른 농구와 특히 2대2 플레이를 배우고 싶은 것이 이유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의 단점이기도 하고, 2대2를 배우면 저의 부족한 모습을 보완하면서 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대답은 대학 이후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장점인 수비 에너지 레벨과 자신감 있게 공격해서 득점하는 능력”에 이대이도 잘하면 KBL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최강민의 부상과 함께 단국대는 4연패에 빠졌습니다. 다행히 팀 분위기는 좋다고 합니다. 장신이면서 잘 달리는 신현빈(197센티)와 홍찬우(196센티)가 합류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두 선수가 합류하면 리바운드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지금보다 빠른 농구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석 감독은 두 선수 합류 이후의 단국대가 다를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기존의 송인준(193센티), 길민철(198센티), 서동원(192센티) 등과 함께 다양한 프론트코트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희망 그리고 새로운 도전
높고 빠른 단국대 농구는 최강민에게 희망이면서 도전입니다. 빠른 농구는 최강민에게 잘 맞습니다. 그러나 역할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작년의 방황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방황을 통해 성숙했습니다. 대체로 시련은 성장의 자양분이 됩니다. 최강민은 작년보다 많이 성장했습니다. 새로운 선수들과의 시너지, 더 나은 단국대의 성적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 에너지 넘치는 선수가 되고 싶은 소준혁
지난 6월 26일 연세대와 명지대의 경기. 명지대는 2쿼터까지 연세대보다 3개의 리바운드를 더 많이 잡았습니다. 연세대는 3명의 2미터 장신이 교대로 뛰었습니다. 명지대에는 구력 짧은 190센티 후반의 선수만 두 명이 있습니다.
전력이 약한 팀이 강조하는 것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강한 수비, 리바운드, 속공입니다, 기회가 있으면 과감하게 슛을 던지라는 주문도 합니다. 개인기와 전술 소화능력의 차이로 쉬운 슈팅 기회가 적습니다.
명지대에서 이 주문을 가장 열심히 이행하는 선수들은 4학년입니다. 농구를 심장으로 합니다. 소준혁도 그렇습니다. 올 시즌 명지대에서 출전 시간이 가장 깁니다. 2위 박지환보다 2시간 20분 24초를 더 뛰었습니다. 평균 33분을 넘게 뛰면서 활동량도 많습니다.
농구는 심장으로 한다
소준혁은 올해 명지대가 치른 모든 경기에서 30분 이상 출전했습니다. 그러니 팀에서 득점이 가장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평균 16.7득점으로 리그 4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3점 슛 성공률(27.1%)만 다소 낮을 뿐, 2점 슛 성공률(59.4%)와 자유투 성공률(77.8%)는 평균 이상입니다.
경기 평균 5.9개의 리바운드는 팀 내 2위입니다. 블록슛과 스틸도 2위입니다. 어시스트는 3위입니다. 팀의 모든 지표 상위권에 소준혁의 이름이 있습니다. 여기에 허슬 플레이도 많습니다. 공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김태진 명지대 감독은 소준혁을 “장차 명지대의 롤모델이 됐으면 하는 선수”라고 극찬했습니다. “이렇게 성실하고 노력하는 선수는 잘돼야 한다. 그래서 명지대에 이런 선수가 있었다고 기억됐으면 좋겠다. 그만큼 자랑스러워하는 친구”라고 표현했습니다.
작년 명지대는 첫 여섯 경기에서 4승을 챙겼습니다. 창단 후 첫 대학리그 플레이오프 진출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고비를 넘지 못했습니다. 성적의 부담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올해 명지대 전력은 작년보다 약하다는 평가입니다. 1승 9패로 고전하는 이유입니다.
소준혁과 쌍포를 이뤘던 정인호가 졸업했습니다. 포스트를 든든하게 지켜주던 준 해리건도 부상으로 이탈했습니다. 평균 득점이 작년 70.1점에서 올해 63.8점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만큼 소준혁의 부담도 커졌습니다.
부담은 커지고, 수비는 강해지고
반면 소준혁에 대한 상대의 수비는 강해졌습니다. 소준혁이 편하게 슛을 던지는 장면은 많지 않습니다. 상대의 집중 수비를 뚫고 던져야 합니다. 시간에 쫓겨 던지는 슛도 많습니다.
소준혁은 올해 본인의 경기력에 대한 만족도가 50%라고 얘기합니다. 이유는 “많은 승리를 못 했기 때문”입니다. “졌을 때는 항상 후회가 너무 많이 된다. 그 후회를 할 바에는 한 발짝 더 뛰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는 생각에 더 많이 뛰었"지만 결과는 의욕을 따르지 못했습니다.
김 감독은 ”소준혁은 장점이 많다. 일단 슛이 좋다, 그런데 수비에 에너지를 많이 쏟다 보니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운동 능력과 체력도 장점이다. 그래서 리바운드를 많이 잡는다“며 ”슈팅은 전성현(고양 소노)처럼, 수비는 박인웅(원주 DB)처럼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합니다.
소준혁도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열심히 해서 3&D 유형으로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그 팀에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소준혁이라는 대답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습니다.
소준혁,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
다소 낮은 3점 슛 성공률은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하체의 힘이 좋아지면서 밸런스가 잡혀가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웨이트를 따로 하고 있긴 한데, 일단 팀이 강조하는 게 수비여서 수비 훈련을 하면 저절로 하체 근육도 발달한다”며 웃었습니다.
소준혁의 당면 목표는 명지대의 더 많은 승리입니다. 후배들이 패배에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 감독이 추구하는 “신나고 열정적인 농구”는 더 많은 승리로 열매 맺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든든한 4학년 동기들과 매일 굵은 땀을 쏟아내는 이유입니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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