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지 않는, 소금 같은" 김준형 [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2024 KUSF 대학농구 U-리그(이하 대학리그)에서 상반기 각 팀에 꼭 필요했던 12명의 선수를 선정했습니다. 출전 시간, 1차 스탯, 팀내 비중을 기준으로 대학 지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했습니다.
▲ ‘팀을 위해, 가족을 위해’ 권순우
“전반기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1점이에요.”
너무 야박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권순우는 “이 정도가 맞는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2017년부터 3년 연속 대학리그 플레이오프 진출, 2018년 천안 라이벌 단국대를 누르고 플레이오프 4강에 진출했던 상명대의 올해 성적은 10전 10패입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1점
“제 목표가 매년 나아지는 것인데 작년보다 나아진 것이 없고, 팀이 계속 지는 것 역시 제가 중심을 잘 못 잡는 것 같아서 전반적으로 최악”이라는 권순우의 전반기 기록은 평균 9.8득점 6.4리바운드 3.1어시스트입니다. 최근 3년 중에 가장 낮은 성적입니다.
2022년 15.6득점 6.6리바운드, 2023년 14.1득점 6.9리바운드와 비교해 득점이 많이 줄었습니다. 상명대의 최근 네 경기 평균 득점은 48.5점입니다. 같은 기간 권순우는 7득점에 그쳤습니다. 고승진 상명대 감독은 그 이유를 가드진의 난조와 권순우의 달라진 역할에서 찾습니다.
“가드들의 부상으로 (권)순우에게 1번 역할을 맡겼다. 공격을 풀어줄 선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순우의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것이 고 감독의 설명입니다, 위정우와 박인섭의 출전 시간이 줄어든 네 경기에서 권순우는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필드골 성공률 모두 낮아졌습니다.
“농구를 시작하고 1번은 처음이다.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 원래 잘하던 것도 잘 안됐다. 어려운 숙제였다”고 얘기합니다. “원래 잘하던 것”은 “수비와 돌파”입니다.
원래 잘하던 것도 잘 안됐다
“수비 기술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악착같은 면이 있다. 그래서 상대가 힘들어하는 것 같다. 수비 전술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고 생각한다. 공격은 돌파가 장점이다. 수비를 붙여놓고 빼주거나 파울을 잘 얻는다. 기회가 나면 자신 있게 던진다”고 얘기합니다.
고 감독이 생각하는 권순우의 장점도 비슷합니다. “원래 수비와 리바운드는 잘하는 선수다. 2학년 때부터 상대 에이스 수비를 했다. 플레이가 터프하고 다부지다. 공격도 그렇다. 머뭇거리지 않고 던진다. 수비를 붙이고 올라가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이제 머뭇거립니다. 고 감독은 “자기 공격을 보면서 하라”고 했는데 권순우는 익숙하지 않았나 봅니다. “패스 먼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시련은 “필요할 때 1번도 볼 수 있는 선수”로 권순우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권순우는 군산고 선배인 이정현의 경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봅니다. 이정현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따라 해보려고 경기를 봅니다. 이정현처럼 가드 포지션 혹은 ‘완벽한 선수’를 꿈꾸는 것은 아닙니다. 권순우의 바람은 “수비와 리바운드로 팀 분위기를 올려주고, 기회가 오면 넣어주는 3&D 유형의 선수입니다. 팀에 꼭 필요하고 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KBL로 범위를 좁히면 문성곤(수원KT) 같은 선수입니다.
팀에 꼭 필요한 3&D 유형의 선수
상명대는 남대1부 팀 중 선수가 가장 적습니다. 9명에 불과한데 고정현, 송정우, 박인섭의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닙니다. 권순우는 “몸은 아주 멀쩡한데 마음이 아프다”며 쓰게 웃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최대한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니다.
권순우가 힘을 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가족입니다. “가족들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 제가 한 경기 못하면 다 같이 우울해지고 잘하면 다 신나는 그런 집안이다. 그래서 제가 더 잘해야 한다”고 권순우는 말합니다.
실망스러웠지만,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팀을 위해, 가족을 위해 권순우는 다시 힘차게 농구화 끈을 묶습니다.
▲ 1승을 위해, ‘빛나지 않는 소금 같은’ 김준형
“올해도 목표는 1승입니다.”
조선대의 대학리그 마지막 승리는 2018년 6월 5일입니다. 이후 73연패의 깊은 늪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조선대 주장 김준형의 올 시즌 목표는 “1승”입니다.
김준형의 신장은 193센티입니다. 팀에서 김준형보다 큰 선수는 진재한(197센티)가 유일합니다. 경험이 필요한 신입생 포워드 진재한의 올 시즌 총출전 시간은 22분 28초에 불과합니다. 김준형은 조선대의 대체 불가한 빅맨 자원입니다.
팀 내 리바운드, 스틸, 블록슛 1위
김준형은 팀에서 가장 많이 리바운드를 잡았습니다. 스틸과 블록슛도 가장 많습니다. 자신보다 큰 선수들을 상대로 이번 시즌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강양현 조선대 감독은 이 선수를 “빛나지 않는 소금 같은 존재”로 표현합니다.
강 감독은 “4학년인데 군말 없이 궂은일을 한다. 자기보다 큰 선수가 있는 팀에서 농구를 했으면 좀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3번, 4번을 봐야 할 신장인데 센터를 보는 것”이 미안합니다.
충주고에서 김준형을 지도했던 홍준기 코치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우리 팀에 센터가 없었다. 스피드나 탄력은 3번, 4번을 볼 수 있는 선수가 센터를 봤다”고 했습니다. 센스가 있었던 김준형은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한 고1 때부터 많은 경기에 나왔습니다. 키 큰 동료가 없어 센터로 나와야 했습니다.
농구를 시작하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키가 185센티였습니다. 엘리트 농구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팀 합류 후 얼마 되지 않아 농구부가 해체됐습니다. 힘과 운동 능력이 좋은 유망주는 검도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그런데 충주고에서 다시 제안이 왔고, 다시 농구를 선택했습니다.
농구에서 검도로, 다시 농구로
김준형도 3번, 4번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슈팅 연습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경기 중에는 잘 던지지 않습니다. 팀에 리바운드를 경합할 큰 선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대 빅맨보다 빠른 발을 이용한 드라이브인이나 픽앤롤, 풋백에 의한 득점 시도를 많이 합니다.
공격 시도가 많지도 않습니다. 수비에 에너지를 많이 쏟기 때문입니다. “우리 팀의 피지컬이 안 좋다. 제가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그래서 수비나 리바운드를 더 하려고" 김준형은 체력을 관리합니다. 평균 30분 이상 출전한 김준형의 야투 시도는 9.7개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야투 시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력은 짧지만,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강양현 감독은 말합니다. “좋은 운동 능력에 힘은 타고 났다”는 설명입니다. “힘은 누구에게도 자신 있다. 대학에서 힘으로 버겁다고 느낀 상대는 없었다”고 자신한 김준형은 빅맨 수비와 외곽 수비를 모두 잘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선대에는 많은 김준형이 있습니다. 팀이 약해서 주목받지 못한 김준형, 팀이 강해서 경기 출전 기회가 적었던 김준형, 구력이 짧은 김준형, 부상으로 성장이 더뎠던 김준형이 있습니다. 그 모든 김준형이 1승을 위한 구슬땀을 모으고 있습니다.
2017년 이후 조선대의 대학리그 기록은 1승 97패입니다. 승률이 1%를 조금 넘습니다. 2016년까지는 14승 116패였습니다. 승률이 10%를 넘었습니다. 고교농구의 저변이 얇아지면서 약팀의 전력 손실이 더 컸습니다. 조선대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1승 97패, 그러나 우리에겐 꿈이 있다
혹자는 조선대를 ‘승점 자판기’로 표현했습니다. 대학의 경기력이 아니라는 비판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대를 바라보는 잣대는 조금 달라도 되지 않을까요. 조선대의 많은 김준형은 농구를 하면서 많은 실망과 좌절을 겪었습니다.
그래도 조선대가 있어서 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노력이 이어지는 한, 그들의 도전은 승리와 비교해 부족하지 않은 큰 가치가 있습니다.
조선대 4학년 김준형, 주장 김준형의 바람은“수비로 팀에 공헌하고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문성곤 같은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1승 이상의 승리, 프로 진출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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