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활약을 펼친 새 얼굴을 소개합니다. 말 그대로 한두 경기 깜짝 활약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땀으로 얼룩진 유니폼이 있습니다.
출전 시간 8분, 2득점.
중앙대 원건의 작년 대학농구리그 기록입니다. 한 경기 기록이 아닙니다. 시즌 기록입니다. 2점 슛 5개를 시도해 1개만 성공했습니다.
![]() |
▲ 5월 29일 고려대와 경기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 원건 |
지난 29일, 이 선수가 대학 최강 고려대와 경기에서 19점을 넣었습니다. 2점 슛 9개를 던져 7개를 넣었습니다. 3점 슛과 자유투 포함 14개의 슈팅 시도 중 10개가 림을 통과했습니다.
원건의 롤모델은 국가대표 가드 김선형입니다. 김선형의 플레이를 보면서 농구선수의 꿈을 키웠습니다. 김선형의 슛을 따라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고려대와 경기 후 다수의 농구 커뮤니티에 원건의 플레이에서 김선형을 연상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서울에서 광주로, 광주에서 안성으로
김선형을 꿈꿨던 소년은 김선형의 모교로 진학했습니다. 중앙대입니다. 양형석 감독의 권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운 좋게 예비 순번으로 입학했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김선형의 모교니까요.
이것이 짧은 농구 인생의 최대 시련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선배 이주영, 강현수, 김휴범과 동기 유형우, 이경민 등 비슷한 포지션에 쟁쟁한 선수들이 있어 원건에게 허락된 시간이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농구를 그만둘 생각을 했습니다.
“저 선수들을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재중을 졸업했는데 배재고에 진학하지 못했어요. 중학교 졸업할 때 키가 162센티였습니다. 유급을 하라는 얘기도 들었죠. 그때도 포기한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 |
▲ 고려대와 경기 후 승리의 세레모니 |
지방 학교는 선수난이 심각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한 선수가 적습니다. 키는 작지만, 초등학교 때 운동을 시작했고 스피드와 탄력이 좋은 원건을 광주고가 눈여겨보았습니다. 농구를 찾아 어린 나이에 유학을 선택했습니다.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집안 형편이 좋지는 않아요. 농구로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그만둔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서 많이 방황했죠. 나는 농구로 안 되겠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저 운동 그만둘래요
이중원 중앙대 코치에게 농구를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이 코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재능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노력의 문제였습니다. 대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농구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출전 기회를 못 받으면서 점점 농구와 멀어졌습니다.
이 코치는 “작년 10월에 그랬어요. 출전 시간이 없었고, 신입생 오면 밀려서 경기도 못 뛸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만두더라도 한번 해보고 그만두라고 혼냈어요.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왜 시합 뛸 생각만 하냐고 했죠”라고 말합니다.
양형석 중앙대 감독은 “원건은 원석입니다.(웃음) 기능(스피드와 탄력 등)은 좋은데 다른 선수들과 조화에 불안함이 있었던 선수입니다. 수비할 때 약속된 움직임이 있잖아요. 그런 것을 놓칠 때가 많다”라고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다시 마음을 잡았습니다. 새벽 운동부터 꾸준히 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왔습니다. 4월 3일 조선대전. 원건은 25분 42초를 뛰며 팀 내 최고 득점을 올렸습니다. 3점 슛 2개 포함 21득점. 필드골 성공률이 56%로 높았고, 3쿼터 10득점의 폭발력도 선보였습니다.
“조선대전을 계기로 의욕이 생긴 것 같아요. 운동하는 자세가 또 달라졌습니다”라고 양 감독은 기억합니다. 조선대전에서 얻은 자신감은 다음 경기로 이어졌습니다.
다음 경기는 4월 13일 성균관대전. 상위권 경쟁을 벌이는 팀입니다. 질 수 없는 경기입니다. 그런데 경기 초반 공격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양 감독은 1쿼터부터 빠르게 원건을 코트에 투입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원건은 30분 25초를 뛰며 20득점을 기록했습니다. 필드골 성공률 57%(2점 슛 6/9, 3점 슛 2/5)로 효율도 높았습니다. 팀은 패배했지만 원건은 다시 한번 본인의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무조건 온다
올 시즌 중앙대의 고민은 공격입니다. 특히 외곽에서 풀어줄 선수가 많지 않습니다. 원건은 점프가 높고 체공시간이 깁니다. 공중에서 밸런스를 잘 유지해 수비와 몸을 부딪치면서 던지는 슛도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3점 슛 성공률(45.5%, 5/11)이 높아 돌파 옵션의 위력을 높여줍니다. 원건에게 기회가 온 이유입니다. 그 기회를 원건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무조건 온다고 믿습니다. 기회는 항상 열려 있는 건데 그 기회를 못 잡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고, 기회가 왔을 때 전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습니다.”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경쟁은 험난합니다. 과제도 많습니다. 자유투 성공률(38.5%, 5/13)을 높여야 합니다. 평균 1.6개의 어시스트(평균 1.6개) 숫자와 팀 수비 이해도도 높여야 합니다.
![]() |
▲ 원건의 롤모델, 서울 SK 김선형 |
최종 지향점은 “김선형 같은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위에 언급한 과제와 다른 수준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원건은 강력한 공격 옵션일 뿐입니다. 그것에 불만은 없을까요?
“스피드와 탄력만 김선형 선수를 닮았고(웃음) 수비, 볼 핸들링, 센스는 아직 많이 부족해요. 지금은 제가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려고 해요. 준비하면 (김선형의 포지션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 믿습니다.”
최근 프로야구 문상철(수원 KT) 선수의 말이 화제가 됐습니다. "내가 1군에서 이렇게 야구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선수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어느 날 올지 모르는 그 한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했으면 한다.“
원건을 응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모님은 원건이 농구를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고 원건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입니다. 이중원 코치는 힘들었을 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형이고 선배였습니다. 양형석 감독은 원건의 재능과 노력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서지우와 서정구는 배재중에서 함께 뛰었습니다. 원건이 좋은 경기를 했을 때 내 일처럼 기뻐하는 동료입니다. 작년 중앙대의 맏형 이주영(현 부산 KCC이지스)는 원건의 대학 적응을 진심으로 도왔던 선배입니다.
즐탁동시(喞啄同時). 병아리가 알에서 나올 때 껍질을 안에서 두드립니다. 어미 닭은 그 소리에 반응하여 바깥에서 껍질을 쫍니다. 원건은 두드렸습니다. 주위의 많은 어미 닭이 돕고 있습니다.
5일, 중앙대는 상명대와 원정 경기를 갖습니다. 지금까지 원건의 출전 시간은 들쑥날쑥합니다. 오늘은 어떨까요. 이 선수의 플레이는 보는 맛이 있습니다. 응원을 부르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사진_점프볼DB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